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교시에 농구를 했다. 저번처럼 판소리 하기 전에 청소를 한다던가 의자를 나른다던가 하는 것이 없어서 좋았다. 원래 6교시가 스포츠인데 2학년도 동아리라서 체육선생님께서 남자애들을 싹 모아놓고 농구를 하자고 하셨다. 이번에도 진 팀이 이긴 팀한테 음료수 사주기로 내기를 했는데 그때 당시에는 수업시간에 배구해서 이겨서 받아야 할 아이스크림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영 꺼림직했었다(다행히도 오늘 저녁시간에 박재용이 사줬다. 추우니까 아이스크림 대신에 오레오 1050원짜리로). 손바닥뒤집기로 팀을 나눴다. 그런데 여기에 비밀이 한 가지 있는데 나랑 우성제랑은 평소에 체육시간때 내기 경기를 자주하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 같은 팀이 되기 위해서 어떠한 공식을 정해놨었다. 예를 들면 손바닥이 위로 가는 것을 약이라고 하고, 손등이 위로 가는 것을 강이라고 한다면 강약약약 강약 강강약약 강약약 처럼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방식대로 손바닥 뒤집기를 하는데 계속 사람수가 안맞았다. 그래서 귀찮아서 규칙과는 반대로 했다. 그래서 팀이 나뉘어졌다. 빨간팀 나랑 권동혁이랑 남형우랑 남인화. 빨간팀이니까 반대팀은 파랑팀 우성제, 조규상, 박재용. 내 팀이 너무 유리한 관계로 체육선생님께서는 남정미누나랑 남인애를 소환해서 파랑팀에서 경기하도록 하셨다. 경기가 시작되고 패스를 하고 패스를 하고 패스를 하고 패스를 했다. 권동혁이 슛을 했는데 의외로 잘넣었다. 처음에 2골인가 3골을 연달아서 터뜨렸다. 역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골도 넣어본 사람이 잘넣는가 보다. 그런 이유로 상대팀의 사기는 떨어졌었다. 상대팀은 무조건 공잡으면 패스보다는 공가지고 뛰는 것 위주로 플레이했다. 그럴 때엔 몸싸움말고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 원래 공을 두 손으로 잡고 나서 다시 한손으로 드리블한다 하더라도 3걸음 이상가면 안되는데 아예 두손으로 공을 잡고 계속 뻐기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남정미누나가 그런 경우에 속했는데 그러면 뭐 어떻게 뺏을 방법도 없다. 우리팀에는 그 공을 뺏어올만한 덩치가 없었다. 슛할 기회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못넣고 그 이후로 계속 역습 기회를 살려서 점수를 2배 이상으로 만들어놨었다. 그런데 중간에 체육선생님께서 못봐주시겠는지 파랑팀으로 참가를 하셨다. 역시 클래스는 달랐다. 한번 공잡고 드리블 하시면 진짜 뺏어올 방법이 없었다. 규칙도 잘 지키시는데 말이다. 한번은 우성제가 체육선생님께 높게 패스하는 것을 차단한답시고 뛰어가는 가속도를 살려서 몸통박치기를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 그렇게 그렇게 해서 몇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내가 또 골을 워낙 잘넣어야지 말이다. 결과는 14:8이었다. 여기 음료수 하나 추가요. 내 주특기는 레이업 슛이고, 가끔은 그냥 슛도 시도하는 과감함이 승리를 이끌었다. 역시 나다. 그런데 과연 음료수를 받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오늘은 꽤나 재미있었다. 저번 체육대회 농구때랑 시간은 비슷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힘도 덜 들고, 양팀 합계 점수또한 저번에 5:4로 총 9점나왔던 것에 비하면 22점으로 두배나 높게 나온 것으로 보았을 때 점점 우리학교 농구 클래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 이유로 다음번엔 더 재미있는 경기를 해보게 되면 좋겠고, 이런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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