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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에 읽을 만한 책
작성자 원봉중 등록일 13.04.05 조회수 327


생존자

이창래, 나중길 | 알에이치코리아 | 2013.01.28 | 661쪽


아직도 6‧25전쟁이 문학적 제재로 사용될 수 있을까. 그것도 전쟁 미체험 세대에 의해서 소설화하는 것이 가능할까. 더구나 한국 국적이 아닌 작가에 의해서 써질 수 있을까. 이런 우문(愚問)에 대해 이창래의 『생존자』는 현답(賢答)을 내놓는다. 6‧25전쟁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질병이자 불행의 보통명사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전쟁 아닌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영원한 피난민이며, 3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 작가의 작품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 속에서 중요 등장인물들로 등장하는 준과 헥터, 실비는 서로 만날 필요가 없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전쟁 때문에 만나게 된다. 그것도 서로에게 가해자이자 피해자로서 말이다. 준의 아버지는 공산주의자로 몰려 총살당하고, 전쟁 포로로 끌려간 오빠는 미군병사였던 헥터의 손에 의해 전사자 처리된다. 어머니와 언니는 폭격으로 죽었고, 쌍둥이 동생들마저 같이 피난 기차를 타고 가다가 떨어져 죽는다. 전후 고아원에서 만나게 된 준과 헥터는 고아원을 경영하는 목사부인 실비를 어머니이자 연인으로 서로 사랑하면서 연적 아닌 연적 관계가 된다. 실비 역시 1934년에 일본군의 고문과 폭력으로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부모를 처참하게 잃어버린 후 자포자기적인 삶을 산다. 소설은 이 세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1934년-1950년-1986년’의 시간과 ‘만주-서울-미국-이탈리아’의 공간들을 교차서술하면서 퍼즐 식으로 탄탄하게 구성한다. 그러면서 한 치의 동정이나 신파를 허용하지 않는다. 전쟁에서 무엇을 배우거나 반성하라는 것이 그것을 실제로 체험한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잔인한 요구이자 허황된 관념인지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한 “살아남은 것이다.” 소설 제목이 내포하고 있듯이, 굴복해서라도 생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간주되기에 전쟁은 가장 중대한 유죄이자 가장 비인간적인 형벌인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슬프지 않고 아프다.

추천자 :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이정철 | 역사비평사 | 2013.02.15 | 431쪽


조선시대 대동법은 공물(貢物: 특산물)을 쌀로 통일하여 바치게 했던 제도이다. 공물 납세는 중간에서 관리와 상인들이 얼마든지 농간을 부릴 수가 있어서, 조선시대 조세제도에서 가장 심각한 폐단이 있던 제도였다. 대동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 선조, 인조, 효종, 현종대를 거치면서 왕과 관료들이 끊임없이 논쟁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한 법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법의 이름이 ‘대동법(大同法)’인 것도 네이밍이 너무나 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대동법을 둘러싼 개혁의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4명의 인물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각각 실천적 지식인, 관료, 이론가, 정치가로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는 조선시대 500년에서 그 처음과 끝을 제외한다면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험난한 시대였다. 이 책은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대동법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4명의 인물을 평전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먼저 율곡 이이는 탁월했지만 이해되지 못한 경세가로, 오리 이원익은 진심으로 헌신한 관리로, 포저 조익은 이론과 현실을 조화한 학자로, 잠곡 김육은 안민(安民)을 실현한 정치가로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대동법을 전공한 저자답게, 대동법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4명의 대표적인 인물에 대하여 대중적인 글쓰기를 통해 진정한 경세(經世)란 무엇인가를 계속 묻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 속에 인물이 매몰되지 않으며 조선시대 민생 문제에 대한 담론이지만 현재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글 전체에 담겨 있다.

