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고교 졸업 후에도 당당하게 야구 선수로 뛰는 모습을 보여줘 후배들과 많은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던져주고 싶습니다\"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아로 구성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 에이스이자 중심타자였던 장왕근(19)은 열정만은 어떤 선수에 뒤지지 않지만 요즘 진로 고민 때문에 잠을 설치기가 일쑤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음에도 선수생활을 계속 혹은 중단해야 될 지 갈림길에 놓여 있어서다.
졸업 예정자 8명 가운데 평택복지대학 입학이 확정된 포수 출신 이현철(19)을 제외한 6명도 장왕근처럼 사정이 딱하기는 마찬가지.
3년 전 야구팀을 처음 만들어 일반대회에 출전했을 당시 이들은 시련과 좌절을 넘어 장애와 편견을 이겨낸 `희망의 전도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들은 요즘 현실의 높고 차가운 벽에 부딪혀 참담함을 맛보고 있다.
야구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이들을 선뜻 받아줄 곳이 많지 않고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어려운 가정 형편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야구팀을 꾸려왔던 조일연(52) 성심학교 교감은 이들의 뜻을 꺾지 않으려고 백방으로 뛰어봤지만 그다지 소용이 없었다.
실업팀 창단을 위해 서울시청과 충북도청, 강원랜드 등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국내에 장애인 야구대회가 없어 팀을 만들기 어렵다는 공허한 답변만 돌아왔다.
급해진 조 교감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사장으로 있는 재일동포 사업가 손정의씨에게 여러 경로로 창단을 부탁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또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우승 청부사\'에서 구단 최고 경영자로 변신한 김응용 삼성 라이온즈 사장에게도 선수 한 명이라도 2군 연습생으로 키워달라고 `SOS\'를 쳐 놓은 상태다. 그렇다고 아직 완전히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프로야구 삼미 슈퍼스타즈 투수 출신으로 자신을 소재로 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개봉으로 유명세를 탄 뒤 국제디지털대학 사령탑을 맡은 감사용(48)씨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감 감독은 선수를 보내주면 열심히 지도해 프로팀에 진출시키겠다며 두 차례나 충주 성심학교를 찾았고 특히 거포 자질의 장왕근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장왕근은 184㎝, 84㎏의 좋은 체격 조건에 작년 4월 `아름다운 꼴찌팀\' 서울대 야구부와의 친선경기 때 홈런을 때렸을 정도로 파워도 겸비한 선수.
소리가 들리지 않아 수비할 때 공의 방향을 순간적으로 캐치하는 순발력이 떨어지는 게 흠이지만 집중력이 뛰어나 선구안이 좋은 건 강점이다.
하지만 학비 일부를 면제해주겠다는 `장학생\' 영입 약속에도 장왕근 등 졸업 예정자들은 감 감독의 이런 제안이 `그림의 떡\'이다.
글러브와 배트 등 장비 구입비와 각종 대회 출전에 따른 경비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가정 형편이 힘들기 때문이다.
장왕근은 특히 동생 영태(16)가 성심학교에서 야구를 하고 있고 부모님 모두 같은 청각장애를 갖고 있어 대신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딱한 처지다.
성심학교 박정석 야구부장은 \"우리 선수들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공을 잡아본 경우가 허다한 데 3년 만에 실력이 부쩍 늘었다. 체계적 훈련만 받는다면 일반 선수 못지 않게 성장할 수 있다. 단 한 명이라도 선수 생활을 계속한다면 후배와 많은 장애인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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