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의 독립운동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중견 간부 추정(秋汀) 염온동(廉溫東)

(1898. 5. 1 ~ 1946. 1. 24)

   조  범  래 / 독립기념관 학예실장

 1. 3ㆍ1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상해로 건너가 큰 뜻을 펼치다.

염온동은 1898년 5월 1일 강원도 금화군 읍내리 485번지에서 부친 염문우(廉文雨)와 모친 손문(孫文) 사이의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¹⁾ 호는 추정(秋汀)이며, 어려서는 집안 어른들에게서 한학 등 유학을 수학하였다.

 황성신문 1910년 3월 27일자에 따르면 선생은 금화군의 공립보통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제1회 졸업생이었다. 금화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선생은 서울로 상경하여 보성전문학교에 재학하면서 독립운동에 관여하는 인물들과 접촉하며 국내의 비밀결사에 참여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과정에서 1910년 대한제국 강제병탄 이후 자행된 일제의 가혹한 식민통치에 맞서 민족의식에 눈을 뜨게 되었고, 1919년 금화지역 3ㆍ1운동에 참여하여 일제에 항거하다 체포되어 3년간의 옥고를 치렀다.²⁾ 

 선생은 3년간의 옥고를 치르고 1921년 4월 28일 독립운동의 큰 뜻을 품고 중국 상해(上海)로 망명하였다. 상해에 도착한 선생은 외국인이 경영하는 전차회사의 검표원으로 취직하였다. 당시 상해로 망명한 많은 한인들은 외국인이 경영하는 전차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이들의 수입은 일반 근로자들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생활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³⁾ 선생은 취직을 하여 생활을 영위하면서 독립운동을 지원하였다. 3ㆍ1운동 직후인 1919년 4월 이후 중국 상해에는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망명한 많은 한인들이 집결하였다. 일제의 식민통치에 맞서 독립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독립운동가들이거나 신흥도시로 성장한 상해에서 장사를 통해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려는 부류, 또는 유학생들로서 출신 성분이 매우 다양하였다. 또한 상해에 모인 한인들은 극히 일부의 자영업자를 제외하고는 중국인이나 외국인들의 회사 등에 고용되어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선생은 상해의 전차회사에 취직하여 생활하면서 프랑스조계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독립운동단체와 그 소속 인물들과 교류하였고, 상해에 도착한 지 2년만인 1923년, 제11회 임시의정원 의회에서 강원도 출신의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1923년은 임시정부 수립 이후 계속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모색하기 위한 국민대표회의가 개최된 해였다. 국민대표회의는 국내는 물론 상하이ㆍ만주ㆍ베이징ㆍ노령ㆍ미주 등에 산재한 단체와 그 대표 등이 모여 무려 6개월간 계속되었다. 그러나 국민대표회의는 임시정부의 존재 여부를 놓고 창조파, 개조파 등으로 나뉘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임시정부는 이 과정에서 국민대표회의의 결과를 수습하고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해야 했다. 제11회 임시의정원 회의는 바로 이런 과정에서 개최되었다. 국민대표회의가 한창 진행되는 중에 임시의정원 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에서는 각 지역의 독립운동 단체와 대표들이 참가하여 독립운동 진영의 향후 노선과 활로를 결정하는 회의에 어떤 형태로든 임시정부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제11회 임시의정원에서는 국민대표회의에서 논쟁이 된 시국문제, 즉 임시정부 폐지를 둘러싼 토론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여야 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대국쇄신안과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탄핵안 제출과 이에 따른 격론이었다. 제11회 임시의정원 회의 속기록 등 관련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관계로 선생이 대국쇄신안이나 대통령탄핵안, 임시헌법 개정안 등에 다른 임시의정원 의원들과 함께 서명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선생은 임시의정원 의원으로서의 활동을 1년 여 만에 끝냈다. 1924년 2월에 개회된 제 12회 임시의정원 의회에서 의원 사직원을 제출한 것이다. 선생의 사직원은 3월 12일에 열린 전체회의에서 찬성 6, 반대 0표로 가결되었다.⁴⁾ 무슨 이유로 사직원을 제출하였는지 그 이유에 대한 기록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또한, 선생이 임시의정원 의원을 사직한 이후 2년여 간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는다.

