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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공부 여기서 하자-가장/ 제일
작성자 이정희 등록일 12.03.14 조회수 91

가장, 제일


사람에게는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속성이 있나 보다. ‘기네스북’ 이란 책도 그러한 인간의 속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 제일 , 최초 , 최고 등등의 낱말을 좋아하는 것도 무엇이든 ‘으뜸’을 추구하는 속성의 나타남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낱말을 마구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방송을 듣다 보면,


   (1) 여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난 해수욕장 가운데 하나인 경포대 해수욕장입니다.


와 같은 식의 말을 드물잖게 접하게 된다. 그리고


   (2)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제         일 중요합니다.


와 같은 식으로 제일 을 유난히 즐겨 쓰는 사람들도 꽤 많다.

 국어사전에서는 가장 을 ‘여럿 가운데 으뜸으로’라고 풀이하고 있다. 으뜸은 하나인 것이 상식이다. 그러니 제대로 따지면 (1)과 같은 말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다. ‘가장’ 이름난 해수욕장이 ‘여러’ 곳이라는 뜻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공 방송에서, 그것도 비중 있는 사회자가 공공연히 거짓말을 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경우에는 가장 이란 낱말을 꼭 쓸 필요가 없다. 굳이 한정어를 써야겠다면 매우널리 를 써 봄직하다.

제일 의 뜻은 가장 과 같다. 그러므로 (2)와 같은 말은 들을이에게 신뢰감을 주는 데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이것도 ‘제일’ 중요하다, 저것도 ‘제일’ 중요하다고 하니, 듣는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도 제일 대신에 매우 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아주, 매우


부사 되우, 세우, 겨우, 매우, 자주, 너무, 나수 들은 그 짜임새의 역사적인 내력이 같다. 모두 형용사의 어간에 접미사 -우 가 녹아 붙어서 된 것으로, 각각 되+우, 세+우, 겹+우, 맵+우, 잦+우, 넘+우, 낫+우 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중에서 겨우, 매우, 자주, 너무 들은 오늘날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너무 를 그 본뜻과는 달리 사용하는 일이 매우 많다. 이 낱말의 본뜻은 ‘한계나 정도에 지나치게’ 또는 ‘분량에 넘게’이다. 다음 (1)은 이러한 뜻을 제대로 살린 보기라 하겠다.


   (1)ㄱ. 그 아이가 바나나를 너무 먹었어.

      ㄴ. 마을 주민들이 너무 많은 요구를 한다.

      ㄷ. 너무 심하게 나무라는군.


 (1)의 너무 는 각각 “먹었어, 많은, 심하게”를 한정하고 있는데, 다 같이 ‘알맞은 정도를 넘어’의 뜻을 나타낸다. ‘알맞은 정도를 넘’었으니, 당연히 ‘부정적’인 의미가 전제된다.

 이와 비교하면서 (2)를 살펴보자.


   (2)ㄱ. 영민이는 너무 착하다.

      ㄴ. 그것은 너무 좋은 의견이다.

      ㄷ. 그 가수는 노래를 너무 잘 부른다.

 

 (2)ㄱ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사람은 ‘보통으로’ 착해야 하는데, 영민이는 그 정도를 넘게 착하며, 그래서 못마땅하다는 뜻이 된다. 물론 이런 뜻으로 한 말이라면 문제가 없겠으나, ‘매우 착함’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라면 (2)ㄱ은 전적으로 잘못된 표현이다. (2)의 ㄴ, ㄷ도 이런 점에서 같다. 상식적으로 ‘좋은’ 것에는 한정이 있을 수 없으며, 가수가 노래를 잘 불러야 하는 것에도 한정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정적이거나 못마땅한 의미를 나타낼 목적이 아니라면, 너무 를 써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학생 성적표의 평가란에 쓰는 말을 너무 못함-못함-보통-잘함-너무 잘함 이라고 한다면 수긍이 되겠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럴 때의 너무매우아주 로 바꿔 (2)´와 같이 표현해야 한다.

   (2)´ㄱ. 영민이는 매우 착하다.

       ㄴ. 그것은 아주 좋은 의견이다.

       ㄷ. 그 가수는 노래를 매우 잘 부른다.


 그러나 다음 (3)과 같은 말은 올바른 표현이다. 뒤에 따르는 말을 잘 살펴보자.


