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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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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결말에 관한 위대한 고찰
작성자 김은규 등록일 12.07.24 조회수 17

부재 : 이 글을 쓴 나는 천재

내가 네이버 웹툰 '삼국전투기 - 이릉대전 편'을 보다가 생각나는 건데, 이릉대전이라 하면 삼국지 이야기의 거의 끝을 알리는 전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릉대전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논쟁의 쟁점이 될 만한 것이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 유비의 출병 이유 (관우의 죽음에 대한 복수전인지 그저 정복 전이었을 뿐인지)와 둘째, 촉오의 병력상황이 촉의 절대적 열세였는가. 이다. 만약 촉이 절대적 열세였다면 유비는 승산이 없는 싸움을 자신의 만용과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고집스럽게 감행했는가. 이다.
유비의 출병이유는 그동안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의 영향으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유비의 관우에 대한 의리를 강조하여 순수하게 관우의 복수만을 이릉대전의 발발이유로 봐왔으나, 근래에는 유비의 정책적 이유를 더 큰 이유로 보고 있다.
이릉대전의 출병이유가 관우의 복수전이기 보다 유비의 전략적 정책으로 보는 근거로는 첫째, 관우 사후 빠른 시일 내에 출병하지 않고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쟁 준비를 한다. 이 기간에 불만을 참지 못한 장비는 무리하게 부하들을 혹사시키다가 결국 부하들에게 암살당하고 만다. 만약 관우의 복수전이라면 굳이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전쟁을 준비할 이유가 있었을까? 물론 어차피 한 전쟁 이기고나 보자라는 심보가 아니라면 말이다.
둘째, 관우의 복수를 처리하고 나서라도 유비에게는 오를 쳐야하는 다급한 사정이 있었다. 그것은 형주의 수복이다. 그대로 촉오의 영역이 굳혀져 시간이 더 흐를수록 형주에 대한 지배력은 오에게 굳혀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형주는 영영 오의 땅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더 두고 볼 수많은 없었던 유비는 생전에 형주라도 수복하고픈 조급함이 컸을 것이다.
셋째, 관우의 복수라는 의미는 단순히 유비 개인의 사적인 감정의 문제만으로 다룰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관우는 명실상부한 유비진영의 실세중의 실세. 소위 말하는 넘버 투였기 때문에 관우의 전사는 곧 촉의 명예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했다. 즉 단순한 관우의 복수전을 넘어선 촉의 자존심과 명예회복이라는 거시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사에는 분명 유비는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출병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때 잠시 관우의 성품을 살펴보자. 관우는 명성이 높고 재주가 뛰어나지만 별 볼일 없는 병종이나 무능력한 자들을 무시했던 장비와는 정반대로 잘난 사람에겐 절대 자존심을 굽히지 않지만 불쌍하고 힘없는 이들에게는 관대했다. 조조가 회유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비를 따른 점도 이런 성품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즉 병사들에게는 관우는 꿈같은 상관, 목숨을 걸어 충성하고픈 지휘관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을 유비가 모를 리 없을 거다. 유비는 병사들의 투지를 끌어내기 위해 관우의 복수전을 전쟁명분으로 내걸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젠 촉오의 전력 상황에 대해 살펴보겠다. 정사에는 촉 4만 명 오 5만 명이라고 명시되어있다. 촉 4만은 출병 후 진군 중에 회유한 이민족에 대한 전력을 포함되지 않은 것이고, 이민족 병사의 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기 때문에 그저 +@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외형적인 전력은 4+@와 5만이다. 그럼 실질적인 전력을 파헤쳐본다면 어떨까?
촉의 군 체제와 오의 군 체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촉은 유비를 정점으로 하는 가신체제인 반면, 오는 손 씨 가문을 중심으로 하는 호족연합체제 라는 것이다. 가신체제라는 것은 한 마디로 정이나 의리를 매개체로 한 가족 같은 사이의 집단이라는 것이고, 호족연합체제 라는 것은 각각의 세력과 영역을 갖고 있는 호족들이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유비는 도원결의때부터 혼자서 군대를 이루며 점점 세력을 넓허왔지만 손권같은 경우는 아버지 손견과 형 손책이 잘 이룩해놓은 것을 바탕으로 키워왔기 때문에 손견때부터 그의 가신들이 많았기 때문에 호족연합체제가 된 것이다. 만약 유비도 부모님으로 부터 권력을 물려받았다면 촉 또한 호족연합체제가 되었을 것 이다.
