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둥지 9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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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영화 | 등록일 | 10.10.14 | 조회수 | 237 |
9월 1주(8.30-9.3) 월-드디어 개학이다. 방학내내 온 아이들이야 별로겠지만 그래도 온 학년이 나오니 시끌벅적이다. 생기가 난다. 아이들의 소리들이 귀를 기쁘게 한다. 예부터 아기울음소리와 책읽는 소리가 나야 사람사는 곳이라는데 말이다. 방학휴우증으로 적응이 좀 필요하니 첫날은 가볍게 방학때 있었던 일을 그림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방학동안의 많은 추억들이 오간다... 화-여름의 끝날.. 왠지 더위로 힘들었던 여름도 아쉽다. 물론 아직도 덥지만 언제나 지나가면 다 그리움으로 남는다. 여름을 보내는 날 지구관련 환경동화애니메이션을 본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초록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수-가을의 첫날,, . 가을이라 부르기만해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은행잎도 얼굴빛을 바꾸고.. 다시금 아이들과 즐겁게 인형놀이를 시작한다. 함께 놀 인형들을 오물닥주물닥 찰흙으로 빚는다. 주사위도 만들고 집도, 여름 끝이라 그런지 바다생물들이 많다. 상어떼가 나타난다. 이름도 붙이고 다 마르기를 기다리며 곱게 한 쪽에 잘 모셔둔다. 목-텃밭에서 참외를 따다. 모두 6개다. 하나는 교무실에 맛보시라고 갖다드리고 껍질채 먹는다. 연두에서 노오랗게 익어가는 참외를 보는 눈맛이란 ..신기하고도 정말 즐겁다. 아삭아삭 아기같은 속살에 달콤한 향과 맛,, 처음 농사짓는 거여서 그런지 더욱 애정이 간다. 안타깝게도 수박은 자라다 녹아내렸지만 그래도 커가는 동안 행복했다. 생명을 가꾸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한포기 풀로 사랑을 배우다.. 금-새로 1학년인 유진이가 와서 환영잔치를 연다. 마침 홍석이네서 제사과자를 듬뿍 주셔서 아이들이 접시에 에쁘게 꾸민다. 수박젤리며 동그란 빨간 사탕과 색색 과자들인데 어릴 적 추억의 과자로 그땐 귀해서 그런지 난 이런 과자가 좋은데 아이들도 잘 못보는거라 나름 좋아한다. 유진인 못보게 하고 짜잔이다. 당근갈아서 만든 팬케익과 쥬스도 먹으면서 세상의 동그란 것들은 뭘까하는 수수께끼도 한다. 새로운 학기, 새로운 아이, 새로운 날처럼 청소을 한다. 사다리타기로 정하면서 하는 즐거운 청소,, 나만 그런가? 화장실을(이건 내 당번이고 자원할 친구가 있으면 같이 한다) 물로 싹싹하면서 마음도 깨끗해진다. 바로 이게 청소의 기쁨이다.. 아이들도 그렇길 간절히 바라며.. 9월 2주(9.6-10) 월-한 주가 시작되는 새로운 날,,반가운 얼굴로 주말이야기꽃을 피운다. 우리 텃밭에 고추가 빨갛게 익어 따서 그린다. 고추네 가족이다. 처음으로 아크릴 물감을 써보는데 색이 선명해서 이쁘다. 금방 마르고 덧칠하기도 좋다. 텃밭그림공책을 따로 만들어 이렇게 그려본다. 우리가 가꾸는 것, 또 우연히 만난 벌레들.. 만남을 기억하는 것,, 어느 작가의 말처럼 사람이 있을 곳은 누군가의 가슴속이라는데 우리는 서로 어떻게 기억하고있을까.. 화-편지쓰는 날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속 주인공에게 쓰는데 자기가 아는 게임 주인공에게 쓰기도 한다. 우선 편지지를 예쁘게 슬픈 이야기부터 엉뚱한 부탁까지 친구끼린 비밀편지지만 은근슬쩍 나에겐 보여준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노랫말처럼 그리움이 하늘처럼 높아만 가는 날이다. 라디오에서도 가을우체국앞에서,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라고 부추긴다. 나도 마음으로 쓰는 편지 한 줄 끄적인다. 수- 봉숭아를 따 왔는데 같이 온 애벌레가 있어 바로 그린다. 손톱만한 길이에 연초록빛이 빛난다. 얼굴이며 입이며 작은 발들이 너무나 앙징맞아 쳐다보기만 해도 신기하고 재밌다. 옆에 자벌레가 왔다. 자벌레가 움직이면서 그려내는 모양은 또 어찌나 예쁜지 모른다. 동그랗게 동그랗게 나아가는 모습이 나도 닮고싶을정도다. 세상일에 모나지말고 둥글게 둥글게 말이다. 벌레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날... 목-방학때 했는데 안들인 아이들이 있어 또 한번 봉숭아물을 들인다. 적당한 바닥 돌과 찧을 돌을 마당에서 골라오는대로 앉아 작은 이파리와 꽃잎을 따서 곱게 찧는다. 이정도면 돼요?.. 하면서도 계속 궁금하다. 얼른 하고싶은 마음 알지만 좀더 좀더 하라 한다. 무얼하든 목표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있기에 천천히 하길 바래서다. 그래서 빨리를 외치는 아이들에겐 더욱 느리게 반응한다. 