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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박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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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쓸기
작성자 박주리 등록일 10.10.21 조회수 28

특활 시간에는 뭘 할지 이것 저것 생각해봤는데. 도통 모르겠다. 3학년은 다음주 월요일이 시험이라 시험 공부 한다고 하고, 1,2학년은 봉사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밖에 나갔다. 봉사 하는 일은 낙엽을 쓸어 담는 일인데. 그다지 어렵진 않을 것 같았다. 그냥 쓸고 담아서 버리면 되는 거니까. 우리가 딱 나오니까 1학년 남자애들이 야유를 보냈다. 왜 이렇게 늦게 나오냐며 빨리 빗자루 갖고 와서 쓸으라는 둥. 너네 맡은 일이나 무사히 하기를 바랄께. 2학년 봉사는 알아서 할꺼니깐. 그래서 우리는 교문 앞쪽에 있는 낙엽을 쓸기로 했고, 1학년은 수돗가 주변을 쓸었다. 쓰는 것까진 쉬웠다. 애들이 쓰는데 몇마디 불평을 하는 것으로 보아,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빗자루는 영 아닌 것 같다. 보통 마당을 쓰는 빗자루는 싸리 나무로 주로 만든다고 하는데. 옛날 것을 고집하는 이유가 다 있는 것 같다. 확실히 그 삐죽삐죽한 싸리 나무 빗자루가 훨씬 잘 쓸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그 플라스틱 빗자루가 아예 안 좋은건 아니다. 다만 옛날 것이 더 좋다는 것. 그런데 방해꾼이 있다는게 좀 걸렸다. 낙엽을 쓸고 가면 바람이 불어서 낙엽을 다 날려버리고, 그 쓸고 있는 먼지를 내 호흡기로 보내주고, 내 입속은 먼지가 들어갔는지 텁텁했고. 기분은 너무나 찝찝하고. 꺼림칙했고. 무사히 우리 땅(?)은 다 쓸어 담았다. 그리고 1학년 쪽 가니까 쓸은 걸 버리지는 않아서 애들끼리 담아서 버렸다. 의외로 봉사가 수월한 일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낙엽들은 이제 시작이다. 수없이 떨어질 거다. 그건 또 누가 계속 쓸어야 할까? 가을은 좀. 춥고. 짜증나고. 복잡하고. 풍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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