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돌아 안녕? 내가 왜 뜬금없이 너에게 쓰는지 잘 모르겠지? 아니, 인영이 문예창작에 들어가 보니 너에게 쓴 편지가 있더라? 그래서 나도 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편지를 써. 너에게 참 미안하다. 어떻게 나는 너에게 쓸 생각을 못했지? 아마도 인영이는 너랑 더 친해서 그런 것 같아. 한 살 터울이라 그런 가? 더 친했잖아. 나는 당연히 동갑내기인 예진이랑 더 친하고. 그래 사실....... 인영이가 너에게 편지를 쓴 걸 보고 내가 느낀 점은 ‘왜 세진이에게 편지 쓸 생각을 못 했을까?’가 아니라 ‘인영이도 세진이에게 편지를 쓰는데 왜 난 2년 동안 예진이에게 편지 쓸 생각을 못 했지?’였어. 너에게는 미안한 소리지. 그래도 너에게 편지를 쓰게 돼서 참 기쁘다. 이제까지 언니로서 편지 못 써줘서 미안해. 세돌이는........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무서워했잖아? 참 언니로서 못 됐었지........ 내 성격 탓이야. 세돌이가 미워서 그런 건 정말 아니지. 인영이나 민혜 언니 없으면 너 나랑 친하게 지내는데 둘만 오면 나랑 안 놀더라........ 서운해. 하긴 인영이나 민혜 언니랑 더 수준이 맞을 수도 있어. 한 달에 한 번 가족모임을 하면 만나는데 너에게 할 말이 없는걸 보면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하지 않은 것 같아. 아, 나는 너희 집에 많이 놀러가는 데 너는 우리 집에 안 온지 한........ 3년 됐지? 같이 밤에 짱구를 보며 웃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그 기억은 거의 6년 됐다. 오래 됐다. 우리 집이 할머니 댁과 가까웠을 땐 많이 놀러 갔었는데 점점 멀어지면서 그렇게 못 했다. 그치? 내가 너희 집 많이 놀러 가면 되지 뭘. 요번에도 놀러갈게~ 네가 벌써 6학년이라니, 내가 고등학교를 들어가면 너는 중학교를 들어가겠네. 넌 나이만 먹는 것 같아. 말하는 것과 생각하는 거, 그리고 생김새도 다 초등학교 2학년에서 멈춘 듯 해. 나쁜 말은 아니야. 우리 여름 방학 때 같이 인영이 집으로 놀러가자. 가서 계곡도 가고 등등 컴퓨터 게임도 하고........ 내가 노트북을 가져갈게~ 와이파이 뜨면 되거든~ 호호호. 잘 지내 세진아.(내가 너에게 세진이라고 한 거 참 오랜만이지? 습관이 돼서.) 나중에 꼭 편지 다시 쓸게. 언젠가는 말이야. someday.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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