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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게시 담당자 : 정보, 생활담당

고통 준 사람 용서하지만 사랑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합니다.
작성자 송면초 등록일 09.04.01 조회수 271
꽃동네 오웅진 신부의 말입니다.
솔직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지요?

[인터뷰]8년 만에 ‘명예’ 회복 오웅진 꽃동네 신부


“30년 전 초심으로 남은 소명 다할 것”

초기 후원금 年20억씩 급감…꽃동네 망한다 소문도

고통 준 사람 용서하지만 사랑하려면 시간 더 필요

“이제야 구름이 걷히고 안개도 비로소 사라진 것 같습
니다.”

지난해 12월 27일 대법원에서 업무상 횡령과 사기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확정된 데 이어 최근 8년간을
끌어 온 인근 광산을 상대로 한 광업권 설정허가 및 채
광인가 취소 행정 소송에서도 고등법원의 원심판결을 뒤
집는 대법원의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낸 꽃동네 오웅진
(64) 신부는 담담한 어조로 소감을 말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이’들의 보금자리였
던 꽃동네가 ‘비리의 온상’처럼 비치고 설립자이자 정
신적 지주였던 오 신부가 ‘파렴치한 사기꾼’처럼 매도
돼 온 혹독한 세월을 그는 묵묵히 견뎌냈다. 꽃동네를
옥죄던 송사에서 벗어났으나 인터뷰를 고사해 온 그가
한밤중 찾아간 기자에게 비로소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
다.

2000년 10월 12일 충북 음성 지역 문화행사에 참석했던
오 신부는 우연히 군청 측이 꽃동네 인근에 광산을 허가
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혹독한 ‘시
련’의 시작이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해당 행
정기관에 이의신청을 내 지하수 및 환경보전을 호소했으
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행정소송을 내게 됐다. 밀
고 당기는 줄다리기가 계속되던 2002년 5월 21일 경찰
과 군청 직원들이 합동으로 꽃동네에 들이닥쳤다. 청와
대에 오 신부에 대한 횡령 및 부동산 투기 의혹과 불법
산림훼손에 관한 진정서가 접수됐다는 것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 났으나 검찰은 사건
을 넘겨받아 꽃동네에 대한 계좌추적 등 전방위 내사를
시작했다. 2003년 1월 21일에는 한 인터넷 매체와 방송
사에서 ‘오웅진 신부 34억 원 횡령 의혹’이라는 뉴스
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꽃동네는 순식간에 쑥대밭이
됐고 오 신부는 곧바로 ‘죽일 놈’이 됐다.

“2002년 120억 원에 달했던 후원금이 다음 해 100억 원
으로 떨어졌고 해마다 20억 원씩 더 떨어졌습니다. 정기
적으로 회비를 내던 회원이 15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급
감했지요. ‘꽃동네가 망하고, 인근 주민들은 다 이주하
게 된다’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4000여 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 꽃동네는 ‘현상 유지’
조차 힘겨워 졌다. 검찰은 꽃동네 수도자 등 300여 명
의 참고인을 조사해 1만5000쪽 분량의 방대한 수사기록
을 작성해 오 신부와 수사, 수녀, 주민, 환경운동가 등
5명을 업무상 횡령과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
소했다. 오 신부 등에 대한 1심 공판만 2년에 걸쳐 27회
가 열렸고, 그는 그때마다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받아
야 했다.

8년 만에 ‘명예’를 회복한 꽃동네는 설립 32주년인 이
달 8일 비로소 성당과 수도원, 수녀원 등 남녀 수도자들
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가난한 사람을 구원하려면
가난한 사람보다 더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오 신부
의 지론에 따라 그동안 300여 명의 꽃동네 수사와 수녀
들은 가족들의 공간에 얹혀살거나 옥상의 조립식 가건
물 등에서 생활해 왔다.

“수도자들에게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
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같이 우러름을 받는 세상’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세상’을 위해 헌신하자
고 당부했습니다. 저 또한 1976년 전 재산 1300원으로
꽃동네를 시작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제게 맡겨진
소명을 다할 것입니다. 제게 고통을 준 사람들을 용서하
지만 그들을 사랑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듯합
니다.”

음성=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80919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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