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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팡팡 10월 3주 이야기
작성자 옥동초 등록일 09.04.27 조회수 198

2008. 10.13 월요일
정미네의 결혼식 갔다 온 이야기, 혜정이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 이야기, 목걸이 샀다고 자랑하는 영진이,, 주말이야기로 시작하는 날이라 새삼 반가운 아이들...가을 하늘 푸른 빛에 우리도 같이 들어간다. 햇빛에 반짝이는 모래 위에 저마다 맛난 케이크도 만들고 풀을 모아 사람도 만든다. 풀베개도 만들어 눕는다. 우린 하늘 품에 안긴다. 바다같이 푸른 하늘에 푹 빠져서 마냥 좋은 날이다...

2008. 10. 14 화요일
종이왕관을 만든다. 작은 걸 만들다 머리에 쓴다고 신문지로 했는데 너무 크다. 다시 달력으로 만들어 쓰니 작지만 조금 찢어서 맞춘다. 다들 왕 같고 한편 휜색이라 주방장 모자같으니 요리를 한다. 모래가 밥이 되고 풀이 국수가 되기도 나물도 된다. 모자가 그릇도 된다. 나는 손님으로 주문을 한다. 비빔밥도 초밥도 시킨다. 요리사가 여럿이니 주문도 많다. 오늘 새참으로 단호박떡 할 때도 왕관을 쓰고서 하니 다들 그럴싸 해 보인다. 왕들이 만든 떡이라 더욱 맛있다...

2008. 10. 15 수요일
바깥 나들이에서 우린 숲의 요정들이 된다. 마술 막대기로 변신 시작, 나뭇잎을 뿌리면서 옷을 갈아입는다. 숲의 큰 나무를 둘러싸고 생명의 물을 준다. 나무둘레를 손잡고 노래도 한다. 잘자라 라고 기도도 하고 귀 기울여 나무의 목소리도 듣는다. 나무가 고맙다고 한단다. 숲의 나무들과 친구가 되어 안아준다. 다르게 변해가는 나뭇잎들을 한가득 모아둔다..보물처럼 막대기와 나뭇잎들을 숨겨두고 온다..들어와서 시와 그림를 같이 꾸미다. 나무에게 부른 노래가 그대로 아이들의 시가 되어 수요일은 앞으로 동시의 날로 정한다...

2008. 10. 16 목요일
그림책 100권 잔치를 끝내고 난 뒤에 본 책들을 한꺼번에 카드에 적는다
날마다 책을 읽지만 카드에 적지 않으니 도우미를 정한다. 책도 가져오고 정리도 하고 카드도 쓴다. 오늘은 혜정이와 홍준이로 5권이나 가져온다. 재밌는 건 또 보고 한다. 새로운 책 ‘오리가 한 마리 있어요’는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이들에게 흥미를 줄뿐 아니라 힘들어도 자기 길을 가는 것이 행복함을 보여주는 책이다.
어제 모은 나뭇잎들로 색깔 띠를 만든다. 초록색부터 짙은 갈색까지 나뭇잎들이 곱다. 나뭇잎처럼 우리네 마음도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 나뭇잎 관을 두른다. 양버즘 나뭇잎들을 둥글게 꿰어 머리위에 얹으니 진짜 숲의 요정 같다. 그 요정들 덕분에 왠지 좋을 일만 일어 날 것 같다. 요정이 곁에 있어 즐거운 하루,,,

2008. 10. 17 금요일
어제 이어 나뭇잎 관을 만들어 쓰고 홍준인 기념사진도 찍다. 서로 찍겠다고 하니 그냥 맡긴다. 6학년 아이들은 부케도 만드니 숲속 신부 같다. 3,4학년들이 무슨 일인지 잡으러 다니다가 미끄럼틀에서 인아가 떨어졌다, 골절같아 바로 연락 해 병원으로 갔다. 모두 다 상황을 봤으니 조심스레 놀기를 약속한다. 무엇보다 안전하게 놀기가 우선이다. 나무에게 인사하고 들어와 지난 주에 이어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 2부를 본다. 치이로처럼 바다를 달리는 기차를 타고 싶기도 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치이로지만 그 모험은 마음에 오래 남을테다. 영화가 끝난 뒤 새참으론 간단하게 고구마를 쪄서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가다..

2008. 10. 18 토요일
재미팡팡 탐험대가 모여 석장리 철 생산지 터를 간다. 동네 나들이를 되는대로 하려 한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자기가 사는 곳의 유적지를 찾아가는 거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 가게 된 아이들도 있지만 적은 아이들이 가니 오붓하니 좋다. 걸어서 가는 시골길은 남다른 풍경이다. 가을 억새가 은빛으로 반짝이고 노란 은행잎들이 발밑을 수놓는다. 비단길이 따로 없다. 하늘은 바다 같고 땅은 어느새 고고학자의 발걸음으로 살아난다. 한솔이네 집을 지나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넘고 밭둑을 지나간다. 가는 길에 밭을 갈아 놓은 넓은 터에서 화랑의 무예처럼 맨발로 달리기로 하면서 철들을 찾는다. 옛날에 철이 나왔다며 한동안 발굴하다 지금은 다시 덮었단다. 안내판을 읽으며 철은 못봤지만 발밑 땅에서 철내음을 맡아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향긋한 꽃냄새가 우리를 부른다. 산국이다 노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우릴 반긴다. 눈감고 맡아보는 순간 천국이 여기 같다. 냄새에 취해 미안하지만 조금 꽃을 따온다. 잘먹을께 인사하고 꽃들을 뒤로 한다. 가을에 몸과 마음이 푹 빠진 날이다.

2008. 10. 19 일요일
다문화가정의 전통혼례식이 진천에서 있어 간다. 정미네 부모님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에게도 낯설지만 혼례복의 아름다움에 눈맛이 좋다. 그것을 보는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엄마아빠의 결혼이 다른 문화의 결합이라 더 풍요롭게 다가오면 좋을텐데 한국의 핏줄주의가 조금은 더 크게 갈 것 같다. 세계화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덕목이 바로 다양성의 이해와 수용이니 이렇게 한 공간에서 같이 보내면서 길러지지 않을까 싶다. 피부색과 국적이 아닌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우리는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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