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시고백'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완득이'를 지은 작가 김려령의 후속작으로 재미있어 보여서 구매하게 되었다. '가시고백'의 줄거리는 10대 아이들이 친구들을 사귀면서 드러내기 힘든 마음 속의 상처나 고백들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는 주인공 민해일의 친구인 박진오와 형인 민해철이라는 캐릭터이다. 이 둘은 현실 속에서는 존재하기 힘든 성격들로 책 속의 이야기가 조금 지루해질 때 쯤 나타나 웃음을 주고 다시 사라진다.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이 둘 때문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장 슬프고 안타까웠던 부분은 허지란이라는 여자아이가 이혼한 친아빠를 용서해 주지 않고 무조건 미워한 부분이었다. 만약 내가 지란이었다면 비록 본인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었지만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아빠를 보고 용서를 해주었을 것이다. 난 그런 부분에서 무조건 적으로 싫다고만 하는 지란이가 미웠다. 그리고 해일이가 어떨결에 유정란으로 병아리를 부화하게 되는 과정도 꽤 재미있었다. 읽은 내내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어떻게 전문적인 기계를 가지지도 않고 병아리를 부화시킬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마지막으로 신기했던 부분과 웃긴 부분이 두 부분이 있었다. 가장 신기했던 부분은 해일이가 사물함에 있는 지란이의 전자 수첩을 몇 초만에 훔치는 부분이다. 여기서 난 해일이가 빠른 시간에 도둑질을 해서 신기하다는 것이 아닌 그런 나쁜 짓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와..어떻게 저런 나쁜짓을...나 였으면 바로 신고할텐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그런 해일이 밉지가 않았다. 왜 일까...이유가 무엇일까..아마도 해일이는 '나는 도둑이다.'라면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웃겼던 부분은 지란,진오가 해일이네 집에 있는 아리 쓰리(해일이가 유정란으로 부화시킨 병아리들의 이름)를 보기 위해 놀러가서 해철의 말에 의해 청국장과 계란 프라이,고등어 구이를 하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이 가장 웃겼던 이유는 지란이 끓인 청국장은 너무 많이 끓여서 뻑뻑하고 원래 냄새가 조금 지독한 청국장이지만 너무 지독해서 해철이 "누가 화장실 문 열어 놨어!"라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이고,진오가 만든 계란 프라이는 간이 너무 맞지 않아서 소금에 찍어 먹고,해일이 구운 고등어는 냉동실에 있어서 얼어버린 고등어를 녹이지 않고 구워서 겉은 까맣고 속은 퍼석거려서 겨우 먹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하게 떠오른 탓에 속이 울렁거렸다. 그리고 해철의 반응도 웃겼었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감동을 크게 받거나 슬프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하!하!하!"하면서 소리내어 웃을 정도로 코믹한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렇게 재미있었던 이유는 잔잔하게 웃기고,잔잔하게 감동적이고,잔잔하게 슬픈 시트콤 같은 책이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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