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깜박하고 도시락을 두고 와서 저녁을 빵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예지랑 돌아다니다가 영어쌤 만나서 이야기 좀 하고 또 오빠들이랑 개그 좀 치고. 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좀 지났다. 금새 어두워져서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러다가 두용이 오빠가 내가 상연이 오빠 얼굴 보고 부끄러 한다는 둥 말도 안되는 소리로 나를 빡치게 해서 오랜만에 육상 선수 뺨치게 뛰게 했다. 그래서 오빠에게 응징을 하고 뒤돌았을 때, 지갑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형기 오빠가 내 지갑가지고 튀었다는. 난 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막 뛰었다. 오빠를 잡고 지갑을 열어 보았는데. 돈은 그대로였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해서 돈이 없어졌다고 오빠한테 장난을 쳤다. 오빠는 다 아는 것 같은 눈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서 거들먹 거렸다. " 얼마야? 얼만데? 내가 주지 " 이런 식? 진짜 짜증났다. 그러더니 알 수 없는 현란한 무늬의 뱀가죽 지갑을 꺼내더니 거기서 오만원을 꺼냈다. 그리곤 내 눈 앞에서 그 돈을 흔들어대는. 지금 누구 앞에서 자랑하는 거여. 아 순간 짜증나서 " 그래 그 돈 줘 " 하면서 장난으로 돈을 쥐었다. 그 순간 오빠가 꽉 붙들고 있던 터라 돈이 반 찢어졌다는. 그 오만원이. 와우. 신사임당님 얼굴 없어졌어여. 오빠는 오열하고, 눈에 불을 켜고 나를 노려봤다.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지만 뭔가 찝찝했다. 상연이 오빠가 은행에 가면 다시 바꿔준다는 말을 듣고서 안도감의 표정을 짓던 김형기 오빠. 아. 그니까 왜 내 앞에서 잘난척을 하세요. 미쳐요. 미쳐. 그리곤 지숙이랑 예지랑 만나서 그 이야기를 했다. 애들은 내가 오빠 흉내를 내니까 뭐가 그렇게 웃긴지 막 웃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성대모사를 좀 비슷하게 한 것도 같은데. 약간 어눌한 말투로. 불안정한 음색. 뭐 이정도? 어쨋든 야자가 끝나고 오빠가 진지한 표정으로 미안하단 말을 했다. 솔직히 오빠도 나한테 승질을 심하게 내긴 했지만. 나한테도 잘못이 있으니까 나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했더니. 그 후에 돌아오는 말. " 그래 너도 솔직히 미안하지? 미안해야해. " 이건 뭐? 애써 진심으로 말했더니 때려버리고 싶은 말로 나를 돌아서게 한 오빠님. 아 왜 그러냐고요. 그 말만 안 했어도. 내가 날라가진 않았지.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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