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인 월요일에 체육대회를 했다. 나는 대전에 와서 처음으로 하는 체육대회였지만, 막 기대되고 그런 건 없었다. 왜냐하면 시험이 끝나고, 체육대회 준비를 이틀밖에 하지 않아서 그저 그럴거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똑같이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니 아이들도 똑같았다. 좀 달랐던 것은 주섬주섬 체육복을 갈아입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체육복을 갈아입고 일단 운동장으로 갔다. 그랬더니 음악소리가 크게 들렸다.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 한 것이 아니라 신일여고와 신일여중 중간의 운동장에서 했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는 신일여고에게 민폐인 것 같았다. 어쨌든 첫번째곡인 강남스타일이 끝나니 혼자 흥얼거리고 있었던 크레용이 나왔다. 좀 신났다. 나눠준 풍선을 불고 묶어서 내 손가락에 묶고 잠시 앉아있었더니 갑자기 운동장으로 차례대로 집합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모이고 애국가 부르고 학주가 체육대회에 대해 설명을 한 뒤 교장선생님이 와서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매우 지루했지만 덥진 않았기 때문에 꿋꿋히 참고 들었다. 지루한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우리는 대형을 맞춰 풍선을 췄다. 갑자기 노래를 틀고 춤을 춰서 나는 '아, 지금은 리허설이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끝나고 보니 무용부 아이들이 손에 쥐고 있던 풍선을 날려보냈다. 그때서야 나는 '뭐야! 리허설이 아니였구만!' 생각했다. 그렇게 많이 연습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니까 뭔가가 찝쪼롬했다. 그 다음은 내가 제일 두려워하던 단체 줄넘기였다. 여기서 한명이 실수해서 틀리기라도 한다면 아이들의 비난과 욕설, 따가운 눈초리를 혼자서 감당해야했기 때문에 나는 틀리지 않으려고 폴짝 폴짝 뛰었다. 다행히 나때문에 틀리지는 않아서 내가 욕을 먹진 않았다. 우리의 기록은 13개, 우리가 한 것중 제일 많이 했지만, 다른 반 아이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아서 불안하긴 했다. 그리고 원래 나는 우리반이 우승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서 별 신경도 안썼다. 조민희도 마찬가지였고, 유희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냥 우리 때문에 틀리지만 말자 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그 다음은 파도타기 였다. 파도타기는 왠지 우리반이 이길 것 같았다. 연습할 때도 우리가 압도적으로 1위를 했었고, 이 파도타기를 잘못해서 2위로 추락한다면 우리는 1위할 수 있는 종목이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연습할 때만큼 잘하진 않았지만, 다행히 우리가 1위를 했다. 이기자 마자 민희와 나는 껴안고 좋아했다. 그리고 내가 제일 불안했던 종목들이 다 끝이 나서 그런가 마음이 편했다. 김미소 어머니가 사주신 토스트와 포카리를 먹으면서 여유롭게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반 정도 먹으니 4반하고 줄다리기 대결이 있었다. 줄다리기는...... 왠지 우리반이 질 것 같았다. 그래도 3위는 하자!!라는 마음으로 했는데 4반을 가뿐히 이겼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인데....... 우리 반은 당황스러웠다. 결국 우리는 2반과의 1,2위 다툼을 했다. 4반을 이길 생각은 없었는데 이기니까 욕심이 났다. 2반은 천하무적이라는 생각을 했지만(2반에는 키 174에 몸무게가 90키로를 육박하는 거대한 아이가 있기 때문에, 그 외에도 아라를 귀까지 그린 기센 아이들이 많아서 우리반이 옆에 서면 많이 쭈구리가 된다.) 그래도 죽기살기로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목장갑을 꼈다. 손바닥이 많이 아팠지만, 열심히 했다. 그랬더니!! 첫번째판은 우리반이 이겼다. 우리반은 완전 당황+기쁨+기대를 했다. 2반 아이들이 많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아이들을 보니 손바닥이 많이 아픈 것 같았다. 물론 나도 아팠지만. 조민희는 손바닥이 까졌다. 얼마나 이기고 싶었으면 죽기살기로 했나.......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2번째판을 했는데 리듬이 깨지면서 우리반이 지고 말았다. 3번째판에서 이기는 사람이 승자였는데 줄다리기가 점수가 제일 많은 걸로 알고 있어서 우리반에 있는 반장, 부반장, 전교회장, 그리고 승부욕 쩌는 아이들은 아이들에게 협박하듯 말했다. "하늘봐, 그냥 하늘봐 2반 쳐다보지마!" 우리는 아팠지만 열심히 하려고 줄을 다시 잡았다. 선생님이 총을 쏘는 소리에 맞춰 영차 영차 했는데 순간 리듬이 깨지면서 내가 넘어지듯 움직였다. 그러면서 뒤의 아이들이 주루룩 내 앞으로 넘어졌다. 나는 그 두꺼운 동아줄에 깔려서 등에 멍이 드는 줄 알았다. 정말 아팠다. 나 때문에 실패한 결과지만 아이들은 누구 때문인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참 다행이었다.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조금 기대했던 줄다리기는 2위를 하고, 피구는 4위를 했다. 꼴찌였다. 우리가 전부 해서 3학년 중 2위를 했는데 이 피구만 정말 잘했어도 우리는 우승할 수도 있었다. 아쉽다. 어쨌든 개인 줄넘기에서 1위를 하고, 조민희와 내가 출전한......... 그러니까 우리반이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제기차기에서 2위를 하고(난 한번밖에 못 찼지만......) 체육대회의 꽃인 400m 계주에서 꼴찌를 하면서 결국 준우승을 하게 됐다. 끝나고 나니 몸이 찌뿌둥한게 굉장히 졸렸다. 피곤하고 나름 재미도 있었던 체육대회는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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