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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분실
작성자 남현아 등록일 12.07.26 조회수 29

지갑을 잃어버렸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와서 가장 충격받고 정신없는 일이었다. 요즘말로 '멘탈붕괴'라고 하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1.5L짜리 토마토 주스를 안고 병찬이와 카카오톡을 하고 있었다. 버스를 오래타고 가야해서 심심한 참인데 병찬이랑 카카오톡을 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집이 보일 때 쯤 정신없이 벨을 누르고 앉았던 의자도 살피지 않고 그냥 내렸던 것 같다. 늘 내리기 전에 좌석을 한 번 둘러보는데 왜! 왜! 하필 어제는 그러지 않았나 싶다.

집에 와서도 지갑을 버스에 두고 내렸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숙제를 하려고 가방을 풀 때 쯤 스치는 생각이, '지갑..? 이 어디있지...' 갑자기 뭐라도 얻어 맞은 듯 나는 정신 없이 온 집을 뒤졌다. 처음에는 가방을 뒤지고 책상을 뒤지고 방을 뒤지더니 혹시 냉장고 안에 있진 않을까, 쓰레기통에 버리진 않았을까 하고 별 의심이 다 되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나의 지갑은 없었다. 차분하게 생각을 해봤다. 지갑 안에 들어있는 것은 뭐고,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하필 오늘 저금을 하겠다고 돈을 많이 들고 나가서 현금 14만원이라는 꽤나 큰 금액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버스에서 놓고 내린게 분명했다.

차마 엄마한테는 말하지 못했다. 덜렁거리다 그랬다고 혼날 것 같아서이다. 이미 잃어버려서 속상하고 슬픈데 엄마한테 혼나면 정말 더 속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언니의 도움을 받아 보기로 했다. 늦은 저녁에 동일버스에 전화를 했는데 분실물로 들어온 지갑이 없다고 한다. 내일까지 기다려 보라고 하는데, 두 발 쭉 뻗고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다. 불안했다.

오늘 아침에 아홉시가 되자마자 첫 교시가 끝나고 전화를 했다. 오! 다행이 분실물로 들어온 지갑이 내 지갑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잠시, 지갑 안에 돈이 없다고 했다. 해피머니 문화상품권 두 장만 남아있고 남은 돈은 나 빼간 듯 했다. 조금의 희망이라도 가졌것만, 착한 사람이 주인을 찾아 줄 수도 있다고 좋게 생각을 했는데.. 정말 속이 상했다. 문화상품권은 내버려 둔 것을 보면 어른일 것 같은데, 학생 지갑에서 돈을 몽땅 가져가야 했을까? 내가 얼마나 힘들게 모은 돈인데.. 야영 갈 때나 소풍 갈 때 군것질 하나 안하고 모은돈, 상으로 받은 돈, 사촌들이 용돈 준 것 한 장 한 장 나중에 꼭 필요할 때 써야지, 모아 두었다가 저금해야지 한 것을.. 그냥 전화를 끊고 울어버렸다.

버스에서 잃어버린 돈은 찾기 어렵다고 하던데, 문상 2만원이랑 지갑이라도 찾은게 다행이라고 포기하려던 참에 며칠 전에 같은 경험을 한 언니의 얘기를 들었다. 이런 경우 돈을 훔쳐간 사람은 '점유물이탈횡령죄'라고 한다. 우선 동일버스에 가서 CCTV를 확인하고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했다. 학생에게 14만원이 작은 돈도 아니고, 너가 얼마나 열심히 모은 돈인데 그냥 잊기에는 억울하지 않겠냐며 생각 하는대로 이루어 진다고 좋게 마음을 가지고 할 수 있는데 까지 노력하라고 했다. '그래, 어렵게 모은 돈 노력하는데 까지 찾아보고 안되면 깨끗이 잊자' 라고 생각이 되어서 내일 시내버스 터미널에 가보기러 했다. 돈을 다시 되찾는 것이 어려운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내가 소중하게 모은 돈이라고 생각하면 희망을 가지고 싶다. 내일 꼭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찾으라고 응원해준 친구들 모두 너무 고맙다. 돈을 되찾게 된다면 그 친구들의 격려 덕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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