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이 스승의 날이었다. 난 그 날 달력을 보고 문득 4학년 때 일어났던 일이 떠올렸다. 난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께 선인장을 선물해 드리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그 날이 되었다. 난 학교에 오자마자 선인장을 선생님의 교탁에 놓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오시기를 기다렸다. "어?선인장이네?누가 준거니?","예슬이가?하,하!고마워.잘 키울게."라는 말을 기대하면서...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리고 교탁에 놓여있는 선인장을 보셨다. "어?선인장이네?누가 준거야?""예슬이가?하,하!고마워." 내가 원했던 대답이었다. 난 속으로 "하!하!하!고맙긴 뭘요~원하던 대답을 말씀하신 선생님께 제가 더 고맙...엥?"잘 키울게."는 어디로 갔지?" 난 선생님이 제일 중요한 한 마디를 말씀하지 않으셔서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 순간 선생님이 충격적인 말씀을 하셨다. "예슬아.이거 교실에 잘 놓아둘테니 네가 잘 키우렴." '허걱!!선생님 그건 무슨 말씀이신가요!!정말 선생님은 몰라도 너무 모르세요!!가르쳐 준데로 식물을 심어도 잡초만 자라고,멀쩡히 살아있는 식물도 손길 한번만 줘도 바로 죽게 만드는 저 보고 선인장을 키우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이 말을 빨리 선생님께 해야하는데...그래야만 하는데..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대답을 하기에는 선생님의 행동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햇빛이 잘 들어오는 교실 창가에 선인장을 두었다. 난 말 한마디 못하고 선인장만 빤히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선)인장아. 미안하다...못난 주인 만나서 제대로 살아보지 못하고 죽게 되다니..흑..내가 널 볼 면목이 없구나..'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난 생각을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고쳤다. 그리고 즉시 방금 인장이(갑작스럽게 지은 선인장의 호칭.)에게 했던 말을 취소하고 다시 전혀 반대의 말을 전해 주었다. '인장아!이 주인님이 아까 그 말 취소할게. 내가 너 꼭 장수할 수 있도록 잘 도와줄게.걱정 꼭 붙잡고 있어.' 그 후로 나는 때가 되면 물을 주었고 햇볕이 잘 들어오는 곳으로 인장이를 놓았다. 난 태어나서 그렇게 식물을 열심히 보살핀 적은 처음이었다. 선인장이라 다른 식물에 비해 손이 덜 가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난 열심히 노력했다. 이제 인장이가 꽃만 피우면 나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 아침,나는 인장이에게 물을 주면서 속으로 인장이게게 말을 했다. '인장아..이 주인님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너도 알지?이제 너도 나에게 보답할 때가 왔어.주인님은 다 필요없어.꽃만 피우면 돼.알겠지?'그리고 인장이에게 살짝 웃어보였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나는 평소처럼 학교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갔는데 인장이의 머리에 이상한 물체가 달려있는 것이었다. 난 뭔지 궁금해서 인장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너무 놀라 하마터면 기절을 할 뻔했다. 그 이상한 물체는 꽃이었던 것이다!분홍색에 조그마한 것이 너무 귀여웠다. 난 인장이에게 속으로 한 마디 해줬다. '네가 이 주인님 바람을 들어준거야?고맙다.인장아..고마워..' 친구들도 그 꽃을 보고 조금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 꽃은 얼마안가 시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꽃이 피면 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고,당연한 것이지만 내 손으로 기른 꽃이 사라지니 새삼 슬프기도하고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그 꽃이 사라진만큼 나에게는 '나도 식물을 잘 기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그 자신감으로 난 인장이의 머리에 2~3번 꽃을 달 수 있게 해줬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내 머릿속에는 인장이가 사라졌다. 관리도 처음보다 소홀해졌고,인장이가 어디에 어떻게 버려졌는지조차 모르게 되었다. 어쩌면 인장이는 땅 속으로 들어가 흙과 친구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했다. 인장이를 볼 수 없는 현재,난 그때 그 자신감이 모두 사라졌고,결국 나의 생각은 원상복귀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불가능 하다는 생각을 가능하다고 바꾸고 싶지는 않다. 선인장은 꽃도 따갑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정이 든 만큼 더 슬프다는 것도 깨달았으니까...더 이상 식물에게 정을 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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