추천자 : 김기덕(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철학과 마음의 치유

김정현 | 책세상 | 2013.02.25 | 456쪽


‘철학이 세상 사람들을 위해 실천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철학자들이 고민하면서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해왔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철학이 ‘삶의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칸트의 말을 상기시키면서 철학의 실천적인 치료적인 역할에 각별히 주목한다. 철학은 인간의 마음을 치료(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고 또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인간 마음(심리)의 치료는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서만 담당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 또한 여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보는 최근의 철학적 경향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저자는 물질 중심적이고 소비지향적인 현대사회 속에서 현대인은 불안, 우울증, 허무감, 자기부정, 인간관계의 위기, 삶의 가치 혼란과 같은 실존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본다. 한 마디로 삶의 공허함과 무의미성 속에서 현대인은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에 대한 내면적 대화와 성찰을 통해 자기 긍정과 자기 존중의 태도를 갖도록 하고 이에 근거해 스스로 삶을 긍정하고 여기에 의미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저자는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적인 실마리를 니체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니체의 철학 속에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자기치유’의 해법이 들어 있으며, 그럼으로써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미래를 조형할 수 있는 의지’를 활성화할 수 있는 철학적 내용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곧 현재의 삶에 대한 긍정과 이를 위한 삶에의 의지를 강조하는 니체 철학은 현대인의 마음을 철학적으로 치유해 줄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설득력 있는 근거로서, 저자는 니체로부터 영향을 받은 랑크, 프랑클, 얄롬 등의 구체적인 심리치료 이론을 소개하면서 이들의 이론과 니체철학과의 연관성 나아가 이것이 철학 상담치료에서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살펴보기도 한다. 이 책은 이처럼 니체철학을 중심으로 한, 철학의 치료적 의미에 대한 저자의 오랜 연구의 결과물로서 니체를 단순한 사변적 철학자로서가 아니라 일관되게 (심층)심리학적으로 바라보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히 돋보이는 책이다.

추천자 : 박인철(경희대학교 철학과 교수)



권력과 거짓순수

롤로 메이/신장근 | 문예출판사 | 2013.01.30 | 344쪽


늘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광기어린 폭력사건이 더 잦아진 것 같아 불안하다. 잔인한 살인, 폭행,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범행의 동기도 잘 알 수 없는 집단살인, 연쇄살인과 테러도 너무 자주 일어난다. 중·고등학교에서 친구를 따돌리고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고 못 견딘 아이가 자살을 하는 참혹한 일들이 이제 예삿일처럼 일어난다. 인간은 또는 집단과 국가는 왜 난폭해질까? 인간의 공격성과 광기와 폭력은 어디서 나올까? 흔히 폭력은 악하고 강한 자들이 타인을 지배하고 파괴하기 위해 저지르는 것이고 착하고 도덕적인 자들은 그 폭력의 피해자들이라 생각한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 임상심리학자이며 철학박사인 롤로 메이는 매우 다른 분석을 하였다. 오히려 무기력과 연약함이 폭력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의미 있는 사람으로서의 존재와 자기실현과 자기주장이 좌절된 사람들은 흔히 정신병자들이 그렇듯이 무기력해지고, 이 무기력으로부터 공격성이 자라나고 폭력으로 악화한다는 것이다. 차분하고 연약하던 정신병 환자가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즉 폭력은 “환자의 무기력 때문에 일어난 지속적인 두려움과 결합된, 억압된 분노와 화의 최종적인 결과”이다. 그리고 이 무기력은 “순수함(innocence)”과 연결되어 있다. 이때의 순수는 어린이와 같은 맑고 깨끗함이 아니라 “성장하지 못하여 과거에 고착된 유치함”이며 자기성취가 좌절될 때 종종 무기력, 유약함, 무력함 그리고 폭력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이것을 “거짓순수(pseudoinnocence)”라고 하였다. 그래서 책의 제목은 “권력과 거짓순수”이다. 저자는 임상경험으로부터 많은 사례와 풍부한 문헌을 소개하였고, 역사 속의 개인과 집단과 국가의 폭력사례도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다.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언어와 문화의 폭력, 폭행, 자살, 살인, 테러, 반란과 전쟁에 이르는 다양한 공격성과 폭력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흥미로운 책이다. 원저는 1972년에 출판되었다.

