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간단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닌 문제를 여기서 논하고 싶다. 물론 그 문제는 나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주체는 나다. 요즘 들어 학교 오기가 너무 싫고. 여러 사람을 보는 것이 귀찮고. 공부하는 것도 귀찮다. 그리고 말하는 것도 사실 귀찮다. 근데 내 성격상으로는 한번 입을 열면 주저리 주저리 말하게 된다. 내 의도가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적으로 술술 나오는 말들이 나도 신기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내가 어이 없다. 난 지금껏 쌓여 왔던 모든 감정을 표출해버릴 것이다. 물론 내 속 깊은 곳에 있는 응어리까지는 뱉지는 못할 테지만, 최근 들어 스트레스 받는 일을 이 자리에서 논해보고자 한다. 학교 오기 전에도 기분이 나쁘고 학교 와서도 기분이 나쁘다. 나뿐만이 아니다. 우리반 애들은 학교에 오면 다들 기운이 없고. 책상에 가만히 엎드려 있는 애들이 많다. 정말 밤에 공부를 열심히 하나보다. 애들이 다 뻗었다. 너무 피곤해서 잠을 청하는 아이들이라고 나는 생각해본다. 그게 사실일지도 모르고.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지도 모른다. 그치만 난 사실이라고 믿고 싶다. 그게 우리반 애들 입장에선 그렇게 밖에 말할 수가 없다. 3학년이 되어서 받는 스트레스는 꽤나 상당하다. 모든 이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고통을 겪고 피곤함과 스트레스에 쩔어 산다. 우리는 그렇다. 우리 상촌중학교 3학년은 지금 엄청난 피곤함과 스트레스, 크나큰 알 수 없는 슬픔에 잠겨서 애들이 다 좀비가 되어간다. 좀비가 되지 않게 맞써 싸우고 도망가야 살아 남는다. 그게 좀비를 피하는 원칙이 아닌가? 근데 좀비가 된 순간부터 다시 벗어날 순 없다. 정말 용 쓴다면 벗어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치만 그건 좀 불가능하다고 본다. 우리 같은 3학년은 모두 공부에 찌들어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공부를 포기하려고 한다.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어디 있던가. 그렇다.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다만 누군가의 부름에 의해서 억지로 하는 것 뿐이다. 아마 그럴 것 같다. 근데 다른 사람이 억지로 시키는 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기 위해 사람들은 공부를 한다. 큰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그치만 지금 이 학교에서 우리반 애들은 너무 힘들어한다. 졸림을 견디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정말 이 세상에서 무거운 졸린 눈꺼풀이다. 이 눈꺼풀을 이겨 낸다면 모든 무거운 것은 다 들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근데 그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내기에는 우리반 애들은 너무 지쳐 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답은 하나다. 공부를 하라는 것? 이 소리는 선생님의 전형적인 대답이고. 우리 입장에선 반항의 길로 접어들고 싶다. 그치만 또 그럴 수도 없는게 우리 입장. 학교의 모든 규칙을 준수하는 게 학생의 기본 의무, 또 공부를 해야만 하는게 우리의 대체적인 의무. 하. 참으로 머리가 아프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건 지금 피곤에 쩔어서 너무나 힘겨워 하는 우리 아름다운 3학년들 각자에게 의견을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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