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 오빠랑 헤어지고 우리는 정부청사에서 나왔다. 그런데 나는 이대로 언니랑 헤어지기가 뭔가가 아쉬웠다. 그래서 언니한테 카페가서 사진 정리 좀 하고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언니도 흔쾌히 그래! 라고 했다. 나는 언니가 평소처럼 '아 귀찮아~ 그냥 가자.' 할 줄 알았는데 그래! 라고 대답해서 깜짝 놀랐다. 언니는 싫다는 걸 좋다고는 하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동생이랑 놀아주는구나! 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돈 없으니까 싼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언니는 베스킨 라빈스의 딸기 빙수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우린 걸어서 둔산동 시내까지 나갔다. 그래서 베라에 가서 자리 잡고 앉았는데 시키려고 보니 빙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파인트를 먹으려고 했는데 또! 요번에 뭐 행사한다고 천원만 더 내면 뭐 준다 뭐 준다해서 그냥 알았다고 하고 왔는데 딱 보니 양이 정말 적었다. 그냥 파인트 먹을걸....... 우리가 시킨 아이스크림은 당연히 레인보우 샤베트와 파인애플 맛........ 있었는데...... 까먹었다. 어쨌든 그거와 사랑에 빠진 딸기였는데 양이 너무 적었다. 그리고 눅눅한 와플 하나와 허브차 시원한 걸 줬다. 이제와 후회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돈이 아까워도 맛있게 먹기로 했다. 요즘 카메라 사려고 돈 모으고 있는데 이렇게 나오면 꼭 돈을 쓰게 되서 문제다. 어쨌든 먹으면서 사진 정리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밖을 나와 이제 정말 가는구나 싶었는데 언니가 블라우스 사고 싶다고 같이 봐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집에 가기도 싫은데 참 잘됐다. 싶어서 골라줬다. 그렇게 블라우스도 보고 여러가지를 보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왔다. 아 이제 정말 가는구나 싶었다. 갤러리아 백화점 앞의 정류장에서 나는 604번 언니는 급행 3번을 타고 가야했다. 그런데 나는 그냥 급행 3번을 타고 가서 환승하면 공짜니까 언니 집 앞에서 119번을 타기로 했다. 그래서 같이 버스를 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아빠는 예진언니랑 같이 있다니까 그냥 예진언니 집에서 밥이나 먹고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잘됐다 싶어서 그러기로 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서 육교로 이동하면서 언니는 작은 엄마께 전화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언니가 목소리가 커지면서 "나한테 그런 말 안했다고! 이세진한테 했겠지!!" 라고 하며 정말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그럼 나도 삼겹살 먹으러 갈래. 그런데 정연이도 왔다니까? 어떻게 하냐고! 아 같이 오라고? 알았어." 라고 했다.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외식하게 생겼다. 짚불에 가니까 정말 아이들이 많았다. 알고보니 모임이라서 같이 외식을 하는 거라고 하셨다. 우리는 따로 앉아서 짚불 삼겹살이 나오길 기다렸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고기가 먹고 싶지는 않았다. 오빠와 같이 치킨도 먹고 베라에서 아이스크림과 와플도 먹었는데 삼겹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2인분을 시켰다. 그리고 반 쯤 먹고 볶음밥까지 먹었다. 볶음밥을 싹 비우고 나니 정말 고개만 살짝 숙이면 그 음식물들이 잘 섞여 내 입으로 역류해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밥을 맛있게 먹고 언니와 그 삼겹살 집을 나왔다. 정말로 드디어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 온 것이다. 언니는 버스 올 때까지 기다려줬다. 정말 고마운 언니다. 언니도 밤길이 무서울텐데.......... 그 때 시간은 8시 15분경이였다. 나는 방학식을 하자마자 언니 집으로 바로 간다고 약속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119번............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타는건 처음이었다. 밤에 버스 타는 거 좋아하는데.........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대전일보사에서 갈마초, 갈마 도서관, 내동, 변동 오거리, 농도원 네거리, 도마 네거리를 지났다. 5살 때부터 14살까지 이 길을 수도 없이 다녔는데.......... 지금은 정말 오랜만에 지나가는 길이었다. 나 홀로 추억에 잠겼다. 맨 뒤에 있던 나는 창밖을 더 가까이 보려는 심보에 앞에 자리가 비어서 내려가려는 찰나에 아저씨가 급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어떤 오빠 팔을 내가 깔고 뭉겠다. 정말로 창피했다. 얼른 내려가 앉아 나는 다시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피해 죽을 뻔했다. 도마 네거리를 지나 유천동을 지나고 벌써 서대전 네거리까지 왔다. 오늘만 벌써 2번 지나가는 세이백화점을 지나 테미 삼거리, 테미 고개를 지나 부사 네거리까지 오자 사람들이 나 빼고 아무도 없었다. 그 다음 정류장인 문창 시장에 내렸다. 내가 마지막 손님이었다. 아마 그 다음 정류장인 효동 네거리가 종점이라 아무도 없던 것 같다. 30정거장을 넘게 지나가서 아마 50분쯤 걸리겠다 했는데 35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집에서 시간을 보니 9시 10분 정도였다. 오늘은 정말로 피곤한 날이었다. 그래도 오빠도 보고 오랜만에 예진언니랑 둘이서 데이트도 하고 좋았던 날 같다. 내일은 학교가는 아주 피곤한 날이지만 그래도 현재를 즐겨야지............. 오늘은 참 즐거웠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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