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2. “이번엔 러시아 애가 전학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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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봉명초 | 등록일 | 25.04.03 | 조회수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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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러시아 애가 전학왔어?”…국제학교도 아닌데 외국인 몰리는 이곳, 왜?
다문화 학생 48% 청주 봉명초 한국어 교실 별도 운영하고 행사땐 원어민 동시통역 제공 이태원초엔 34개국 학생 공존 2주마다 각국 국기 바꿔걸어 이주학생 작년 20만명 육박 “즈드라스트부이체, 아나스타샤!(안녕, 아나스타샤)” 지난 3월 새 학기를 시작한 충북 청주시 봉명초등학교 교무실. 수업 준비로 분주한 와중에 선생님들이 러시아어 인사 연습을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전학 온 6학년 아나스타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였다. 수줍은 표정으로 교무실에 들어온 아나스타샤는 선생님의 러시아어 인사에 방긋 미소를 지은 후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답했다. 한국 땅에서 듣기 쉽지 않은 러시아어지만, 봉명초에서는 러시아어가 사실상 ‘공용어’다. 봉명초는 올해 새 학기 기준 전체 학생 607명 중 292명(48.1%)이 이주배경학생인데, 이 중 88%가 러시아·중앙아시아권 학생들이고 11.9%가 몽골·중국·필리핀 등 기타 국가 학생들이다. 이주배경학생은 다문화 학생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학생 본인 또는 부모가 외국 국적이거나 외국 국적이었던 학생을 뜻한다. 봉명초가 전교생 50% 이상이 이주배경학생인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라는 사실은 학교 주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학교 인근에 러시아 식료품점이 줄지어 위치해 있고 러시아어로 적힌 어린이보호구역 안내판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봉명초에는 일제시대 연해주 근처에 거주하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우리 동포인 ‘고려인’ 후손이 많다. 백명선 청주시 외국인주민지원센터 운영실장은 “약 15년 전 봉명동 지역에 고려인 대상 쉼터가 있었고 임대료도 다른 동네에 비해 낮아 고려인이 몰리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한 가구에 3대가 사는 집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봉명초의 이주배경학생 비율은 2021년 33.6%에서 2022년 43.2%, 2023년 55.8%, 2024년 56.9%로 매년 증가세다. 봉명초 병설유치원은 지난해 전체 학생 46명 중 딱 한 명만이 한국 학생이었을 정도다. 러시아어로 된 가정통신문, 행사 시 러시아·우즈베키스탄 원어민 교사의 통역 등은 이제 필수가 됐다. 이명희 봉명초 교장(56)은 “아이들의 다문화 수용성은 어른들보다 훨씬 크기에 아이들을 잘 가르쳐 사회에 진출시키면 우리나라의 다문화 수용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다양성에 녹아들어서 그런지 특수학급 학생 등 다른 학생들과도 편견과 차별 없이 잘 지낸다”고 전했다. 서울에서도 밀집학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태원을 필두로 중국인이 많은 구로구 대림동, 러시아인이 많은 동대문구 등에서 비슷한 학교들을 만나볼 수 있다. 최근 찾아간 이태원초 국기 게양대에는 태극기 옆에 미국 성조기가 함께 걸려 있다. 장진혜 이태원초 교장은 “외국에서 온 아이들이 많다 보니 2주마다 한 번씩 다양한 국기를 교체해서 걸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초에 다니는 아이들의 출신국은 각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의 자녀부터 난민 출신 아이까지 한국을 포함해 34개국에 달한다. 장 교장은 “다문화 학생 중심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교육주간을 운영하면서 학생·학부모의 다문화 소양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초는 라마단 기간에 급식을 먹지 않는 이슬람교 학생을 위해 점심시간에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대체식을 준비하는 등 기존 문화를 중시하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박민지 이태원초 교사는 “라이베리아나 콩고민주공화국 국기가 없다며 슬퍼하는 아이들이 있어 운동회 때 만국기를 걸지 않고, 간식을 구매할 때도 이슬람교를 믿는 아이들을 위해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곤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처럼 늘어난 이주배경학생은 작년 기준 19만3814명으로 10년 전인 2014년(6만7806명)보다 2.8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초·중·고 전체 학생의 1.07%에 불과하던 이주배경학생은 3.72%로 높아졌다. 이에 교육부는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30% 이상인 학교를 ‘밀집학교’로 지정하고 한국어 학급을 늘리는 등 대응책을 만들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초등학교를 지나 중·고등학교 이상이 되면 점차 소외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1년 여성가족부의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희망 교육 수준은 4년제 이상이 62.0%로 가장 높았고, 4년제 미만 대학이 23.3%로 뒤를 이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고등교육을 원하고 있지만 다문화가정 자녀의 대학 진학률(순취학률)은 40.5% 수준이다. 국민 전체 대학 취학률 71.5% 대비 31.0%포인트 낮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나이대로 보면 초등학교 쪽에 편중되고, 지역적으로 보면 일부 외국인 밀집지역에 편중됐다는 인상이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어교원자격증을 가진 교사들 중에 중국어나 러시아어 등을 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등 이중언어 교육이 이뤄진다면 더욱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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