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오늘도 '미소를 잃지 않고, 개인적인 감정을 업무에 반영하지 않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 속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얼굴 표정이나 몸짓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감정을 관리'하는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의 의미와 중요성은 최근 포스코 에너지 임직원의 기내폭행 사건 등으로 다시 한 번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한국고용직업분류(KECO) 중 관리직, 경영재무직, 사회서비스직, 판매 및 개인서비스직, 농림어업직에 속한 세분류 직업 203개를 분석한 '감정노동의 직업별 실태'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란 용어는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가 처음으로 사용했으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을 불러오기도 한다.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직업의 예로는 고객을 항상 친절하게 대하고 미소를 잃지 않도록 교육받는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의 판매 근로자를 꼽을 수 있다. 판매 근로자는 고객을 응대할 때 자신의 내면적 감정과는 다른 상냥함, 친절 등을 표현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노동을 장기적으로 수행한 근로자들 중 상당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을 비롯한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에 노출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정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직업군은 음식서비스 관련직, 영업 및 판매 관련직, 미용, 숙박 여행, 오락, 스포츠 관련직,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 등의 순이었고, 세분류별로는 항공기 객실 승무원, 음식서비스 관련 관리자, 홍보 도우미 및 판촉원, 통신서비스 및 이동통신기 판매원, 텔레마케터, 결혼상담원, 웨딩플래너, 의사, 경찰관, 소방관, 경호원, 검침원, 장례상담원 및 장례지도사, 아나운서 및 리포터, 마술사, 배우 및 모델, 연예인 및 스포츠 매니저 등이 감정 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을 상대적으로 적게 수행하는 직업군은 농립어업 관련직, 문화, 예술, 디자인, 방송 관련직, 교육 및 자연과학, 사회과학 연구 관련직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은 대인관계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과 관련이 많고, 감정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직업일수록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고 업무 자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감정노동의 수행 빈도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으며, 연령별로는 30대 이하 연령대에서 더 많이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별로 보면 전문대학 졸업자와 고등학교 졸업자가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빈도가 가장 높았는데, 이는 각종 판매원과 영업원의 다수가 전문대학과 고등학교 졸업자인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직장 유형별로는 공공기관 등 보다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직업인들이 상대적으로 감정노동을 더 많이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민간 기업이 시장에서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경우가 더욱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비스 산업의 확대 발전에 따라 다수의 직업인이 감정노동에 노출되고 있는 가운데 감정노동에 대한 교육훈련 확대의 필요성이 중요시 되고 있다. 감정노동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해소 기술, 적절한 고객 응대 방법, 감정노동 종사자의 권리, 감정노동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 보상 방법 등이 절실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감정노동은 일자리 창출 및 일자리 성장 변수와 정적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어, 감정노동 수행 일자리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감정노동으로 인한 폐해를 산업재해의 범주에 포함하고 감정노동에 관한 정부의 책무를 명시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유진 건강의학전문기자 cyj82@hidoc.co.kr
출처 http://media.daum.net/life/health/special/newsview?newsId=20130506142118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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