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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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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제 생활백서
작성자 김은규 등록일 12.06.19 조회수 27

월, 화, 수, 목, 금요일 학교에만 나오면 하는 일이 문예창작이라 할 것이 떨어졌다. 그래서 작년에 썼던 김창호 생활백서에 이어 우성제 생활백서를 쓰도록 할 것이다.
우성제는 잘생겼다. 우성제의 캐리커쳐를 그린다면 계란형 얼굴에, 뾰족뾰족 파인애플 머리, 네모난 안경에 코는 크게 그리지만 콧구멍을 작게 그리고, 앞니를 두개를 그린다면, 그중 오른쪽에 있는 것은 살짝 부숴져있고, 마지막으로 하이라이트는 빨간색 점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이미 공식화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도 성제를 그릴 때에는 그렇게 그리곤 한다. 하여튼 성제는 대강 그렇게 생겼다. 하여튼 이제 성제의 생활을 보도록 하자.
성제는 매일 아침 학교에 오면 단어장을 펴고 단어를 외운다. 어제 많이 외웠어도 하루가 지나면 다 까먹는다고 한다. 금붕어보다는 좋은듯하지만 같은 인격체의 입장에서 본 다면 뭔가 아니다 싶은 느낌이다. 하지만 아침에 그렇게 외워도 20개를 다 못맞는 경우가 많다. 성제가 쉬는 시간에 영어를 쓰러 안가는 것은 많이 본 것도 같지만 많이 안 본 것도 같아서 글로 설명하기는 뭔가 힘들다. 하여튼 성제는 그렇다. 그러고 나서 성제는 컴퓨터를 키고 웹툰을 본다. 전에 영어선생님, 사회선생님께 그런다고 꾸중을 들을 적이 있으면서도 계속 본다. 영어선생님께서는 성제가 웹툰을 보면 이르라고 하셨기에 나는 그 일들을 일깨워준다. 그러면 그제서야 "아 맞다. 깜빡했다."라면서 은근 슬쩍 회피하고는 한다. 그리고 종이 친다. 우성제를 수업시간에 보면 의자를 약간 뒤로 젖힌 다음에 책상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는 자세이다. 그러다가 몇번 뒤로 넘어갔으면서 정신못차리고 계속한다. 그래서 내가 가끔 그 의자 등받이를 손으로 누르곤한다. 그래야지 성제가 정신이 활짝 들어서 제대로된 자세를 하기 때문이다. 우성제는 수업시간에 멍을 잘 때리는데 이따금씩 졸기도 한다. 국어시간에는 맨날 존다. 그래서 국어선생님께서 잠벌레가 머릿속을 갉아먹는다고도 하셨었다. 그런데도 맨날 존다. 우성제는 국어시간이 들때면 오늘도 잠을 자겠다며 자랑아닌 자랑을 하곤 한다.
쉬는 시간이 시작되면 3학년 교실 앞 소파로 간다. 우섭이형한테 나댄다. 맞는다. 그러면 "야 돼지" 이러면서 또 나댄다. 또 맞는다. 그렇게 성제는 10분동안 나댄다. 맞는다를 반복한다. 보면은 끈기가 있는것도 같고, 그냥 까먹고 계속 덤비는 것처럼도 보인다.
우성제의 가장 큰 특징은 기침 소리이다. 우성제의 기침소리는 다른 사람들의 소리와 다르다. 김창호의 재채기소리랑 비슷하다고나 할까나. 그런데 나는 이 기침소리를 따라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입벌리고 기침하면 그 소리가 난다. 참 성제스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성제는 가끔씩 목을 가다듬는다. 그럴때면 꼭 담배피는 것 같기도 하다. 목에 가래가 끓는지 내가 이글을 쓰는 동안에도 2번은 들은 것 같다. 작년에 사회선생님이셨던 김현숙 선생님께서도 우성제한테서 담배 냄새가 난다고 하셨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 난다. 그러면 삼촌이랑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워서 그렇다고 한다. 그렇게 따지면 우성제는 간접흡연을 많이 한 것이니까 아마 지금 여기서 문예창작 쓰는 사람들 중에 가장 일찍 죽을 것 같다. 왜냐면 과학선생님꼐서 말씀하시기를 담배피는 사람들은 필터를 통해 마시지만, 간접흡연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그대로 다 마신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담배를 오랫동안 피다보면 구수한 냄새가 난다고 하셨는데 아마 성제도 담배냄새를 맡으면 구수한 냄새가 난다고 할 지도 모른다. 그냥 성제를 보면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그냥 담배많이 피울 것 같이 생겼다. 전에 형기형이 그러기를 성제보고 "너 제 2의 김형기라고 소문 다 났다."라고 한 적이 있었다. 얼핏보면 닮았다. 이미지도 닮았다. 하여튼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그리고 성제는 덕후다. 소위 말하는 오덕후, 십덕후. 일본말로 오타쿠.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이러다가 현실하고 만화하고 구분이 안가게 생겼다. 전에는 네이버에 들어가서 무슨 만화를 검색했는데 기억이 잘안나고, One piece라는 만화는 530 몇 화 까지 다 봤다고 그러고, 블리치 마지막화를 검색해놓고 어 이거 봤는데 마지막화인가 그러고, 또 블리치에 나오는 기술 이름을 네이버에 검색하지를 않나, 무슨 만화를 보면 옛날에 삼촌이랑 같이 다 봤다고 한다. 덕후맞는 것 같다. 문을 열다가 정전기가 오면 '치잇 결계인가' 이럴 사람이다.
그리고 성제는 수업시간마다 볼펜을 가지고 만지작 거린다. 이것을 보고 우리반 애들은 ADHD니 어쩌니 그런다. 그러면 성제는 맨날 샤프심이 끼었다느니 고장났다느니 그런다. 뭔놈의 샤프는 매일 고장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그냥 오늘 샤프 하나를 줬다 .어쩌피 안 쓰는 거니까 말이다. 주니까 성제가 고맙소 고맙소 거린다. 어디서 배워먹은 말투인지 모르겠다.
성제는 나도 많이 따라한다. 전에 신던 실내화는 내가 신던거랑 느낌이 비슷하고 버스카드도 내꺼랑 똑같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할아버지가 사준 것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거 안달고다닌다. 그냥 지갑에 넣어두고 다니지. 그리고 내 말투도 많이 따라한다. 내가 전에 잠깐동안 말끝에 ~~했잖슴, ~~임 이렇게 말했더니 성제도 따라한다. 그래서 그 말투도 이제 안한다.
하여튼 성제는 이렇다. 그냥 이렇다는 말이다. 아마 이 글을 보면 또 지우라면서 뭐라고 할것이다. 내가 이거 쓰는거보고는 손가락질 하면서 지와, 지와 이런다. 이 빌어먹을 사투리. 아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성제는 게임을 잘한다. 진짜 잘하는게 아니고 말만 들으면 말이다. 그냥 이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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