또, 유비가 익주를 점령할 때는 황건적의 난 발발 즈음이었는데 그때 익주의 장관으로 파견된 유언세력과 유언세력에 의해 실권을 잃은 호족세력의 지배 피지배관계가 유지되고 있었고, 유비는 그것을 평정함에 있어서도 명분을 잃지 않기 위해 단기적 이익에 연연하지 않았고, 점령 후에도 유장이 이끄는 유언세력과 유언세력에게 지배받아왔던 익주토박이 호족세력들을 회유하기 위해 군권은 유비세력이 독점하고 있기는 했지만 관직과 특권을 잘 분배해주었다.
이에 반해 오는 오의 건국 초기 손책의 무력점령과 동오 평정 후에도 반락 세력에 대한 회유보다는 계속된 무력진압으로 인해 손책은 민심을 얻지 못하였고, 손책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손 씨 집단은 붕괴의 위기에 처했으나 주유나 장소 같은 충성스럽고 유능한 손 씨 가문의 가신들이 손권을 잘 이끌어주어 손 씨 집단은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손권은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하지 못했고 더욱이 오 주변의 이민족들의 반란은 오의 건국초기부터 멸망 때까지 늘 속 썩이던 고질병이 되어버렸다.
즉, 이런 오와 촉의 군 체제의 차이는 양국 병력간의 실질적인 전력 차로 고스란히 옮겨지는데 유비의 친정과 관우 복수전이라는 최고의 명분, 이민족의 잇따른 가세로 인한 군사력의 증가(비록 출병 전에 장비, 황충 같은 주요 인재들의 갑작스런 사망 같은 악재도 존재했지만) 게다가 추구에서 배운 대로라면 地卑東南界 : 땅은 동남쪽 경계로 낮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무시 못 할 지형적 이로움까지 지니고 있었다는 말이다. 상대적으로 촉은 오에 비해 서쪽에 있었고, 오는 동남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촉 군의 사기는 최고였다.
이에 반해 오는 호족연합체제인 탓에 군의 응집력이 낮고, 육손이라는 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젊은 지휘관의 임관으로 인해 지휘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군 주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것은 정사에 이릉대전 초반 육손이 고전하는 듯 할 때 오의 장수들이 육손에게 항의하는 기록이 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위에서 유비의 출병을 두고 고위간부들의 회의가 진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가후 사마의 유업 장합 같은 거물들이 참여한 회의였고, 하나같이 오와 촉의 전력을 동등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실상은 오 스스로 느끼는 압박감은 훨씬 컸기 때문에 제갈량의 형인 제갈 근을 보내 휴전협정을 시도했고, 위의 신하를 칭하며 위와 손을 잡으면서까지 촉의 침공에 만반의 대기를 기했다. 장수 라인업을 보면 오가 느끼는 압박감에 대한 각오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촉의 출전장수가 풍휴원 장문진 풍습 장남 등으로 대부분 무명의 장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의 출전장수는 한당과 반장 서성 주연 등으로 명성이 높고 실력이 검증된 막강 에이스, 백전노장이었다.
즉 이릉대전의 결과 때문에 과정이나 출발점까지도 결과와 같은 맥락으로 몰아가버리는 것은 부당하다. 적벽대전도 관도대전도 출발과 과정 결과가 참으로 역석 절이었다. 추가로 유비의 패인을 살펴보자면 개인적으로 패인은 유비의 조급함과 안일함의 탓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유비가 군사를 일으킨 것을 보고서 조비는 양양과 번성에 양식이 부족함을 걱정해 성을 버리고 조인을 완으로 후퇴케 했다. 사마의가 이를 반대했지만 조비는 끝내 양양과 번을 버렸고 나중에 가서야 후회했다. 즉 위의 상황도 전쟁 중인 촉오의 뒤통수를 치기에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유비는 장비의 죽음으로 수군을 포기하고 육로로만 진격하는 상당한 패널티를 안고 출발했다. 왜냐하면 촉의 지형이 더 높으므로 강의 흐름이 촉에서 오 방향인 탓에 퇴각이 불리한 입장이었고 또한 마땅한 수군지휘관이 부재한 마당에 굳이 수군을 운용하는 것은 오히려 악수일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촉의 유리함과 오의 불리함 덕에 파죽지세로 오를 압박할 수 있었다. (촉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삼국지연의나 다른 삼국지를 주제로 한 드라마 등의 픽션에서는 이를 육손의 계획된 전술로 그리고 있다. 일부로 적을 깊숙이 끌어들여 보급을 어렵게 만들고 퇴로가 차단되는 고립을 우려하게 만드는 계책으로써 고립을 우려하다보면 진형을 길게 늘어뜨리게 된다. 정사에서 이것이 육손의 계획된 전략인지 아닌지는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초반 양측의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보인다. 다만 육손이 적의 호기로운 전략에 무리하게 맞서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초반의 상황이 유비의 예상보다 더 잘 풀렸던지 유비는 오를 너무 얕보고 말았고 병가에 금기시하는 전력을 지나치게 나누어 늘어뜨리는 최악의 수를 두고 말았기에 빈틈을 놓치지 않으려는 육손의 한방에 몰락하고 만다. 이 계책을 전해 받은 제갈량 또한 조운(조자룡)을 불러 즉시 이도로 가서 유비를 데려오라고 했다. 또한 유비의 진법을 보고받은 조비도 유비의 필패를 예상했고 끝내 예상은 적중했다.