 선생의 독립운동 관련 활동은 1926년 7월에 결성된 대한민국임시정부 경제후원회에서 계속되었다. 경제후원회는 1926년 7월 임시정부를 경제적으로 후원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였다.

 1923년 국민대표회의 결렬 이후 임시정부는 그 결과를 수습하고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하기 위하여 임시정부 체재개편과 임시헌법 개정, 초대 대통령 이승만 탄핵 등을 추진하였다. 제2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박은식은 대통령 중심의 임시헌법을 개정하여 국무령 중심의 내각책임제로 헌법을 개정하였다. 이상룡이 초대 국무령으로 취임하였으나 내각 구성에 실패하고 서간도로 돌아갔고 후임에 양기탁이 선출되었으나 그 역시 취임을 거부하였다. 오랜 진통 끝에 홍진이 국무령에 취임하였으나 임시정부의 재정 상황은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임시정부 청사로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의 임대료도 제때에 지불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 무렵 미주에서 도산 안창호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가지고 상하이에 도착하였다. 송병조ㆍ한진교 등은 안창호를 초빙하여 임시정부 존립을 위한 각 단체의 통일을 목적으로 상하이의 삼일당에서 7월 8일 모임을 개최하였다. 안창호는 이 날의 모임에서 ｢우리 혁명운동과 임시정부 문제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하였는데, 요지는 임시정부는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며 모든 한인은 경제적 원조로 임시정부의 존재를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날 안창호의 연설로 임시정부의 존립 목적을 위한 구체적인 기구를 조직할 것을 결의하고, 15인의 설립준비위원을 선출하였다. 선생은 안창호ㆍ조상섭ㆍ엄항섭ㆍ최창식ㆍ박창세ㆍ송병조 등과 함께 경제후원회를 조직하기 위한 준비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선생은 이들 15명의 준비위원들과 함께 7월 9일과 15일 두 차례의 준비위원회를 개최하여 경제후원회 회칙 등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7월 19일 밤 삼일당에서 창립총회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준비위원회가 마련한 경제후원회 회칙이 통과되었고, 선생은 이유필ㆍ임필은과 함께 회계검사원으로 선출되었다.⁵⁾

 경제후원회의 목적은 임시정부를 후원하는 것이었고, 선생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1926년 12월에 중국돈 대양(大洋) 5원을 임시정부 재무부에 애국금으로 납부하였다.

 이 시기에 선생은 상하이 청년동맹회 간부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청년동맹회는 “일반 청년 남녀에게 혁명적 정신을 고취하고 단결된 행동을 훈련하여 민족적 독립을 완성할 것”을 목적으로 1924년 4월 5일 프랑스 조계 내의 삼일당에서 결성되었다. 즉 청년동맹회는 국내외 독립운동 진영의 내분을 통합하고  분산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각 분야별 독립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통일 전선을 형성함으로써 임시정부를 명실 공히 독립운동의 최고기관으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청년동맹회의 많은 회원들은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하며 ‘독립당대표회의 소집’, ‘임시정부 개조운동’을 추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청년동맹회가 추진하였던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한 통일전선결성은 결과를 보지 못하였다. 청년동맹회는 1927년 3월 10일 상해한인청년회가 결성되는 자리에서 해산되었다. 선생은 이 자리에 엄항섭 등 청년동맹회 간부들과 함께 참석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2. 독립운동진영의 통일을 위해 노력하다.

 중국 관내에서는 1920년대 중반에 민족유일당운동이 광범위하게 전개되었다. 1926년 10월 유일당 결성을 위한 목적으로 대독립당조직북경촉성회가 조직된 이후 1927년까지 9월까지 상해(上海), 광주(廣州), 남경(南京), 무한(武漢)에서 각지의 촉성회가 결성되어 대독립당 조직을 위한 분위기가 고조되자 이들 각지의 촉성회를 하나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전개되었다. 북경촉성회에서 상해촉성회에 중국 관내 각지의 촉성회 연합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의한 이래 몇 차례의 회의를 거쳐 1927년 11월에 상해 민국로에서 각지 촉성회 대표의 연합회의인 한국독립당관내촉성회연합회가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연합회의 전위가 될 목적으로 1927년 12월에는 중국본부한인청년동맹이 결성되었다. 중국본부한인청년동맹은 “청년회의 진보 발전을 기하는 데 있어 청년회의 연맹을 필요로 하여” 결성된 북경, 상해, 광주, 남경, 무한의 5개 지역 한인청년회의 연합체였다. 선생은 1927년 12월 5일에 중국본부한인청년동맹의 22명 중앙집행위원의 한 명으로 선출되었다. 중앙집행위원 22명으로 구성된 중앙집행위원회는 본부를 상해에 두고 각지의 청년회를 지부로 개편하였는데, 선생은 엄항섭, 김기진 등 10명과 함께 상해지부의 대표로 선출되었다. 이후 선생은 청년동맹회나 중국본부한인청년동맹에서 활동하며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한인독립운동진영의 통합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이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였다.