   (3)ㄱ. 영민이는 너무 반가워서 말을 잇지 못했다.

      ㄴ. 그의 걸음이 너무 빨라서 우리들이 따라가기 힘들었다.

      ㄷ. 그 가수는 노래를 너무 잘 부르기 때문에 대중들이 이해를 못한다.


 (3)의 ㄱ은 ‘반가움’이 ‘말을 이을 정도’를 넘어섰다는 뜻이 되며, ㄴ은 ‘걸음의 빠르기’가 ‘우리들이 따라갈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뜻이 되며, ㄷ은 ‘그 가수가 노래를 잘 부르는 정도’가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문맥에서는 너무 가 올바르게 사용된 것이다. 이런 경우엔 매우아주 로 바꾸어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중요시여기다 매학기


역전 과 같은 낱말을 ‘곶감겹말’이라 이름지은 학자가 있다. 곶감꽂이(나무)에 감을 겹쳐 꽂아 말린 곶감과 같이, 같은 뜻을 나타내는 요소를 겹쳐 만든 낱말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이 곶감겹말 가운데 어떤 것은 표준 낱말로서 통용되지만, 또 어떤 것은 표준으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역전앞 은 표준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보기이다.

 그런 것 가운데 또 중요시 여기다 가 있다. 이 낱말에서 겹친 요소는 여기다 이다. 는 한자로 視로서, 그 뜻이 곧 ‘보다, 여기다’이므로 뒤따르는 여기다 와 겹치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시여기다는 잘못된 것이며, 이 대신에 중요시하다 라고 해야 한다. 또는 중요하게 여기다 라고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보기를 들어 다시 말하면, (1)은 잘못된 것이며 (2)가 바른표현이다.


   (1) 김 회장은 의리를 중요시여긴다.

   (2) 김 회장은 의리를 {중요시 한다/중요하게 여긴다 }.


 이와 똑같은 구조의 낱말로서 문제시 여기다 , 등한시 여기다 , 신성시 여기다 들이 있다. 이들은 각각 문제시하다, 등한시하다, 신성시하다 로 바꾸어 사용하거나, 각각 문제로 여기다, 문제로 삼다; 등한하게 여기다, 등한히 여기다; 신성하게 여기다 로 바꾸어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다음 (3)의 학기 마다 , 분기 마다 도 곶감겹말이다.


   (3)ㄱ. 학기마다 대학 등록금이 오른다.

      ㄴ. 분기마다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매(每) -의 뜻이 ‘마다’이니, 뒤에 오는 -마다와 의미적으로 겹친다. 이것이 중요시여기다 와 다른 점은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두 형태가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다음 (4)와 같이 학기마다 , 분기마다매학기 , 매분기 중에서 한쪽만을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4)ㄱ. {학기마다 / 학기} 대학 등록금이 오른다.

      ㄴ. {분기마다 / 분기}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매(每) 로 말미암은 잘못은 꽤 많다. 매해마다, 매시간, 매주, 매회계연도마다, 매학급마다, 매사업장마다, 매제품마다, 매수혜자마다 들이 모두 그런 부류의 잘못이다. 다 같이 매--마다 중에서 하나만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어느 쪽을 써서 아무런 어색함이나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마다 를 선택하여 해마다, 시간마다, 주마다, 회계연도마다, 학급마다, 사업장마다, 제품마다, 수혜자마다 들을 쓰는 것이 더 좋겠다.


실내 체육관 을 허물자


이제 우리나라에도 체육 활동의 장소가 많이 생겼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실내 장소와 실외 장소가 그것이다. 실외 장소를 보통 운동장 이라 하고, 실내 장소를 체육관이 라 한다. 그런데 체육관을 실내 체육관 이라 하는 것을 자주 접한다. 또 공식 명칭이 ○○ 실내 체육관 이라 붙은 곳도 있다.

 그러나 실내 체육관 은 올바른 말이 아니다. 그 까닭은 역전앞 이 올바른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체육관 이라 할 때의 관(館)이 ‘집, 실내’임을 뜻하므로, 그 앞의 실내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체육관 이면 충분하다.

 만약 공식 명칭이 ○○ 실내 체육관 으로 된 곳이 있다면, 하루바삐 ○○ 체육관 으로 고쳐야 할 것이다. 그래야 또 다른 실내 체육관이 생겨날 여지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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