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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충북일보 교장 칼럼
작성자 민병하 등록일 15.03.16 조회수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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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생 내공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투명망토가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용도로 활용할까? 정치인들은 누가 자기 등에 비수 꼽을 사람인지 확인하려 들 테고, 경제인들은 자기 돈을 훔쳐가려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담벼락 오줌 자욱으로 골치가 아픈 사람은 어떤 놈이 밤에 오줌을 갈기는지 지켜보겠지. 그러고 보니 투명망토는 감시용 카메라로 적격이네.
 
우리 학생들에게 "만약에 투명망토를 입고 딱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면 어디에 써보련?"하고 물어보았다. "북한의 김정은을 암살하러 가겠다. 여학생들이 수업 시간에는 어떻게 공부하는지 들어가 살펴보겠다. 그리고 전쟁이 나면 피신을 하겠다"는 대답이다. 망토 입고 선생님을 해 한다던가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 기말고사 문제지를 훔친다는 말이 안 나오니 한편 다행이다.

한 연구단체에서 고등학생 대상으로 '투명망토를 입고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북한의 김정일을 처단하겠다. 미국의 첨단 산업 기밀을 빼 내 국익에 도움을 주겠다. 비리정치인의 뒷거래를 폭로하겠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응답은 뒷담화 까는 아이가 누군지 밝히겠다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의 고민은 이런 거다. 자기 험담을 듣는 것이 제일 껄끄러우니 투명망토도 그런데 활용하고 싶은 거겠지. 요즘 학생들은 겁이 많은 것 같다. 자신을 위한 옹성을 겹겹이 쌓아놓고 그 안에 남을 들이기를 무척 꺼린다. 그러니 조금만 공격을 당했다 여기면 이에 대하여 당당히 나가서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분노로 표출한다. 분노는 자기뿐 아니라 남에게도 많은 상처를 주니, 이런 학생들에게 내공(內功)을 키워주면 어떨까.

내공이란 무엇인가. 중국 무술에서 '힘' 혹은 '에너지'를 공력(功力)이라 하는데 이것은 뼈와 근육에서 나오는 외적인 공력과 내부의 기운(氣)을 단전호흡이나 운기를 통하여 나오는 내적인 공력으로 나뉜다. 여기서 '내적인 공력'을 줄여 내공이라 부른다. 무협지에 제일 많이 언급되는 말이 '내공'이다. 그러므로 내공은 '숨겨진 힘' 또는 '남몰래 갈고 닦은 힘' 정도의 의미이다.

청주 지하상가가 생기기 전의 일이다. 필자가 그 길을 지나다 시간이 남기에 인근의 악기점에 들렀다. 진열대에 놓인 단소 가운데 하나를 집어 무심코 숨을 넣어보는데, 마침 옆에 있던 사람이 내 부는 소리를 듣고는 '10년 공력이시군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아니 저 사람은 얼마나 고수이관데 내 한번 소리로도 10년 분 경력을 맞춘단 말인가. 그때 정말 10년 정도 단소를 잡은 해였기에 놀람을 지나 경악할 지경이었다.  

그러면 내공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무림인이라면 운기로 키우겠지만 학생은 모름지기 독서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은 여타 학생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실내에서 행동거지가 조심스럽고, 말에 조리가 있고 사리분별력이 뛰어나다. 

지하철에 탄 시민들이 책 읽는데 몰두해 있고, 우리 학생들도 식탁에서 전화기만 보지 않고 어른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에 참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하다보면 내공도 자연 쌓여가고, 더불어 뒷담화 같은 것에도 덤덤해질 것이다. 그래! 이젠 모두가 책을 읽을 때다. 그래서 학생들이 덩달아 내공을 키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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