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에 가서 혜민이에게 책을 추천 받았다. 당연히 만화책이라서 봤다. 제목은 타이밍, 작가는 강풀. 트위터에서만 보던 강풀 아저씨의 작품을 본 건 처음이라 기대는 됐지만 그림체가 너무 별로라서 약간 주춤했기도 했다. 그래도 첫장을 넘겼다. 왠지 웹툰 느낌이 났다. 1탄을 봤다. 몇 장 보지도 않았는데 몰입도 되고 너무 재미있었다. 추리? 뭐 그런 내용이다. 나는 사람이 죽고, 무서운 건 딱 질색이었는데 이건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갑자기 주위가 시끄럽더니 동주가 나에게 와서 "야 정연이 이거 보는데 겁나 진지해!" 하고 웃었다. 그 때 누가 죽는 장면이었다. 진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웃겼긴 했을 것 같다. 만화책을 정말 진지한 궁서체로 보고 있었으니.......... 어쨌든 그만큼 몰입이 잘 되고 재밌고 슬펐다. 3탄까지 다 읽는데 걸린 시간은 3일. 전혀 두껍지 않은 그 세권을 이렇게 오래 본 이유는 점심시간 밖에 못 보기 때문에 그렇다. 20분 정도 점심시간 여유가 있는데 그 시간동안은 어쩔 수 없었다. 내용은 이렇다. 처음엔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이 나온다. 그 사람이 바로 타임임 스토퍼인 김영탁이다. 고등학생이라 시험을 볼 때 시간을 멈추고 답지를 베껴 쓸 수 있어 전교 1등이다. 두 번째로 나오는 사람은 장세윤이다. 이 여자의 능력은 예지안이다. 기면증이 오면 그 자리에 누워 꿈을 꾼다. 그 꿈이 바로 10분 뒤에 일어날 일이다. 세 번째로는 강민혁이 나온다. 이사람은 타임와인더로 시간을 10초 돌릴 수 있다.네 번째로는 박자기가 나온다. 이 여자의 능력은 예지몽으로서 꿈을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다. 다섯 번째로는 저승사자가 나온다. 저승사자는 두 명으로 한 명은 형사로 나오고 한 명은 김영탁 친구인 배기형이다. 저승사자는 사람의 눈을 보면 얼마나 살 수 있는지 알게 되고 죽을 때가 되면 데리고 가는 역할을 한다. 형사의 눈을 보면 사람들은 죽게 되있다. 그리고 배기형의 손을 잡으면 죽게 되있다. 어쨌든 등장인물은 이렇게 된다. 간단한 줄거리를 말하자면 박자기가 계속 똑같은 꿈을 꾸게 된다. 학교 옥상 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 시계를 보니 9월 15일 밤 12시 10분이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있던 어떤 남자가 자신에게 말한다. "자기씨!! 내 말 잘들어! 똑똑히 기억해야해. 꼭 기억해야해! 있잖아....." 하지만 잠에서 깨버리고 만다. 오늘은 9월 1일. 꿈의 사건이 일어나기 보름 전이었다. 매일 꾸는 꿈이지만 언제나 남자가 하는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일어난다. 매일 전체의 미래를 보지 못하고 부분의 미래만 볼 수 있었다. 박자기의 엄마는 무당이고, 박자기도 신내림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살아가는 영어 선생님이다. 매일 그 꿈을 꾸면서 뭔가 안 좋은 일을 겪을 것이라는 예감을 받았다. 그래서 자신의 옆에 있던 어떤 남자(강민혁)와 자신이 일하고 있는 학교의 학생 한명(김영탁), 한 쪽 눈이 파란 여자(장세윤)를 찾기로 했다. 그리고 간신히 찾아 어떻게 하면 떨어져 죽으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지 의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누가 그런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 쪽 눈이 파란 여자인 장세윤이 기면증에 걸리고 10분 후에 누가 어디서 죽는지 말하면 김영탁이 시간을 멈춰서 살리고, 또 다른 여러가지 방법으로 살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모두 다 죽어버렸다. 그리고 김영탁은 아이들을 살리려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하지만 김영탁은 죽기 바로 일보 직전에 누가 이런 짓을 벌이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저승사자인 자신의 친구, 배기형이었다. 점점 배기형이 죽인 사람들의 영혼이 자신을 죽이려 왔다. 시간을 멈춰도 귀신들은 계속해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을 풀면 배기형이 박자기와 장세윤을 죽이러 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풀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죽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김영탁은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운동장을 보니 10초를 되돌릴 수 있는 강민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귀신들이 김영탁을 밀어 떨어지는 순간, 김영탁은 제빨리 시간을 풀었다. 