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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비엔날레!!
작성자 옥동초 등록일 09.04.27 조회수 216

9월 광주비엔날레 준비하는 도슨트 66명
골절상 목발 짚고, 졸업도 미루며 참여
"난해한 작품, 아이들도 알기쉽게 설명"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달려온 20~40대 여성 45명이 '미술 밖 미술전'과 '일상의 연금술전'이라는 기획전을 잇따라 찾았다. 그러나 이들의 관람 방식은 일반 방문객들과는 사뭇 달랐다.
전시 작품뿐 아니라 전시공간의 배치와 작품설치 방식, 관람객의 동선 등을 꼼꼼히 살폈고, 큐레이터에게 전시기획 과정과 작가,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요구했다. 설명을 하면 내용은 물론, 말투와 몸짓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모두들 눈빛이 반짝거렸다.

오후에는 '아트선재센터'와 '로뎅갤러리'도 섭렵한 후 밤 10시30분 광주로 돌아온 이들의 발걸음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얼굴에는 새로운 것을 얻은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20~40대 여성들, 넉 달간 교육

이들은 (재)광주비엔날레가 올가을 '2004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서 활약할 '도슨트'(전시해설가)로 선발한 사람들로, 국내,외에서 찾아올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한 이론교육과 실무훈련을 받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북 남원에 사는 서양화가 노영선(34)씨는 얼마 전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목발에 의지하면서도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매회 교육에 참가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노씨는 "작은 힘이나마 비엔날레에 보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도슨트 후보들은 모두 66명. 120여명 지원자 가운데 지난 4~5월 진행된 보고서 심사와 전시해설 시연테스트 등을 거쳐 60명이 최종 선발됐다. '통역, 작가 도슨트' 등 특채로 선발된 6명과 함께 지난 5월 말부터 넉 달 일정의 본격적인 도슨트 교육과정을 이수 중이다.

그동안 6개월여 동안 크고 작은 비엔날레 관련 행사를 보고 수시로 광주 시내 미술관을 찾아 작가와 전시기획자로부터 설명을 듣는 '갤러리미팅'에 참여하면서, 현장 감각과 경험도 쌓고 있다.

■인터넷 카페도 운영 정보 공유

또 10~15명씩 9개 조로 나뉘어 자율적으로 공부모임을 운영하면서 미술이론 등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기 위한 준비에 힘을 쏟았다. 인터넷에 카페(http://cafe.daum.net/bien nale2003)를 열어 온라인을 통해 구성원들이 교류하며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도록 했다. 운영은 3~4회 대회 때 참여했던 '맏언니' 격인 윤은희(45)씨가 주도했다.

공예를 전공하는 김진화(20, 전남대2)씨는 "조별 모임에서 미술이론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며 "어린이들도 이해하기 쉽게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주부 김미혜(34, 광산구 산월동)씨는 "나 자신이 감흥을 느끼고 즐길 수 있어야 남에게도 전달해줄 수 있는 법"이라며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선발된 도슨트들은 전업작가, 주부, 미술전공자, 비전공 대학생 등 그 구성이 다양하다.

네 명의 자녀를 둔 주부로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김선아(39, 광산구 첨단지구)씨는 "비엔날레 일을 하기 위해 졸업을 한 학기 늦췄다"며 "도슨트 활동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사진으로 보는 비엔날레'라는 주제로 사진집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영학을 전공 중인 선연아(23, 전남대4)씨는 "예술 경영에 관심이 높아 참여하게 됐다"며 "관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전시해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명순현(20, 조선대3)씨는 "모든 출품작가들로부터 직접 얻은 작품 정보로 실감나는 해설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66명의 도슨트들은 '손님맞이본부'와 7개 주제, 특별전 전시관에 2~8명씩 배치되며, 일부는 자신의 경력과 분야별 특기를 살려 다양한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조각가 양문기(34, 전남 화순)씨 등 '작가 도슨트' 4명은 설치, 사진 등 각각 자신들의 작업과 관련 있는 장르의 작가와 작품들을 전담, 전문적인 해설을 하게 된다.

또 영어(최중매, 명순현, 주연실)와 일어(조정란), 중국어(이윤), 독일어(김주희, 이경희) 등 '통역 도슨트' 7명은 각각 해당 언어권의 작가와 관객 사이의 '소통'을 책임진다.

청각장애인 정민자(24, 전남대4)씨는 "전공자이면서도 비엔날레 전시를 보면 난해한 작품들이 많아 안타까웠다"며 "최선을 다해 청각장애인들에게 문화, 예술의 향기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7월 한 달 동안은 광주 시내 갤러리에서 실제 전시해설을 맡는 '1일 도슨트' 실습교육을 받는다. 도슨트들이 전시관별로 배치된 뒤에는 그룹스터디를 통해 자신이 맡은 출품작가를 집중 연구하게 된다. 이어 8~9월에는 작가들의 작품설치를 도우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남의 잔치 아닌 우리의 잔치'

그러나 이들 활동은 벌써 시작된 듯하다. 대학원에서 미디어홍보를 전공하는 송미경(38, 서구 상무1동)씨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지원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양화가 김혜숙(40, 북구 삼각동)씨도 "도슨트로 참여한 뒤 반상회 등에서 '비엔날레는 남의 잔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고 했다.

광주비엔날레 도슨트 담당자 정건호(45)씨는 "전시장에서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도슨트들은 비엔날레의 얼굴이자 성패를 가르는 주인공"이라며 "이들이 광주를 문화중심도시로 가꾸는 주역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키워드

도슨트(docent) =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해주는 해설가. 각종 예술 작품에 대해 다양한 정보와 전문적인 식견, 감각 등을 갖춰 행사장의 일반 도우미와는 그 격이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현재 300여명이 활동 중으로, 예술에 대한 애정 및 지식과 함께 정해진 교육과정을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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