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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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0.10.01 | 조회수 | 23 |
지금은 남의 땅ㅡ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냄 마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끄을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갑부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혽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은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팔목이 시도록 매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은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뺴앗겨 봄조차 뺴앗기겠네
이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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