추천자 : 마인섭(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사의 시대

필립 델브스 브러턴/문희경 | 어크로스 | 2013.02.25 | 348쪽


사람들은 세일즈를 등한시한다. 기업이 팔고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직접 건네고 그들로 하여금 지갑에서 돈을 꺼내게 하는 모든 비즈니스의 마지막 관문을 왜 사람들은 마치 수준 낮은 업무인양 애써 외면할까? 사실은 가장 어렵고 힘들고 두려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버드 MBA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교과과정에 장사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세일즈 과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장사와 세일즈의 고수들을 만나 세일즈에 관한 특별수업을 책으로 엮은 것이 『장사의 시대』다. 세일즈 즉, 장사는 비즈니스의 종결이다. 국내 모든 재벌기업들의 시작은 장사에서 비롯되었다. 현대의 정주영, 삼성의 이병철, LG의 구인회 등 회장님들 역시 그 시작은 장사꾼이었다. 그렇다면 장사꾼만 팔까? 결코 아니다. 당신도 판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자는 “장사를 밥벌이로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날마다 자기 자신과 가족, 친구와 고용주에게 뭐든 팔면서 산다. 나는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는다는 믿음을 판다. 또 나 자신에게는 책을 쓰자는 계획을 판다. 우리는 자기를 학교와 조직에 팔고 미래의 배우자에게 판다. 식당 종업원은 손님에게 특선 요리를 팔고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행위를 판다. 판매는 지극히 인간다운 행위이고 여기에 모든 의미가 함축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설득의 모든 과정은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금 장사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책에는 이슬람 상인의 흥정의 비법, 홈쇼핑의 스토리텔링, 판매 조직들이 종교 조직을 모방하는 이유 등 전 세계 판매의 마법사들이 전해주는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생계형 자영업자 600만 시대, 이 책을 통해 ‘판다는 것의 예술’을 제대로 배울 것이다.

추천자 : 김은섭(경제/경영 북 칼럼니스트)



손영운의 우리 땅 과학답사기2

손영운 | 살림 | 2013.03.05 | 416쪽


이곳저곳 여행하기에 넓지 않은 우리나라 땅이라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구석구석 구경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손영운의 우리 땅 과학답사기2』는 우리 땅 곳곳으로 그런 독자들을 안내한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우리 문화를 다룬 대표 인문학 기행문이라면 이 책은 우리 땅의 자연사, 역사, 문화를 아우르는 종합 과학 기행문이다. 저자는 과학 잡지 ‘뉴턴’에 연재해온 ‘한반도 과학여행’ 원고를 모은 책『손영운의 우리 땅 과학답사기』를 2009년 발간하여 독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발간된 두 번째 책 역시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리 땅 과학답사기』는 지구과학을 전공한 저자가 전국 곳곳을 발품 팔아 쓴 땀내 나는 책이다. 인천 백령도, 경기도 김포, 강원도 양구와 철원, 충청남도 공주, 논산, 부여와 보령, 충청북도 제천, 경상북도 의성과 영주, 경상남도 창녕, 전라북도 정읍과 순창, 광주, 전라남도 여수와 순천, 제주도 북서부와 북동부 등 모두 19곳의 우리 땅 이야기가 실려 있다.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아도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들고 여행을 하면 우리 땅에 대한 공부가 저절로 된다. 친절하게도 독자들이 현장을 답사할 수 있도록 지도를 곁들이고, 군데군데 과학지식을 맛깔스런 양념으로 넣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증명사진 몇 장 찍고 부리나케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주마간산 식의 여행보다는 이 책을 배낭에 넣고 가는 여유 있는 여행은 한결 의미 있을 것이다. 시간을 가지고 돌 하나 바위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억겁의 세월동안 기록된 자연사의 비밀과 신비가 보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소중한 우리 땅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솟는 것을 느꼈다.