 1931년 12월 24일에 개회된 제23회 임시의정원 의회에서 선생은 강원도 출신의 의원으로 보선되었다. 이후 제28회 임시의정원 의회(1935년 11월 2일)에서 해임될 때까지 선생은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임시의정원 회의 기록을 정리하는 기록업무를 담당하였다. 이 기간에 선생이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떤 발언을 하였는지, 혹은 어떤 법안을 제안하였는지 관련 기록이 충분하지 않아 알 수 없다.⁶⁾

 선생이 또 다시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한 시기는 임시정부가 가장 어렵던 시기이었다. 김구가 주도한 한인애국단의 이봉창ㆍ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결행된 이후 상해의 프랑스 조계에서 13년 동안 머물던 임시정부와 요인들은 일제의 집요한 수색과 검거를 피해 각자 안전한 장소로 피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의열단, 한국독립당 등 한인독립운동 진영을 대표하는 정당과 단체들이 항일역량 강화와 독립 쟁취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좌우합작의 형태로 출발한 민족연합전선의 성격을 띤 한국대일전선통일동맹운동이 전개되었다.

 선생은 이 시기, 즉 1932년부터 임시의정원 의원 자격이 해임될 때까지 임시의정원 의원이면서 대일전선통일동맹에 참여한 한국혁명당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한국혁명당은 1932년 1월에 남경에서 결성되었다. 한국혁명당의 결성과정이나 실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국혁명당은 신익희가 중심이 되어 중국의 각 기관에 복무하고 있는 한인들과 상해 한국독립당에 불만을 가진 인사들로 세력을 결집하여 결성한 정당이었다. 선생은 성주식ㆍ연병호 등과 함께 주요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⁷⁾ 선생이 중국에 망명하여 줄곧 상해를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남경으로 활동 근거지를 옮긴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자료가 없다. 다만 상해가 윤봉길 의사 의거 직후 일제의 독립운동자들에 지속적인 감시와 검거로 인해 피신한 장소가 남경이었을 것이며, 또한 상해에서 같이 활동하던 몇몇 동지들과 함께 남경으로 피신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혁명당에서 주요 당원으로 활동하던 선생은 한국혁명당이 중국 관내로 이동해 온 만주 한국독립당과 합당하여 1934년 2월 신한독립당을 결성하게 되면서 신한독립당에서 활동하였다.

 한국혁명당과 만주 한국독립당이 합당하여 신한독립당을 결성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양당이 모두 군사노선을 지향하고 있어 독립운동 노선 상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 또 하나는 현실적인 이유이었다. 중국 관내로 이동해 온 만주 한국독립당으로서는 새로운 활동기반을 마련하는 데 한국혁명당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며, 한국혁명당 역시 세력기반이나 독립운동 역량이 취약했기 때문에 세력 확대나 독립운동 역량 강화라는 측면에서 만주 한국독립당과의 합당이 필요했을 것이다. 신한독립당의 결성은 비록 일부 독립운동 세력 간의 통일이었지만, 중국 관내 독립운동 세력과 만주 세력이 통일을 이룬 최초의 성과이었다.

