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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 있어 편리한 아라비아 숫자의 유래
작성자 김동규 등록일 03.11.06 조회수 225
'0' 이 있어 편리한 아라비아 숫자

아라비아 숫자는 워낙 오래 전부터 사용해왔기 때문에 당연시하기 쉽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간편함을 누리기까진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고대 이집트의 숫자는 사물의 모양을 본 딴 상형문자였다. 예를 들어 '1000'은 연꽃모양, '10000'은 올챙이 모양이었다. 그 당시 연꽃이나 올챙이가 워낙 흔했기 때문에 큰 수를 상징하는데 이들이 활용됐다. 이집트 방식에 따라 '456'을 적는다면 '100'을 나타내는 숫자를 4번 반복해 적고 '10'을 나타내는 숫자를 5번, '1'을 나타내는 숫자를 6번 적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서 좀 더 발전한 것이 로마의 숫자다. 1(Ⅰ), 5(Ⅴ), 10(Ⅹ), 50(L), 100(C), 500(D), 1000(M) 은 현재 책의 장 제목에도 쓰인다.
로마의 표기법은 기본적으로 이집트와 동일하지만 5, 50, 500에 해당하는 숫자를 별도로 둬 동일한 숫자를 5번 이상 적는 불편을 없앴다. '456'을 로마 숫자로 나타내면 'CCCCLVI'로 이집트의 방법보다는 조금 간단해졌다.
이같이 점차 진화하던 숫자 표기 방식은 인도 사람들에 의해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게 된다. 즉 '456'이라고 적으면 굳이 '100'이 4개라고 적지 않아도 '100'의 자리에 4가 있기 때문에 '400'이라고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숫자가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자리 값을 갖는 '위치적 기수법'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이다.
이런 자리 값에 따른 숫자 표기가 가능하려면 자리 값이 비어 있음을 나타내는 '0'의 출현이 전제돼야 한다.
만약 '0'이 없다면 '123' 이라고 적었을 때 '1203'을 의미하는지 '1023'을 의미하는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인류가 이 아이디어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 표기법을 생각해낸 인도 사람들은 아라비아로 전파했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인도-아라비아 숫자라고 해야 하지만, 앞은 생략한 채 아라비아 숫자라고 불려진다.

박경미(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생활 속의 수학(중앙일보 200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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