추천자 : 김웅서(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1부원장)



무대의 탄생

소홍삼 | 미래의창 | 2013.03.11 | 352쪽


삶은 드라마이고 세상은 무대라고들 말한다. 태어났을 땐 영웅이거나 천재이고, 연애할 땐 로맨스의 주인공이지만, 아프거나 늙어 죽어갈 땐 외롭고 처절한 비극 속의 인물이 되기도 한다. 물론 늘 주인공 역할만 맡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어떤 날엔 그저 행인이나 구경꾼 같은 엑스트라로 활약하기도 한다. 이렇듯 ‘삶이 드라마’라는 의미는 주로 인물역할과 스토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에 반해 ‘세상이 무대’라는 말의 뜻은 드라마를 둘러싼 좀 더 실질적인 문제들과 관련되어 있다. 이 책은 국내에서 공연된 10개의 작품들이 실제로 무대에 올랐던 이야기이다. 에피소드들을 양념처럼 곁들여가며 흥미를 던지지만, 끝자락엔 반드시 저자의 날카로운 비평이 따라온다. 가령 무용가 피나 바우쉬가 우리나라를 현지답사한 후 그 느낌을 살려 안무한 <러프 컷>에서 빨간 속옷을 입은 남자 무용수 몸 위에 배춧잎을 덮는 모습이 김치를 연상하게 한 모습은 인상적이었다고 하며 저자는 독자의 호기심을 먼저 끌어낸다. 뒤이어 왜 피나 바우쉬의 작품이 한국에서 찬사를 받을 수 있었는지 성공요인을 짚어주는 식이다. 2003년에 처음으로 야외경기장에서 시연된 오페라 <투란도트>는 어떤 점이 신선했는지, 그런데 왜 경기장 후속작품인 <아이다>는 코끼리까지 동원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흥행하지 못했는지 성패의 요인들을 찾아 짚어낸다. 무대는 예술의 현장이다. 현장은 디자인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 만인에게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 무대를 제대로 디자인하려면 시장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요하다. 요컨대 똑 부러지게 잘 된 기획력이 없으면 배우와 스토리가 아무리 최상급이어도 공연결과는 실패로 낙착되고 마는 것이다. 인생은 어떤 연극이어도 나름의 가치가 있겠지만, 공연의 경우는 오직 현명하게 기획된 무대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이야기의 기원

브라이언 보이드/남경태 | 휴머니스트 | 2013.01.28 | 612쪽


우리는 매일같이 많은 이야기를 보고 듣고 읽는다. 이야기에 대한 정의가 어떻든 간에 인간은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하는 것도 과장은 아니다. 자연스레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과 이야기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바로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보이드가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생물학자가 아니라 나보코프 연구로 유명한 영문학자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패러디한 제목을 붙인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이야기 또한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이야기를 포함하여 예술은 생존과 번식에서 이득을 얻기 위한 적응 과정의 일부라는 게 핵심 아이디어다. 이 주장을 펼치기 위해 그는 여러 단계를 밟아나간다. 인간의 본성은 따로 없고 오직 문화에 의해서 좌우될 뿐이라는 현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주장과 달리 인간이란 종의 공통적 본성이 있으며 이는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라는 것이 첫 단계다. 그리고 인간생활의 창조적인 면으로서 예술 또한 생물학적 뿌리를 갖고 있다는 게 두 번째 단계이고, 픽션 또한 인간의 적응 행동이라는 게 세 번째 단계다. 압축해서 말하면 “우리가 예술과 스토리텔링에 참여하도록 진화된 이유는 우리 종이 생존하는 데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닥터 수스의 그림책 『호턴이 듣고 있어!』를 사례로 하여 이야기 혹은 스토리텔링이 우리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설명한다. 묵직함이 느껴지는 고급 교양서라는 점이 독서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고비를 넘기고 일독하게 되면 새로운 시야가 펼쳐진다. 우리의 독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준다.