기다림의 미학까진 안가더라도 과정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해서이다. 꽃잎이 부드럽게 짓물러가는 것,, 색이 달라지는 것,,다 찧은 아이 먼저 적당히 실을 끊고 이파리로 손톱을 감싸고 실로 묶는다. 하룻밤을 잘 견뎌야 이쁘게 물들고 그래서 손가락 잘 간수하고 ,, 첫눈 올때까지 있으면 소원 이뤄지니 소원도 빌고,,, 이렇게 의식처럼 하루를 마무리한다. 경건하게 ,,거룩한 날 되길.. 금-마당있는 곳이라 모기가 많다. 집에서 말린 쑥을 가져와 태우니 연기가 자욱하다. 역시 아이들이다. 마법의 성, 어쩌고 하더니 귀신의 집으로 바뀐다. 바로 종이에 귀신의 집이라 문패 만들어 붙이고 귀신가면을 만든다. 블라인드도 다 치고 불도 다 끄고 귀신이야기만 한다. 자기가 아는 무서운 이야기 해서 글쓰고 그린다. 온갖 귀신들이 다 모인다. 그렇게 가면쓰고 새참도 먹고 청소도 한다. 특히 귀신목소리를 내야한다. 히히히~ 오늘 귀신잔치에 오신 분들 모두 같이 즐겁게 피를 빨면서 놀아요...구미호, 내 다리 귀신,드라큐라 ,, 백발마녀,, 한바탕 무덤가에서 잘 놀다 간다.. 그런데 속으로 자꾸 나오는 웃음은 뭐지? 너무 엉성한 귀신들이라 그런가 ?....그러면 어떠랴, 너무나 다들 즐거운 귀신인 걸.. 9월 3주(9.13~17) 월- 월요일마다 옛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보통은 그림책 읽어주기- 날씨따라 다르다. 좋은 날은 웃기는 것, 궂으면 무서운 거다. 오늘은 너무나 맑으니 엉뚱한 이야기다. 잘잊어먹는 사람으로 한참을 웃는다. 재밌으면 되풀이해서 들려준다. 그때그때 들려주면 좋은 이야기를 고른다. 착한 사람이 복받고 나쁜 사람은 벌받는다는 생활적인 이야기부터 상상력을 길러주는 것들 등 다양하다. 삶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이기에 이야기를 통해 많은 걸 배운다.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고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미덕들을 알게 모르게 익힌다. 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지난 주 만든 흙인형에 색칠하다. 아크릴과 포스터물감으로 조심스럽다. 색이 입혀지니 더 멋지다. 칠하면서 벌써 연극이 시작된다. 다 칠하고 한쪽에 둔 다음 오늘의 공부를 마치면 영화보기다. 학년별로 돌아가며 뭘 볼지 결정하는데 2학년이 한다. ‘빨간모자의 진실’로 재밌는 건 보고 또 본다. 새참으로 포도와 미숫가루를 먹으며 본다. 기존의 문학작품이 전혀 다른 이야기로 각색되니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새로운 이야기로 아이들도 창의적인 맛보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 수- 포도 물들이기로 하는데 앞서 필요한 손수건을 만든다. 바늘에 실을 꿰는데도 한참이다. 지난해 먼저 했던 아이들은 좀 빠르고 처음인 아이들은 손에 땀을 쥔다. 더디지만 그 느림을 즐긴다. 천천히, 뭐든 바로 되는 건 없는 법. 눈을 반짝이며 바느질을 하는 아이들, 미래의 장인같다. 그 눈빛이 어찌나 진지한지 무척 기특하다. 목-눈을 감고 포도 냄새를 맡는다. 달콤하다. 먹는다. 알알이 입안에서 느껴지는 것 그대로 그리기를 한다. 그리고 포도껍질들을 끓이고 손수건을 담근다. 보랏빛으로 바뀌는 마법의 순간,, 와아... 마루 가득 포도 향이 그윽하다. 눈맛도 좋다. 포도에 푹 빠진 날... 금- 다음주가 추석이니 우리도 송편을 빚는다. 어제의 포도물과 집에서 가져온 비트를 갈아 물들인다. 조물조물 반달같이 하자 하지만 제각기다. 고물은 깨다. 콩은 안먹는다 한다. 보라색, 분홍색,, 보라분홍색 떡들이 솔솔 쪄지면 참기름발라 예쁘게 담는다. 아이들이 각각 담임선생님부터 챙기고 교무실에도 보낸다. 미리하는 추석 잔치에 마냥 흥겹다. 오랜만에 물걸레질 대청소한다. 창틀이며 문 틈새며 구석구석 쓱싹쓱싹 닦는다. 사다리 타기로 정하면서 서로 바꾸기도 한다. 그래도 짝꿍지어 하니 마냥 즐겁게 금방이다. 엉덩이를 치켜세우고 이리저리 마루를 누빈다. 어찌나 이쁜지.. 여전히 화장실,부엌은 내 몫이지만 같이 하는 동안 신나니 음악볼륨이 높다. 마음도 같이 덩달아 맑아지고 깨끗하다. 청소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훌륭한 일이다. 그래서 더욱 기분좋게 한다. 호박엿도 먹어가며 축제처럼 말이다. 생활의 환기작업.... 9월 4주(9.20~24) 월-주말이야기로 시작하고 추석휴일이 내일부터니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 나눈다. 할머니집, 큰집,,, 제사, 송편, 용돈받기, 무덤가서 절하기,,,새옷 사기 등등 이야기꽃이 피어 지질 않는다. 마음과 몸이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풍성하게 보내길... 화~목- 추석연휴 내내 행복하길... 금-재량휴일이다. 아이들이 조금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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