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말에 싹이 돋고 잎이 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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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0.10.29 | 조회수 | 51 |
고들빼기는 씨가 잔게 흘게앋 섞어 뿌리고 도라지는 잔설 있을 때 심거야 썩지 않는다네 진안장 귀퉁이 주재순 할매의 씨앗 가게 콩씨 상추씨 아주까리씨며 참깨씨랑 요모조모 다 있는 씨오쟁이 마다 쌔근거리는 씨들 요렇게 햇볕 좋고 날 따수어야 싹이 튼다네 흙이 보슬보슬해져서 간지럼도 태우고 보슬비도 와서 촉촉해져야 쑥쑥 자란다네 세상에 저 혼자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고 다 씨가 있어야 나온다는 할매 말에 금세 수숫잎이 일렁이고 해바라기가 돌고 배추가 깍짓동만 해지고 참깨가 은종을 울리는 장터, 이제 스스로는 무얼 더 생산할 수도 없이 유복자가 해 준 틀니에 등은 온통 굽었는데 나는 작은 게 좋아, 요 씨앗들이 다 작잖아, 요것 한 줌이면 식구들 배불리 먹인다는 할매는 길 걸을 때면 발길 닿는 데마다 씨오쟁이를 열어 갓씨 고추씨 오이씨 죄다 뿌린다네 할매에겐 땅 한 뼘 없어도 걸어 댕겨 보면 천지에 온통 오목조목 씨 뿌릴 땅이어서 어느 누가 거두어 가든 상관 않고 뿌린다네 누가 됐든 흡족하게 묵으면 월매나 좋겄냐고.
고재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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