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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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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교실(10편 수록)
작성자 김순태 등록일 09.09.08 조회수 164
 

바다가 보이는 교실 1

            -우리반 내 아이들에게


                                    -정일근-

너희들 속으로 내가 걸아가야 할 길이 있구나

저 산에 들에 저절로 돋아나 한 세상을 이룬

유월 푸른 새 잎들처럼, 싱싱한

한 잎 한 잎의 무게로 햇살을 퉁기며

건강한 잎맥으로 돋아나는 길이 여기 있구나

때로는 명분뿐인 이 땅의 민주주의가,

때로는 내 혁명의 빛바랜 꿈이,

칠판에 이마를 기대고 흐느끼는

무명 교사의 삶과 사랑과 노래가

긴 회한의 그림자로 누우며 흔들릴 때마다

너희들은 나를 환히 비추는 거울

나는 바다가 보이는 교실 창가에 서서

너희들 착한 눈망울 속을 조용히 들여다보노라면

저마다 고운 빛깔과 향기의 이름으로

거듭나는 별, 별들

저 신생의 별들이 살아 비출 우리 나라가 보인다

내 아이들아, 너희들 모두의 이름을 불러 손잡으며

걷고 싶어라 첫새벽 맨발로 걷고  싶어라

너희들 속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고

네가 걷고 걸어 가 닿아야 할 그 나라가 있구나.




바다가 보이는 교실 6

    -어린 천사가 된 윤우열에게


                                  -정일근-

심장병을 앓은 우열이 체육 시간이면

바다가 환히 보이는 운동장 한켠

가을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색종이를 접어 종이비행기를 날린다.

솔숲 사이 바다로 굽어져가는 푸른 오솔길을 따라

단숨에 달려갈 수만 있다면, 새가 되어

바람이 되어 훨훨 날아갈 수만 있다면

우열이의 꿈은 종이비행기가 되어 날아간다

푸른 하늘 푸른 새를 꿈꾸는 우열아

숨이 가빠져울 때마다 은행나무에 이마를 기대는

늘 고통과 함께해온 열다섯 전생애를 용서해라.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죽음의 예감마저

모두 용서하며 바라보아라

네 손을 떠난 색색의 종이비행기가

저리도 아름다운 몸짓으로 훨훨훨 날아가

솔숲 사이 바다로 달려가는 오솔길은 단숨에 지나고

바다를 건너 산을 넘어

삶과 죽음의 거리 또한 자유로이 지나

우리가 돌아갈 신의 마을로 날아가고 있구나

우리 다 함께 슬픔없이 돌아가 뛰놀

그 마을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보며

색종이로 곱게곱게 접혀 날아가는 종이비행기를 본다

영혼을 날리는 우열이의 종이비행기를 본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8

              -통일 전망대 오르며


너희들은 알겠니.

남녘 끝 진해에서

부산 포항 강릉 주문진 속초 화진포 지나

강원도 고성군 수복 지역 이곳까지

전세 내어 달려온 신형 관광 버스로도

장전 통천 원산 흥남 성진 청진

이제 더 갈 수 없는

하늘과 땅과 바다가 있음을

너희들은 알껬니

민통선 북방 마을 지나

마달리 고개 오르며

이제 저 목시 아 나라의 끝이다.

가고 싶어도 더 이상 갈 수가 없구나

이 곳은 이름하여 통일 전망대

보아라 남쪽 아이들아.

저기 육안으로도 환히 보이는

저 산이 금강이란다.

저 금강 너머 서해 바다 끝은 사리원 남포

우리는 같은 위도 위에 서 있지만

더 이상 갈 수가 없단다.

만날 수도 없단다.

통일 전망대에 올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힘차게 부르는

남쪽 우리 반 내 아이들아

통일은 전망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라.

저 산 너머에도 하늘과 땅과 바다가 있단다.

마을과 사람과 길이 있단다.

오늘은 다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이 있음을 알아라.

그 길의 아픔을 알아라.

내일은 너희들이 걸어가야 하는 길임을 알아라.



바다가 보이는 교실 9

          -첫눈



잠시 교과서를 덮어라.

첫눈이 오는구나

은유법도 문장 성분도 잠시 덮어 두고

저 넉넉한 평등의 나라로 가자.

오늘은 첫눈 오는 날

산과 마음과 바다 위로 펼쳐지는

 끝없는 백색의 화해와 평등이

내가 너희들에게 준 매운 손찌검을

너희들 가슴에 칼금을 그은 편에

스스로 뉘우치게 하는구나.

잠시 교과서를 덮어라.

순결의 첫눈을 맞으며

한 칠판 가득 적어 놓은

법칙과 법칙으로 이어지는

죽은 모국어의 흰 뼈를 지우며

우리들 사이의 먼 거리를 하얗게 지우자.

흰 눈발 위로 싱싱히 살아오는 모국어로

나는 너희들의 이름을

너희들은 나의 이름을

사랑과 용서로 힘차게 불러 껴안으며

함몸이 되자.

한몸이 되어 달려 나가자.





바다가 보이는 교실 11

    -새벽 리코더 소리



음악 실시 시험이라도 있는 것일까

새벽 빈 교실에서

누군가 리코더를 불고 있네.

열세 살 온 영혼 리코더에 담고서

서툴게 한 음 한 음

머나먼 스와니 강 홀로 건너가고 있네.

아름다워라 새벽 리코더 소리여.

맑은 영혼의 향기여

나의 가르침 나의 시에도

저리 맑은 영혼 담을 수는 없을까

내 영혼은 어떤 향기를 머금고 있을까

조용 조용 발길 되돌리며

착하게 뉘우치는 순결한 새벽

환하고 따뜻한 아침 오네.

가슴 열어 부둥켜안고 싶은

눈부신 아침이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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