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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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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따는 콩밭
작성자 강신구 등록일 14.12.20 조회수 55

이번 국어시간에 읽은 소설은 금따는 콩밭이라는 1935년 3월 『개벽()』에 발표된 제목이 암시하고 있듯이 반어적인 상황을 기조로 한 가운데, 욕망에 이끌리는 인간의 탐욕적인 삶의 양식을 해학적으로 희화화한 전지적 작가 시점의 단편소설이다.

 

줄거리 ----

 

땅속 저 밑은 늘 음침했고, 콕 막힌 좁직한 구덩이는 무덤 속 같았다. 영식은 일손을 놓고 얼굴의 땀을 닦으면서 식식거린 채 금을 캔다고 콩밭 하나를 다 잡쳐 약이 올라 죽을둥 살둥 눈이 뒤집힌 판이다.

수재가 풍치는 바람에 애꿎은 콩밭 하나만 결딴을 내고 논둑의 풀은 성큼 자란 채 어지러이 널려있어 지주는 크게 화를 냈고 내년부터는 농사 지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며 발을 굴렀다. 영식은 살기 띤 시선으로 고개를 돌려 등뒤에서 흙을 긁고 있는 수재를 노려보고 흙더미에 묻히어 함께 죽는다면 그게 오히려 날 정도로 몹시 미웠다.

광산 구덩이의 출입문을 나와 흙을 내치고 있을 때 산에서 내려오는 마름과 마딱드렸다. 마름은 갈아먹으라는 밭에 금을 캔다고 이리저리 파헤쳐 놓은 것을 보고 목에 핏대를 올리고 돌아간다. 날마다 와서 그 북새를 피우고 가도 다음날 보면 또 여전히 파는 것이다. 사면이 풍풍 뚫려 콩밭 낯짝을 들여다본 영식은 무던히 애통터진다. 자칫 하면 징역을 갈는지도 모른다. 분명 홀딱 속은 생각에 수재 이름만 들어도 영식은 이가 갈렸다. 영식은 본래 금광에 이력도 없었고 흥미도 없었다. 다만 밭고랑에 웅크리고 앉아서 땀을 흘려가며 꾸벅 꾸벅 일만 하였는데 하루는 금광으로만 돌아다니던 수재가 이 밭에 금이 묻혔다며 영식을 보고, 바로 이 산 너머 노다지판의 줄맥이 큰 산허리를 뚫고 이 콩밭으로 뻗어 나왔다며 둘이서 파면 불과 열흘만에 줄을 잡을 거라며 돈벌이를 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영식은 금점이란 칼 물고 뜀뛰기라며 전부터 들은 소리가 있어 귀담아 듣지 않았다.

수재가 세 번째 막걸리 한 병을 들고 집으로 찾아 왔을 때 영식의 생각도 적이 돌아섰다. 딴은 일년 고생하고 콩 몇 섬 얻어먹느니 차라리 금을 캐는 것이 한 해 공들인 수확 보다 훨씬 이익이다 하며 수재가 보챌 제 선뜻 응낙하였다.

아내는 콩밭에서 금이 난 다는 말에 속이 미어질 듯이 짜릿 하였고 금점 덕택에 남편이 사다준 고무신을 신고 나릿나릿 걷는 양근댁이 부러워 얼떨하여 앉아있는 남편을 추켰던 것이다. 동이 트기 무섭게 영식과 수재는 콩밭으로 모였다. 수재는 금이 들어있다는 줄맥을 어림하여 보느라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 영식은 수재의 지시만 따르면 금이 나오겠지 하고 그것만 꼭 믿고 군 말 없이, 지시를 받은 곳에다 삽을 푹 꽂고 파헤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금도금이지만 애써 키워온 콩도 콩이었다. 애틋한 생각이 물밀 때 가끔 삽을 놓고 허리를 구부려서 콩잎의 흙을 털어 주기도 하였다. 수재의 핀잔을 듣고서야 영식은 이까짓 콩밭쯤이야 하며 눈을 감아 버리고 삽의 흙을 아무렇게나 콩잎위로 홱홱 내 던진다.

동네 노인은 자주 찾아와서 금인가 난장을 맞을 건가 그것 때문에 농군은 버렸다며 세상이 망하려는 징조라며 귀 거친 소리를 하고 간다. 영식은 그럴 때마다 침을 탁 뱉고 구덩이로 들어간다. 논도 못 매고 물도 못 보고 벼가 어이 되었는지 그것조차 몰라 밤에는 잠이 안 와 멀뚱하니 애를 태웠다. 수재는 이번에 금이 안 나오면 자기 목을 베라하고 서슴지 않고 장담을 하고는 꿋꿋하였다.

