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는 한없이 부끄러운 그대가 우리에게는 하늘 같은 사람입니다.”
충북 진천 서전고에 재학 중인 박시은 학생이 쓴 독립운동가 보재 이상설(1870~1917) 선생 추모 시다.
이상설 선생은 1907년 4월 “을사늑약은 대한제국의 뜻에 반하고, 국제법(공법)을 따르지 않은 원천 무효”라는
내용의 고종 황제의 칙서를 갖고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로 참석하려고 했던 인물이다.
일제의 방해로 뜻을 이루진 못했다.
충북 진천에서 나고 자란 선생은 법부협판, 의정부참찬 등을 지냈으며, 을사늑약 뒤 관복을 벗고 국권회복운동에
앞장서다 중국·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1906년 북간도 연길 용정(룽징)촌에 민족교육의 요람 ‘서전서숙’을 세웠다.
이 서전서숙을 이어받아 선생의 순국 100돌을 맞은 2017년 서전고가 개교했다.
서전고에는 선생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먼저 체육관 벽면에 고종 황제의 밀서를 그대로 새겼으며,
교정엔 그의 동상이 설립됐다. 학교 1층에 들어서면 그의 생애, 헤이그 특사 과정, 서전서숙 설립, 화보 등을 담은 ‘이상설 존’이 맞는다.
서전고는 올해부터 2학년 생활·교양 영역에 ‘독립운동가의 생애와 사상’ 교과를 편성했다. 이 시간엔 독립운동사와 역사, 이상설 선생 관련 교육을 진행할 참이다. 또 학교 안팎에서 선생을 추모하는 행사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 중국 룽징 등 선생의 유적을 답사하고 있다. 학생들은 다음달 1일 3·1절 100돌을 맞아 학교에서 돌실공원까지 만세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한상훈 교장은 “선생이 세운 서전서숙의 뜻을 현대적, 미래 지향적으로 이은 것이 서전고다. 학생들이 자율과 참여로 선생의 애국혼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