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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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권준하 | 등록일 | 16.04.16 | 조회수 | 29 |
“추워…… 우린 여기서……, 죽는 거야?” “그런 소리 하지 마, 분명, 나갈 수 있어.” 체온이 내려간다. 온 몸은 이미 한기를 가득 품었고, 몸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잖아……. 이미 우리를 포기한 거야, 잊은 거라고!” 정신 상태는 붕괴한지 오래다. 한줄기의 희망도 점점 희미해져가고, 아이들의 체력도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포기하면 그대로 먹혀버려. 죽고 싶지 않잖아.” “하지만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는 게 더 힘들어……. 춥고, 배고파…… 엄마…… 아빠…….” 입술을 깨물었다. 나 역시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다. 하지만 이곳에서 모두가 포기해 버리면, 누가 버티겠는가. 분명히 모두가 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다시 의지를 다잡았다. “……내가, 내가 나가볼게. 분명히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언제나 있는 법이니까.” “소용없을 거야. 다 죽었을 거야. 우리도 곧 그들처럼 되겠지…….”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거야?! 그래, 네 말대로라면, 조금이라도 발버둥 쳐보자고! 어차피 죽을 거라면!! 한번이라도 희망을 품고 덤비자고! 방법도 없고, 생각해 둔 일도 없어! 그럼 포기하지 말고 부딪혀 보라고! 반드시 죽을 거라면! 두 손 놓고 죽음에 순응하는 것보다! ……도전하다가 죽는 게, 더 낫잖아…….” 그는 더욱 몸을 웅크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을 뒤로했다. 그들에게 등을 돌렸다. 기울어 가는 그 안에서, 가까스로 중심을 잡으며 방을 나갔다. 이대로 죽지 않을 거야, 죽지 않아. 적어도, 적어도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한 참을 걸은 것 같다. 이곳은 미로인가. 아니면, 빛이 없기에 해매는 것인가. “이곳이 분명 ‘안’이라면, 분명 숨을 쉬지 못했겠지.” 그렇다는 건 우리가 있던 위치는 분명 밖이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걷자. 빛을 찾을 때까지만 이라도……. 그때였다.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자세히 들어보면……. “그쪽에 있었어?” “아니, 아무도, 정말 더 이상은 없는 걸지도 몰라.” 내 귀를 의심했다.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들의 목소리는, 대화의 내용은 분명히. ‘구조대’다. “여기에 사람이 있어요!!” 걸어 다니느라 사용한 체력보다도, 지금이 한 마디에 더 많은 체력을 담았다. 제발 못 듣지 않았기를. 그때, 내 목소리에 돌아온 것은, 메아리가 아니었다. “!! 사람이다! 여기 사람이 있어!!” 살았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리에는 힘이 풀리고, 온몸의 긴장은 사라져,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는 없었다. “정신 차리세요! 제가 보이십니까?!”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금 눈을 감고 쉬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 ‘춥고, 배고파…… 엄마…… 아빠…….’ “……아직, 아직 이에요. 저 안에, 친구들이…….” “! 어디에 있는지 기억나십니까?” “저쪽으로……, 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끝없는 어둠속에서 걸어왔던 그 길,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온 몸이 소리를 질렀다. 몸은 그만하라고 나를 말렸다. 그러나 내 정신이 더 앞섰다.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절…… 따라오세요, 제가 반드시…… 찾아낼 거니까요…….” 달렸다. 그들은 날 말렸다. 그러나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좌절한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어떻게든 끌고 나와야 했어,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 중, 가장 큰 후회가 몰려왔다. 미안해, 미안해. 머릿속에는 끝없는 사과가 메아리쳤다. 하지만 좌절 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후회는, 사과는, 그때 가서 해도 상관없다. “제발…… 제발……!” 심장이 터질듯 죄여왔다. 숨은 더 이상 쉬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몸은 여전히 움직였다. 멈추고 싶지 않았다. 숨을 못 쉬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을 살리겠다. 속으로 다짐했다. 쿵, 바닥이 크게 요동쳤다. 가까스로 움직이던 다리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내 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참았던 고통이 한 번에 몰려왔다. 몸 전체가 붕괴해 버린 것 같았다. 눈물이 또 다시 흘렀다. 몸은 이미 감각이 없었다.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몰려왔다. 슬픔, 좌절, 후회. 모든 감정이 내 목을 조여 왔다. “기세 좋게 나가더니 여기서 주저앉아 있으면 어떡해?” 이제는 환청까지 들리나보다. 죄책감이 온 몸을 덮어왔다. 들릴 리 없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를 죄악감에 물들였……. “죽었어? 왜 대꾸가 없어?” ……내 눈앞에 있다. 분명 안에 있을 그들이, 모두 내 눈앞에 있었다. “어떻……게? 귀신……이야……?” “산 사람 귀신 취급 하지 마. 너 혼자 나갔잖아. 너 길치잖아. 머리도 나쁘고, 옆에 누구라도 붙어 있어야지.” 시야가 눈물에 가려졌다. 몸에 고통 따위는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감각이 없는 두 팔을 뻗었다. 그리고 그를 건드려 봤다. 꼭 안아도 봤다. 온기가 느껴졌다.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저쪽에 구조대가!” “……! 구조대라고?!”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정신도, 신체도 버티지 못했다. “저기 사람이 있다!” “아까 그 아이야! 친구들도 같이 있어!” 구조대의 목소리, 나를 포함해 모두가 놀랐고, 나와 그를 제외한 모두가 구조대에게 달려갔다. 지금까지의 우울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쁜 웃음들 이었다. “네가 우릴 구했네. ……고마워, 사실 모두 포기하고 있었어. 네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 시끄러웠고, 짜증도 났어. 사실 문제는 우리들한테 있었는데. 네가 나가고 생각해봤어. 정말 이대로 손 놓고 있어야 하나? 이대로 죽어버리는 게 맞는 걸까? 모두들 죽고 싶지 않아했어. 그래서……,” “발버둥 치기로 했구나…….” “그래, 그랬으니까, 이 결과가 된 거겠지. 네 덕분이야. 그러니까 영웅, 이제 나가자고.” 우리는 그대로 그곳에서, ‘희망을 되찾았다.’ “잊지 말아야해, 이곳에서 나가서도, 우리가 구하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을, 우리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우리뿐만 아니야, 모두가, 기억해 줄 거야. 아니, 기억해야해. 숭고한 희생을, ‘아직’이었던 죽음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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