캄캄하게 밤은 어두웠다. 남편은 진흙 투성이를 하고 내려왔고 남편의 모습을 보고 맥이 풀린다. 죽거리도 없는데 남편은 산제를 지내야 한다며 양식을 꿔 오라고 한다. 요즘 와서는 공연스레 골만내는 남편이 역 딱하였다. 남편의 명을 거역하기 어려워 양근댁한테로 꾸러가는데 무슨 면목으로 입을 벌릴지 난처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어지간히 착한 사람들이었다. 쌀을 받아들고 나오며 영식이 처는 고마움과 미안함에 질리어 얼굴이 빨갰다. 그들 부부 살아가는 살림이 참으로 부러웠으나 우리는 왜 늘 요 꼴인지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메는 듯 한숨이 연발하였다.

떡을 찧다가 얼이 빠져서 멍하니 앉아있는 남편이 밉살스럽다. 닭이 두 홰를 치고 나서야 떡은 되었다. 아내는 시루를 이고 남편은 자리를 가지고 캄캄한 산길을 올라간다. 밭머리 조금 못 미처 남편은 걸음을 멈추고 아내에게 가만있으라고 하고 혼자 콩밭으로 올라섰다. 흙더미를 돌아서려 할 제 돌을 차 몸이 쓰러지려했다 아내가 기겁을 하여 뛰어 오르며 그를 부축하였다. 남편은 부정타는데 왜 올라 왔느냐며 아내의 빰을 때린다.

그는 시루 앞에다 공손하고 정성스레 재배를 하고 축원을 하나 아내는 이모습을 바라보며 독이 뽀록같이 올랐다. 금 한 톨 못 캐는 것이 그전에는 없더니 요새로 건 듯 하면 때리는 못된 버릇이 생긴 것이다 제발 덕분에 그놈의 금 좀 나오지 말았으면 하고 앙심으로 맘껏 빌었다. 열흘이 썩 넘어도 산신은 깜깜 무소식 이었다. 아내의 말 그대로였다.

아내는 바가지에 점심을 이고서 집을 나섰다. 이젠 '금' 하는 소리만 들어도 입에 신물이 날 만큼 되었다. 그건 고사하고 꿔다 먹은 양식에 갚으라고 조르지나 말았으면 한다. 가을은 밭으로 누렇게 내리었다. 농군들은 서로 만나면 흥겨운 농담을 하였지만 남편은 동네사람의 이목이 부끄러워 산길로 돌았다. 솔숲을 나서서 멀리 밖에를 보니 오늘 남편과 수재는 싸운 모양이다. 남편은 적삼이 찢어지고 얼굴에 생채기를 내었다. 수재는 흙투성이였고 코밑에는 피딱지가 말라붙었고 아직도 조금씩 피가 흘러내린다.

아내는 갚지도 못할 양식을 왜 꿔오라 했냐며 남편의 채 가라앉지도 않은 분통을 다시 건드린다. 벌떡 일어서며 아내의 골통을 후렸다. 아내는 돌아서서 혼잣말로 콩밭에서 금을 딴다는 쑥맥도 있담 하며 빗대놓고 비아양거린다. 남편은 화가 나서 이젠 같이 살지 않겠다며 오늘로 가라고 하고 아내를 와락 떠다밀어 밭둑에 젖혀놓고 그 허리를 퍽 질렀다.

이 꼴들을 보니 수재는 조바심이 일었다. 그리고 그 분풀이가 제게로 슬그머니 옮아 올 것을 짐작하고는 인제 걸리면 다시 죽는다하며 어느 틈엔가 구덩이 속으로 없어져 버렸다.

볕은 따사로운 가을 향취를 풍긴다. 주인을 잃고 콩은 무거운 열매를 둥글둥글 흙에 굴린다. 맞은쪽 산밑에서 벼를 베며 기뻐하는 농군의 노래.

수재는 손에 흙 한줌을 잔뜩 쥐고 눈이 휘둥그렇게 굿 문을 뛰어나오며 금줄을 잡았다며 소리를 친다. 영식은 수재 앞으로 살같이 달려들었다. 허겁지겁 그 흙은 받아들고 샅샅이 헤쳐보니 재래에 보지 못하던 불그죽죽한 황토였다. 그는 눈에 눈물이 핑 돌며 영식은 기가 탁 막혔다. 웃어야 옳을지 울어야 옳을지, 다만 입을 반쯤 벌린 채 수재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본다.

이리와서 금을 보라며 남편은 아내를 부른다. 설면설면 덤벼오는 아내가 한결 어여뻤다. 아내의 눈물을 지워 주고 나서 껑충거리며 구덩이로 들어간다. "그 흙 속에 금이 있지요?" 영식의 처가 너무 기뻐서 코다리에 고래등같은 집까지 연상할 제 수재는 한 포대에 오십 원 씩 나온다고 대답하며 오늘밤에는 꼭 정녕코 달아나리라고 생각하였다.

거짓말이란 오래 못간다. 뽕이 나서 뼈다귀도 못 추리기 전에 훨훨 벗어나는게 상책이겠다.

 

이 이야기에서 금은  전반부에서는 가난을 벗어날수 잇는 부의 상징이지만 후반부에서는 인간성을 붕괴시키는 이중적인 면으로서 작용하는 거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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