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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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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감과 러브레터
작성자 강신구 등록일 14.12.07 조회수 67

독후감 편지

 

태성이에게

태성아 안녕? 난 강신구라고 해 반가워 내가 소문으로 얼핏 들은것 같은데 니가 열번찍어서 안넘어가는 나무가 있다고 들었어

그래서 힘을 내라고 이렇게 편지를 쓴다.

내가 읽은 책은 B사감과 러브레터라는 러브레터 혐오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야 이 이야기를 읽고 힘을 냈으면해

C여학교 교원 겸 기숙사 사감인 B여사는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이며 차진 예수꾼으로 소문났어 40 가까운 나이의 노처녀는 주근깨투성이에다 처녀다운 맛이라곤 없는 성격에다 피부 또한 곰팡이 슨 굴비를 생각나게 해.
그런 그녀가 제일 미워하는 건 기숙사로 많이 배달되는 러브레터야. B여사는 그걸 읽고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되고, 손이 발발 떨 정도로 성을 내. 수취인이 되는 여학생은 큰 재변을 만난 거나 다름없지.

곧장 불려가서 문초를 당하게 마련이야. 언제 어디서 만났느냐는 둥, 그 청년이 어떻게 생겼느냐는 둥 묻고는 사내란 모두 마귀 같다고 비난하지. 그 뒤는 으레껏 악마의 유혹에서 어린양을 구해달라며 무릎을 꿇고 기도해
두 번째로 싫어하는 건 남자가 기숙사로 면회 오는 일이야. 비록 어버이나 친동기간일지라도 핑계를 대 따돌려 보내기 일쑤야. 학생들이 동맹 휴학을 벌이고, 교장이 나무라도 그 버릇은 쉬 고쳐지지 않았어.

그런 참에, 이 기숙사에 괴상한 소란이 벌어지는 일이 잦았어. 새벽 1시쯤 되는 조용한 시간에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속삭이는 말이 잠결에 들려오곤 했기 때문이야.

이상스럽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으나 잠꼬대 소리려니 했지.

이 수수께끼가 풀릴 날이 왔어. 한 방에서 같이 자던 처녀들 중 누군가가 소변이 마려워 잠이 깼고, 마침 또 이상한 소리가 들려 셋 다 잠이 깨어선 눈이 휘둥그래졌어.

귀를 기울였다. 남자와 간드러진 여자 목소리가 사랑에 들뜬 대화를 나누는 게 분명했어. 열일곱여덟 살 난 학생들로선 귀가 번쩍 뜨이는 노릇이 아닐 수 없었지.

"오! 태훈 씨! 그러면 작히 좋을까요.""경숙 씨만 좋으시다면 내야 얼마나 기쁘겠습니까?""인제 고만 놓아요. 키스가 너무 길지 않아요? 행여 남이 보면 어떡해요."

이런 대화 끝에 계집의 자지러지는 웃음이 이어졌어.

세 처녀는 처음엔 놀랍고 무서웠지만 차츰 로맨틱한 기분에 휩싸여 들었어. 두 젊은 연인의 사랑놀음에 꿈결 같은 감정이 녹아 내리며 뺨조차 후끈후끈 달아올랐어.

소리는 또 이어졌다어.

"난 싫어요. 당신 같은 사내는 난 싫어요."

이번에는 매몰스럽게 내어대는 모양이야.

"나의 천사, 나의 하늘, 나의 여왕, 나의 목숨, 나의 사랑, 나를 살려주어요. 나를 구해 주어요."

사내의 애를 졸이는 간청…….

세 여학생은 더 참고 있을 수가 없었어. 의아함과 호기심에 이끌려 소리나는 곳을 향해 곰실곰실 기어갔어. 그 방을 어림짐작하고는 깜짝 놀랐지.

사내라면 못 잡아먹어 침이라도 뱉을 듯했던 B사감의 방이었던 것이야. 계속해서 애원하고 읍소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어. 나의 사랑, 나의 애를 말려 죽이실 테요……내 생명을 맡으신 당신의 입술로 …….

세 번째 처녀가 대담하게 방문을 빠끔히 열어 보았다. 여섯 개의 눈이 일시에 쏘아본 방안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어.

켜진 전등불 아래, 침대 위에는 기숙생들에게 온 소위 러브레터 봉투가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고, 알맹이 편지지도 널려 있는 가운데 B여사가 안경을 벗은 근시안 얼굴로, 누구를 끌어당길 듯이 두 팔을 벌리고 키스를 기다리는 시늉을 하고 있었어.

그녀의 모노 드라마는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어. 편지지 한 장을 얼굴에 문지르며

"정 말씀이야요? 나를 그렇게 사랑하셔요? 당신의 목숨같이 나를……"

이렇게 뇌까리는 음성은 울음 가락을 띠었으니 더욱 모를 일이다. 세 처녀는 저마다 한마디씩 소곤거렸어.

"에그머니, 저게 웬일이야!""어마, 미쳤나 보아. 밤중에 혼자 일어나서 왜 저러고 있을꼬.""에그 불쌍해!"

그러는 그녀들도 때 모르는 눈물을 훔쳐냈어.

이야기를 잘 들었니? 웃픈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동감이 갈수도 있어.

지금까지 읽어줘서 고맙고 친하게 지내자ㅋ

 

-강신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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