추천자 : 이현우(인터넷 서평꾼)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근후 | 갤리온 | 2013.02.01 | 320쪽


고령화 사회 본격화로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들이 부쩍 높아졌다. 특히 부모를 봉양했으면서도 자신은 자식들의 봉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베이비붐 세대에게 노후 대책은 발등의 불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노후 준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그러나 돈이 전부는 아니다. 돈은 충분한 데도 불행한 여생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행복한 노후, 즐거운 노후를 위해서는 돈 못지않게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얘기다. 이 책에는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기술 53가지가 담겨 있다. 그는 의대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은퇴 후에도 봉사활동 등 정력적인 사회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11년에는 76세 나이에 고려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해 화제가 됐다. 지금도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교육 등을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다채롭게 살아온 삶의 기록이자 그 과정에서 깨달은 지혜와 통찰을 담고 있다. 수많은 에피소드를 소재 삼아 풀어놓는 얘기 속에 노후를 행복하게 즐겁게 살아갈 노하우와 실용적 지식들이 담겨 있다. 경험에서 우러나는 얘기들 자체가 훌륭한 읽을거리이고 잔잔한 재미와 감동으로 이끈다. 부부관계, 자식들과의 관계에 대한 조언은 수많은 상담과 그 자신의 직접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학문적 동지인 아내와 사단법인 가족 아카데미아를 운영하고 있고 결혼한 2남 2녀의 자녀 가족 등 3대가 한 지붕 아래서 산다. “상대가 있는 대로 바라보고 불만스러운 점은 단지 조금 고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가 깨달은 행복한 부부관계 유지의 비결이다. 이 책은 유복한 인생을 살아온 노인의 인생담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10년 전 한 쪽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당뇨 고혈압 통풍 허리디스크 관상동맥협착 담석 등 7가지 병과 함께 살고 있다. 병마를 포함해 온갖 불편함에 순응하는 자세가 그의 삶을 즐거움으로 이끌었다. 또 인생을 살면서 재미있는 일만 골라 한 게 아니라 해야 할 일들을 재미있게 만들어갔다. 이게 바로 그의 재미있는 삶의 비결이다. 노년의 삶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40~50대에게 이 책은 위안과 함께 용기와 희망을 준다.

추천자 : 이계성(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



이승 만세 저승 만세

김윤 글, 이유진 그림 | 해와나무 | 2013.03.04 | 180쪽


죽음 뒤의 세계, 즉 저승은 어떻게 생겼을까?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누구나 궁금해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완전히 낯선 세계인 저승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 책은 우리 옛이야기에 나오는 상상 속 저승의 모습을 여러 이미지 - 죽은 영혼이 저승세계로 가기 위해 지나가야하는 어둠의 터널과,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저승왕들, 그리고 각각의 죄에 따라 가야하는 10개의 지옥, 죄 진 영혼을 변호해 주는 지장보살 등으로 생생하게 그려주고 있다. 이야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누게 된 두 외톨이, 열두 살 정만세와 할아버지 정만세가 저승사자의 실수로 저승세계에 함께 불려가는 걸로 시작된다. 하지만 한 명은 장례를 치르기 전인 3일 안에 이승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이를테면 3일 동안의 신나는 저승세상 모험이야기인 것이다. 열두 살 정만세는 저승에서 할아버지와 헤어지게 된 뒤 자살한 재수와 친구가 되어 할아버지를 찾아다닌다. 화탕 지옥이나 칼산 지옥 같은 여러 지옥을 거치면서 자살하는 어린이들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고, 어른들의 이기심이 어린이들을 자살로 몰아세우며 자살은 남은 가족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이승에서 한 일에 따라 저승에서 갈 곳이 정해지고, 죽은 자들의 죄도 살아있는 가족의 사랑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즉 이승과 저승은 나뉘어 있지만 또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저승관은 어린이들에게 무겁고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저승을 스마트폰과 엘리베이터 같은 정보화된 모습으로 그려놓아 그런 우려를 재치 있게 비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설정은 온라인 기기에 익숙한 어린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쉬이 빠져들게 해주기도 한다. 이야기의 소재가 신선하고, 열두 살 정만세의 지옥 모험을 함께 하는 어린 독자들에게 죽음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되며 지금의 삶을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줄 것 같다.

추천자 : 오은영, 이상희(동시 동화 작가, 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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