그 패배로 인해 화병이 도진 유비는 백제성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그 이후 맹획을 7번 사로잡고 풀어줘서 무력이 아닌 마음으로 충성을 맹세받은 칠종칠금 사건을 빼면 촉의 이야기는 7자로 요약가능하다. 제갈량 북벌삽질. 촉의 대표적 멸망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등애와 종회의 이야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제갈량이 죽으니 이미 삼국지는 단무지 없는 김밥, 팥 없는 단팥빵, 안경 없는 우성제다. 고로 이릉대전의 가장 큰 의의는 각설하고 줄초상이다. 초기 삼국지의 주역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가 죽고 조조또한 죽었다는 것이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유비 외 수 많은 파티 원들이 라스트보스를 잡으려고 아등바등하다가 적 보스 죽고 능력치 뚝뚝 떨어져서 아싸 하다가 아군 파티 원들이 다 죽으며 갑자기 아군이 약체화되고 제갈량 혼자서 고군분투하다가 남은 적들 건드려보지도 못하고 사망.
바보 같은 유선도 뭐 같은데 군사력마저 약체화되자 제갈량은 정말 화가 났을 거다. 관우, 장비, 마초, 황충, 조운 같은 오호대장군들이 밑에서 받쳐주다가 다 죽고 그저 관우의 부하였을 뿐인 믿을 건 충성뿐인 요화와 왕평 따위가 밑을 받쳐 준다니 내가 제갈량이었으면 이런 라인업을 가지고 북벌을 할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근데 내가 오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본다면 정사에 나오는 대로 회유한 이민족을 포함안하고 촉 4만 명 오 5만 명 애초부터 병력의 열세에, 원정의 피로, 보급선은 엄청 길어서 애초부터 승리는 무리였을 지도 모른다. 1차 기산전 때처럼 적의 상태가 엉망이었던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객관적으로 살펴보다가 주관적으로 보니까 뭔가 생각이 달라지긴 한다. 그냥 애초부터 제갈량 정도 되는 전략가를 보유한 촉이 단지 복수에 눈이 뒤집혀서 온 것 같지 않고 그저 유비가 자기 생전에 형주를 탈환해서 삼고초려 후 제갈량이 처음 설명한 천하삼분지계의 균형을 맞춰놓아야 한다는 일종의 집착이 아니었나 싶다.
원래 역사라는 게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맞는 거지만 나 같은 경우는 가끔 어느 한 쪽의 주관적인 입장이 되어봐서 생각의 폭을 넓히기도 하니까 말이다.
근데 이렇게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막 써보니까 양이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아마 역사에 관한 상식은 우리학교에서 국어선생님, 역사 선생님을 제외하고 최고인 것 같다. 근데 이런 거 보면 애들이 이해는 할 수 있으려나? 나도 이정도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6살 때부터 관심을 가져서 지금까지 약 9년 걸렸는데 말이다. 그런데 생각하다보니까 뭔가 아쉽긴 하다. 강유가 제갈량한테서 제대로 병법을 전수받은 것 같던데 그런 강유의 마지막이 고작 등회의 반란을 막다가 같이 죽은 것뿐이라니. 내가 그거 전수받았어봐 북벌? 기본이고 원나라보다 더 큰 제국을 만들겠다. 천하삼분지계 따위 애초에 하나만 있어도 유지되는 걸 왜 굳이 세 개로 나눠서 고생하는 거야. 아 근데 이렇게 막 써놓고 나니까 글이 막 엉터리가 된 것 같다. 하여튼 쓰다가 이름이 제대로 등장해야 하는 장소인데 기억이 안 나거나, 이릉대전 당시 유비의 라인업은 나도 하나도 모르겠어서 잠시 지식인의 힘을 빌린 것 빼곤 대부분 내 머리에서 짜 맞춘 것들이다. 나도 뭐하나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막 쓴 건데 틀린다고 누가 벌주나. 이만큼 짜 맞춘 것도 엄청 힘든 건데. 하여튼 이상으로 역사 100점의 삼국지 결말에 관한 위대한 고찰이었다. 이거 쓰는데 1시간 넘게 걸렸는데 조회 수 10 안 넘으면…….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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