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생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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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남인화 | 등록일 | 13.12.13 | 조회수 | 32 |
오늘 이 글이 문예창작집의 마지막 글인데, 지금까지 문예창작을 무슨 생각을 하며 쓴건지 잘 모르겠다. 지금보면 씨익 웃음이 나오는 추억같은 글이 있고, 지금도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가 잘 않되는 이상한 글이 있다. 그러나 나는 오늘 마지막 글을 그런 글들처럼 끝내고 싶지는 않다. 2013년 한 해 동안 나는 성장했으며, 그 동안 학교에서 나는 얼마나 생존하고 성장했는지에 대해 말해보겠다. 내가 어떻게 올해를 버텼는지 잘 모르겠다. 1학년때처럼 많은 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것 만으로도 참 장한 일이긴한데, 그런 사고가 없었기에 별다른 성장을 깨닫기가 힘든 것 같다. 물론 내 성장을 스스로 깨닫는 건 지금의 나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나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수단중에 하나가 스스로의 기억을 지우는 일이었다. 성장을 스스로 못 깨달을 정도로 성장한 것도 어쩌면 성장했다는 증거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방식을 모두 책에서 배웠다. 결국 웃는 방법, 결국 끝내는 방법, 결국 잊는 방법도 다 책에서 배웠다. 이 학교 생존기를 쓰는 방식도 책을 통해 익힌 방법 중에 하나이다. 학교에서 생존하면서 가장 쓸만한 생존기가 독서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런 독서보다 공부를 중시하는 것이 학교의 심각한 모순이라는 것은 아직까지 버릴 수 없는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모든 선생님들도 그런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난 항상 누군가 그런 생각을 발현해주기를 바랬지만 이젠 포기해야할 나이가 된 것같다. 그리고 내가 작은 사회라는 학교에서 살면서 권력이 무엇인가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좀 어린 권력이라고 봐야겠지만, 이 작은 사회에서도 누군가의 권위와 위세가 어떻게 작용하며, 그런 작자들이 대체로 어떤 작자들인지 약하게나마 정의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학교에서의 권력이란 이런 것이다. 큰소리로 외치는 사람, 그를 따르는 사람, 그리고 외침 당하는 사람까지 모두 권력의 일부가 되는 것이 학교에서의 권력이다. 여기선 사회가 물처럼 흘러간다. 바위위의 물은 그 자리에서 높이 치솟는다. 물론 다음 순간에 떨어진다. 떨어진 물은 다시 평범하게 흘러가다가 바위위로 올라간다. 물론 다음 순간에 떨어진다. 이정도가 내가 학교에서 배운 사회의 전부이다. 정확힌 학교에서 살면서 쌓은 학교에 대한 지식이다. 이런 지식을 통해 나는 학교에서 사는 여러 생존기를 익혔다. 무난하게 사는 방식을 깨달으라고 만든 학교에서 적절한 것은 이렇게 배우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끔은 이런 학교에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보통 다른 학교와 대비해서 비교 대상이 되는데, 사실 비교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좋은 학교라고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는 하다. 내가 이 학교에서 살면서 가장 큰 지식은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난 정말 잘 살고있다. 이것만 기억해도 될 것 같다. 우리 학교는 오늘도 평화롭고, 나도 학교에서 잘 생존하고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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