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3 월요일
신재형(7살)이 새로 왔다. 지난해 보육실은 안했지만 잠깐 전학갔다가 왔으니 얼굴이 낯선 건 아니다. 다들 반갑게 맞이한다.
월요일 한주가 시작되면서 한편 다시 적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집에서 마음껏 나름대로 각자 있다가 모여 움직여야하니 서로들
목소리도 높고 행동도 크다. 부산스러운 마음들을 이야기로 풀고 책으로 달랜다. 무려 10권이나 가져온다. 자기가 가져온 책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난다. 나도 그 빛에 열정이 안날 수 없다. 그 눈빛을 어찌 외면할 수
있으랴...목은 아프지만 마음은 흐믓하다.
2008. 11. 4 화요일
유치원에서 형제가 새로 왔다. 박기현(5살)과 박대현(7살)이다. 진천에서 왔다지만 시골 우리네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부끄럼도
많이 탄다. 아이들이 서로 궁금해하고 통성명 하기 바쁘다. 동아리들을 한창 만드는데 서로들 들어오라고 한다. 그림그리기. 동시,
책읽는 동아리. 요리동아리 등 하고 싶은 것들로 회원도 모집하고 벽에 광고전단도 꾸며 건다. 몇 개씩 겹쳐 같이 들어가서 다들
열심이다. 스스로 뭔가 만드는 것을 보면 참 대견하고 기특하다.
나는 동아리의 도우미니 최대한 활동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살펴보고 챙기고 보살핀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사람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모임은 그 자체로 소속감을 느끼고 공동체성을 기른다. 함께 하려면 서로 끊임없이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게 바로 소통과 대화 그로 인한 공감이기 때문에 동아리들은 언제나 반긴다...
2008. 11. 5 수요일
산수유가 붉게 달려있다. 빛깔이 곱다. 먹어본다. 시큼하고 떫은 맛에 한 두개 입에 댄다. 차를 만들려고 우리는 저마다 한웅큼씩
따서 햇빛에 두고 또 홀짝 놀이도 한다. 파란 하늘 아래 붉게 익어가는 산수유처럼 우리네 마음도 한층 이뻐진다. 가을처럼 다른
빛깔들로 물들어가면서 우리네 하루도 그렇게 찬란하게 지나간다...
2008.11. 6 목요일
새로온 아이들 몰래 환영잔치를 벌인다. 쉬쉬해가며 한쪽 구석에서 카드를 꾸미고 적는다. 특별한 요리를 준비한다. 내가 동네에서
이삭으로 따서 가져온 포도 한 바구니와 별미로 흑찹쌀 부꾸미다. 미리 불려둔 팥을 삶아 조리고 쌀은 갈아 반죽한다. 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부꾸미를 부치고 예쁘게 상도 차린다. 다 모인 자리에서 환영말을 해주며 박수도 쳐주니 어리둥절한 기현,
대현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은지 멋적게 웃기만 한다. 그렇게 친구들을 맞이하면서 우리도 모두 한마음이 되어 신나는 하루였다..
2008. 11. 7 금요일
그림책을 읽다가 흉내내기로 한다. “ 집나가자 꿀꿀꿀”의 돼지형제들다. 다른 등장동물인 토끼도 되고 까마귀도 되고 나무아래서
집을 만든다. 나뭇잎이불이 마냥 폭신해 그냥 잠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나뭇잎목욕탕에서 우리 집이 최고야를 외친다. 그래 내게
익숙한 곳이 제일 편한 법이다... 갑자기 전해오는 교통사고소식, 다들 무사해야 할텐데.. 부랴부랴 달려간 병원,.중환자실에서
본 아이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저 잘 되기를 마음속으로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