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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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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갑산
작성자 정혜원 등록일 16.12.09 조회수 29

오갑산


감곡면 왕대마을에 한 씨 성을 가진 젊은 부부가 살았어. 이 부부는 효성이 지극하고 측은지심이 강하여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었고, 한 씨 부인은 마음씨 뿐 아니라 외모도 어여쁜 여인이었지. 부부는 나이가 많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효성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이 부부는 마을 내에서도 칭찬이 자자했어.

어느 날은 한 씨 부인이 부엌에서 밥을 짓는데, 부채질을 너무 세게 하는 바람에 아궁이에 떼던 불꽃이 쌓아둔 볏짚에 옮겨 붙어버렸어. 그 불은 종잡을 수 없이 번졌고, 집안 곳곳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어.

이 일을 어떡하면 좋아, 빨리 밖으로 나가야겠다.”

아 맞다! 어머니!!”

그래서 부인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불꽃 속으로 뛰어 들어갔어.

얼른 밖으로 나가려는데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지 뭐야.

어머니! 지금 불이 났어요. 얼른 밖으로 나가셔야 해요.”

그런데 애석하게도 나이가 많은 어머니는 몸을 겨누기조차 힘들어서 부인에게 이렇게 대답했어.

나는 됐으니 너나 얼른 나가라! 날 데려가려고 애쓰다가는 불이 커져서 우리 둘 다 죽고 말거야.”

부인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했어.

저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야 해요.” 라고 하며 한 씨 부인은 어머니의 손을 붙잡았어. 그 때 문 밖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

불이다!! 불이야!! 모두들 어서모여 불을 끕시다!!” 마을 사람들은 물을 한 양동이씩 담아와 불을 끄려고 했고, 그 때 남편이 마을 사람들을 불러왔어. 남편과 사람들은 어머니를 함께 업었고, 한 씨 부인과 어머니 모두 안전하게 구할 수 있었지.

 

또 어느 날은 동네에 심한 가뭄이 들어서 쌀이고 뭐고 먹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던 거지. 한 겨울이라 매서운 바람까지 더해지니 마을 사람들 모두 이러다 죽겠구나.’ 생각했데. 한 씨 부인은 더 이상 이러고 있을 수 없다며 먹을 음식을 구하러 집을 나섰어. 하루를 꼬박 걸어 도착한 한 마을에서 마음씨 고운 아주머니를 만났고, 이런 말을 했데.

심한 가뭄이 들어서 며칠간 밥을 한 끼도 못 먹었는데, 밥 한 공기만 주세요.”

그 아주머니는 홀쭉 마른 한 씨 부인을 보고는.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여기까지 왔어. , 얼른 우리 집으로 가요.” 그러고는 부인을 집으로 데려가 음식을 한 상 차려주었데. 이런 상황이면 한 씨 부인은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밥 한 숟갈을 먹기도 전에 밥 한 공기를 챙겨 밖으로 뛰쳐나가는 거 있지. 아주머니는 당황해서

먹지도 않고 어디를 가는거에요? 편히 앉아서 먹고 가요!” 라고 소리쳤어.

한 씨 부인이 너무 빠르게 뛰어가 버리니까 아주머니도 그 일이 궁금했나봐. 아주머니도 한 씨 부인을 따라 뛰어가 보았더니 글쎄,

어머니, 얼른 드세요. 며칠간 배 많이 고프셨죠.” 라고 이야기 하면서 자기는 먹지도 못한 밥을 어머니께 가져다 드리는 거 있지. 이 따뜻한 광경을 보고 감동한 아주머니는 집에서 음식을 많이 해서 한 씨 부부네 집에 가져다주었데. 그래서 한 씨 부부와 어머니는 또 한 번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

 

그 후에 아주 큰 일이 일어났어. 병자호란이 발발하고, 어머니는 오랑캐들이 이곳에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어머니는 한 씨 부인을 불러 이렇게 말했어.

내 이제 병이 많이 나아서 혼자 걸어갈 수 있다. 나중에 따라 갈테니, 너가 먼저 멀리, 아주 저 멀리 도망가렴.”

어머니, 어떻게 아직 아픈 어머니를 두고 저 혼자 멀리 떠날 수 있겠어요. 전 절대 혼자 갈 수 없어요.”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예쁜 선녀가 한 씨 부인 앞에 나타났어.

지금 당신은 너무 위험해요. 청나라 장수인 파오짜가 당신이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다니고 있답니다.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줄 테니 저를 따라오세요.”

하지만, 저는 어머니를 두고 혼자 떠날 수 없어요.” 한 씨 부인은 대답했어.

어머니의 병을 모두 낫게 해 줄 테니 함께 가요.” 라고 선녀가 말하면서 어머니의 손을 살짝 잡았어. 이게 무슨 일이야. 몇 십 년 동안 고쳐지지 않던 어머니의 병이 단번에 말끔하게 나았어. 기쁜 것도 잠시, 한 씨 부부는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선녀를 따라가는데, 저 앞에서 오랑캐군을 만나고 말았어. 곧바로 파오짜는 날카로운 칼을 뽑아들었고, 한 씨를 찔러버렸지. “어떻게 이럴수가.. 정신 좀 차려 봐요!” 한 씨 부인은 남편을 흔들면서 말했어. 그 사이 파오짜는 한 씨 부인을 데려가려고 했지. 그걸 목격한 선녀가 치마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큰 활을 꺼내 들더니 활시위를 겨눴어. 그 화살은 정확히 파오짜의 가슴에 명중했고, 파오짜는 그 자리에 털썩 쓰러졌어. 그리고 선녀는 이렇게 말했지. “천하 효부 한 씨 부인을 하늘에서 도우니라.” 한 씨 부인은 선녀에게 큰 절을 올리며 큰 고마움을 표했고, 건강해진 어머니와 한 씨 부인은 그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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