그리고 다시 그리고 떨어지면서 배기형이라고 희미하게 말했다. 강민혁은 그 모습을 보고 몇십번이고 되돌려 본다. 어쨌든 그렇게 범인이 배기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와중에 또 장세윤은 기면증이 와 꿈을 꾸었다. 이번엔 가사실습실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되 또 꿈을 꾸었다. 꾸는 동안 저승사자인 형사 양성식이 와 가사실습실로 향해 가려고 했다. 그 순간 장세윤은 형사를 잡았다. 이번엔 양성식이 죽는 다고......... 하지만 양성식은 자신이 형사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가야한다고 했다. 결국 그렇게 양성식은 가고 죽었다. 하지만 양성식은 배기형의 손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자신의 손을 잘랐다. 장세윤은 기면증으로 그 장면을 또 보았고 배기형의 손이 사람을 죽이는 무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죽어 학교는 임시로 쉬게 됐고, 장세윤과 박자기, 강민혁은 배기형에 대해 말하고 결국 배기형에 대해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 그 다음날 장세윤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배기형을 만났다. 배기형은 장세윤에게 요번엔 어떤 미래가 보였냐고 했다. 장세윤은 그 때 생각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장세윤은 자신이 그냥 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기면증이였던 것이다. 그래서 장세윤은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박자기는 또 그날 꿈을 꾸었다. 똑같은 꿈이였지만 자신의 옆에 영탁이와 세윤이가 없었다.......... 영탁이는 죽어서 그렇다 쳐도 세윤이는 왜 없을까 생각하다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9월 14일.......... 조금만 있으면 자정이 넘어 12시 10분이 될 것이다. 거실로 나가보니 엄마가 없었다. 그래서 박자기는 학교로 뛰어갔다. 12시......... 학교 옥상 위로 하나 둘씩 사람들이 올라섰다. 꿈이랑 똑같은 장면이었다. 박자기는 자신이 이 상황을 막으려고 노력했는데 아무 것도 달라진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이랑 똑같이 강민혁이 자신의 옆으로 왔다. "자기씨....... 내 말 잘 들어.... 똑똑히 기억해야해. 알았지?" 지쳐 보이는 강민혁은 그렇게 말했다. 박자기는 꿈 속에서 끝까지 못 들었던 그 말이 나와 긴장을 했다. "박자기씨......... 우린 만나면 안되는 거였어." 박자기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리고 충격이 컸다. 이 상황을 막으려고 능력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막으려고 노력했는데.......... 만나면 안된다고 하니 충격이 컸다. 그리고 입가에 피를 흘리며 강민혁은 말했다. "박자기씨는우리를 찾으면 안 되는 거였어. 그러니까 절대 찾지마 알았지? 찾지마. 우리는 만나면 안되는 거였어. 우릴 찾지 말아야 바로 잡을 수 있어." 이 말을 수십번 반복했다. 하지만 박자기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우린 이미 만났는데 이제 와 어쩌라는거야! 라고 말했다. 강민혁은 계속 그 말만 되풀이하다가 그 자리에 쓰러져 죽었다. 박자기는 얼른 학교로 들어가 엄마를 찾았다. 엄마는 나는 죽은 자를 설득할테니 너는 산 자를 설득하라고 했다. 그래서 박자기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죽은 사람들은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산 사람만 남게 되었다. 산 사람은 다름 아닌 백기형이었다. 백기형은 울부짖었다. "이건 내가 바란게 아니야."라면서. "선생님이라면 선생님께서 꿈에서 보았던 이 처참한 미래를 바꿀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나도 바뀌지 않았어." 그래서 박자기는 뭐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백기형을 살리려는 마음으로 손을 잡으라고 했다. 손을 잡으면 자신이 죽는데도 말이다. 그 때 장세윤이 왔다. 장세윤은 죽은게 아니였다. 교통사고로 기절한 그 10분 뒤를 본 것이었던 것 뿐. 어쨌든 장세윤은 그 손을 잡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쪽으로 오면서 미래를 봤다고 했다. 10분 뒤를 말이다. 10분 뒤에는 강민혁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만나면 안된다는 말을 박자기의 기억 속에 똑똑히 기억시키려고 수십번, 수백번 시간을 돌리며 자신이 쓰러져 죽을 때까지 그 말을 반복한 것이었다. 장세윤은 그 말을 기억하라고 했다. 자신이 본 건 10분 동안의 수십번이었지만 얼마나 많이 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그렇게 목숨을 바쳐가면서 그 말을 한 거면 그 말이 정말 중요한 말 같다면서. 