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러시아러로 떠들썩… 두집 건너 한집꼴 외국어간판 봉명초 전교생 600여명 중 42% '다문화학생' 저렴한 집값·인근 산단 취업용이 2만명 밀집청주시, 지난해 4월 외국인지원세터 개소·정착지원
[중부매일 이은호 기자] 3일 오전 8시 30분께 청주시 흥덕구 봉명초등학교 앞.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학부모들의 모습은 여느 등굣길과 비슷해 보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어가 아닌 생소한 러시아어로 떠들썩하다.
봉명초등학교에는 전교생 2명 중 1명꼴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고려인으로 구성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다. 10월 기준 전교생 600여명 중 250여명(41.6%) 이상이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권 출신 학생이다.
녹색어머니회와 교통안전요원들은 등굣길 학생들의 교통안전 지도에 한창이다. 교통지도를 돕기 위해 나선 이명희 봉명초 교장은 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러시아어로 인사를 건네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등굣길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명희 교장은 "봉명초는 러시아, 중앙아시아계 학생들의 입학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학생들과 소통과 접점을 넓혀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봉명초의 등굣길 풍경은 수년 뒤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올 미래"라고 말했다.
같은날 봉명1동 한 거리. 러시아어 간판을 단 식료품상점과 다양한 가게들이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즐비했다. 가게 안에서 중앙아시아와 고려인들이 생필품과 주류들을 구입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이들이 봉명1동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다. 이후 러시아·중앙아시아인들의 밀집 거주지역이 인근 사창동, 복대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 정책기획과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청주 31개 동 가운데 봉명1동, 사창동에 러시아 중앙아시아인 국적 외국인 인구가 가장 많다. 봉명1동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대다수 러시아, 중앙아시아인, 고려인이라고 언급했다. 봉명1동에 거주하는 러시아·중앙아시아인은 2020년 1만6천829명, 2021년 1만1천456명, 2022년 1만2천345명, 2023년 1만4천128명, 올해 1만8천13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흥덕구 전체 인구의 17.4%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들이 봉명1동에 거주하는 이유로는 월 10만~20만원대의 저렴한 집세, 인근에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과 청주일반산업단지가 가까이 있어 일자리를 구하기 쉬운 점, 통큰버스 이용 등 편리한 교통여건이 꼽힌다.
청주시 봉명1동행정복지센터에는 러시아어 통역이 가능한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해 러시아인 민원 지원에 나서고 있다. / 봉명1동행정복지센터 제공
이처럼 늘어나는 외국인에 발맞춰 청주시는 지난해 4월 봉명동에 첫 외국인주민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이은숙 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은 "중앙아시아인과 고려인 등이 유입돼 기존에 살고 있는 한국인과 이질감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도록 돕기 위해 환경(쓰레기 분리수거)교육, 한글교육, 생활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올 연말에는 경로당잔치에 중앙아시아계 외국인도 초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