그 사이 백기형은 떨어져 죽어버렸다. 그 순간에 박자기는 미래를 보면서도 그 미래를 바꿀 수 없었던 자신이 밉고, 또 강민혁이나 김영탁 같이 목숨 하나라도 살리기 위해 죽었는데 자신이 한 일은 정작 없다고 생각해 한심스러웠다. 그래서 같이 떨어져 죽어버렸다. 그리고 눈을 떴다. 달력을 보니 9월 1일이었다. 다 꿈이었다. 박자기는 평생 보지 못한 전체의 미래를 본 것이었다. 다시 시작이었다. 그렇게 박자기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지 않았다. 학교를 가서 옥상을 올라가 보았다. 배기형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인 김영을 처참하게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자기는 배기형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김영은 어차피 죽을 목숨인 것을 백기형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처참하게 죽이면 박자기가 그 미래를 보고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바꾸면 김영은 살아날 수 있고, 그러면 죽음을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에. 박자기는 그것을 알고 손을 잡으려는 행동은 막았다. 그리고 말했다. "기형아, 니가 어떤 행동을 하려는지 나는 알아. 그런데 내가 알아서 해볼게. 나 믿지?" 하고 김영을 데리고 왔다. 김영이 죽을 날짜는 9월 15일 보름이었다. 9월 15일까지 박자기는 김영을 자신의 집에 데리고 있기로 했다. 드디어 15일이 되고 누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저승사자인 양성식 형사였다. 김영의 저승사자가 양성식 형사라니...... 박자기는 깜짝 놀랐다. 박자기의 엄마가 양성식 형사를 막고 박자기는 김영을 데리고 뒷문으로 나가 도망갔다. 그러자 누가 자신의 앞을 막았다. 장세윤이었다. 장세윤은 말했다. "저기.... 10분만 이러고 있어요. 10분 뒤에 그 쪽들이 죽을지도 몰라요. 이상한 말같지만 그래도 잠시만 가만히 계셔주시면 안되요?" 박자기는 장세윤이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 알기에 "네 그렇게 할게요."라고 말했다. 10분 뒤..... 커다란 담장이 우두둑 무너지고 말았다. 지나갔으면 김영과 박자기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장세윤은 자신의 능력으로 사람을 살렸다는 자체가 믿기지 않고 기뻐했다. 바로 뒤 양성식 형사가 뒤쫒아 왔다. 박자기와 김영은 얼른 도망갔다. 그 순간 담장이 또 무너지고 말았다. 박자기는 운명을 바꿀 수 없구나. 생각하고 눈을 질끔 감았다. 그 순간 시간이 멈췄다. 김영탁의 능력과 강민혁의 능력이 겹쳐버렸다. 강민혁이 저 둘을 살리기 위해 시간을 10초 돌리고 그들을 감싸안았다. 그 동안 김영탁은 시간을 멈추었다. 김영탁은 세명을 들어올려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시간을 풀었다. 박자기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양성식이 김영을 데리고 가려고 뛰어왔다. 그 앞을 백기형이 막았다. 저 사람을 죽이면 자신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양성식은 하는 수 없이 돌아갔다. 어차피 자신도 사람 죽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그 때 박자기는 깨달았다. 운명은 없는 것이라는 것을. 운명은 없어도 인연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뭔가 멍해지고, 너무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어쩜 이렇게 내용이 좋을까. 내가 횡설수설 써서 어떻게 전개되는지 모르겠을 수도 있는데 정말 내용과 전개 방식이 너무 좋아서 만화가 이렇게 감동적이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강풀 선생님의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가 아니지만 내용은 정말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전개 방식도 너무 좋은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었으니 다른 강풀 선생님의 책을 찾아 다 읽어보고 싶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라는 책은 너무 유명해서 읽어보지 않아도 아는 내용인데 그 책은 슬픈 책이라 못 볼 것 같다. 타이밍같은 가슴 떨리면서 재미있는 추리 소설이나 사람이 죽지만 결론은 행복한 그런 강풀 선생님의 책이 있다면 정말 보고 싶다. 타이밍. 이 책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고 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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