 1930년 중반 한국대일전선통일동맹에서 추진하던 전선통일운동, 유일당 결성에 주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신한독립당은 한국대일전선통일동맹의 전선통일운동에 의열단, 한국독립당(상해)과 함께 세력을 나란히 하여 1935년 7월 민족유일당으로서 민족혁명당을 결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상해 한국독립당에서 민족혁명당을 결성하는 과정에서 문제로 대두된 임시정부 폐지에 반대하여 김구 등의 세력이 이탈하였지만, 민족혁명당은 좌우연합전선운동의 결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선생은 이 민족혁명당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임시의정원 회의에 불참하게 되었고, 그 결과 제28차 임시의정원 회의에 연 2주를 불참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자연해임되기에 이른 것이다. 즉, 선생은 제23차 임시의정원 의회에서 강원도 의원으로 보선된 이후 제 28회 임시의정원 의회가 개최될 때까지 강원도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28회 임시의정원 의회 회기 중이던 1935년 11월 2일자로 의원직에서 해임되었다. 해임 이유는 본인의 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임시약헌 제23조에 의해서 해임된 것이다. 1927년 4월 제정된 임시약헌 제23조는 󰡒의원이 무고히 당선증서를 개회 후 7일까지 제출치 아니하거나 무고히 연속 2주일까지 차석할 때는 그 직무는 자연 해임되며 의원사직의 청허여부는 원의로 정함. 의원이 결원된 때는 의장이 곧 정부로 통지하여 보선케 함.󰡓이라는⁸⁾ 내용이다. 선생은 신한독립당의 당원으로 대일전선통일동맹의 연합전선운동의 결과로 결성된 민족혁명당에 참여하였던 것으로 판단되며 민족혁명당의 당원으로 활동한 관계로 제28차 임시의정원 의회에 불참하였던 것이다. 선생은 민족유일당으로서 민족혁명당의 결성이 구체화되고 있던 1935년 3월에 낙양(洛陽)으로 건너가 중국군의 낙양항공사무소에서 비행기를 수리하는 기술자로 근무하였고⁹⁾, 민족혁명당 결성 이후 선생은 민족혁명당 낙양구 책임자로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이 낙양의 항공사무소에 근무한 기간은 아마도 임시정부가 중경에 정착하고 민족혁명당이 이제까지의 임시정부 불관주의를 포기하고 임시정부에 참여하게 되는 1942년 전후까지로 판단된다. 

3. 중경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중견간부ㆍ임시의정원 의원으로 독립과 임시정부의 확대ㆍ개조를 위해 활동하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32년 4월 한인애국단의 윤봉길 의사 의거 직후 상해를 떠나 항주ㆍ진강ㆍ장사ㆍ광주ㆍ유주ㆍ기강 등 중국 관내를 8년여 동안 이동하다가 마침내 1940년 5월 중국 국민당의 임시 수도인 중경에 정착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중경에 정착한 직후부터 중국 관내지역을 이동하면서 흐트러진 임시정부의 조직과 체제 및 대일항전태세를 강화하는데에 전력을 기울였다. 먼저 임시정부가 중경에 정착하기 직전인 한국국민당ㆍ재한 한국독립당ㆍ조선혁명당 등 우익 진영 3당이 통합하여 한국독립당을 결성하였다. 우익 진영 3당의 통합으로 결성된 한국독립당은 임시정부의 세력기반을 확대, 강화하는 동시에 임시정부의 체제정비도 병행하는 일이었다. 먼저 임시정부를 항일독립운동의 최고기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부의 국무위원 수를 7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고, 아울러 임시의정원이 의원 정수도 35명으로 확대하였다. 그리고 임시정부의 직할 무장부대로 한국광복군을 창설하였다. 개헌을 통해 임시정부를 단일지도체제로 바꾸었다. 이로써 임시정부는 중경에 정착한 이후 강화된 임시정부(정)ㆍ한국독립당(당)ㆍ한국광복군(군)의 3위일체 체제를 확립하게 됨으로써 8년여 기간 동안 이동하면서 흐트러진 임시정부의 혼란을 극복하고 항일독립운동의 최고 중추기관으로서의 모습을 회복할 수가 있게 되었다. 먼저 임시정부는 1940년 10월 임시정부의 지도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무위원제를 주석제로 개정하고 주석에 김구를 선출하여 단일지도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민족혁명당 등 임시정부 반대세력을 임시정부로 흡수 통일하여 제34차 임시의정원 의회에서 마침내 민족혁명당 등 반대세력이 임시의정원으로 통합되어 좌우연합의 의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선생도 임시정부에 다시 참여하였고 한국광복군과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하였다. 선생이 1935년 11월 2일 연2주간 계속하여 임시의정원 회의에 불참하였다는 이유로 자연 해임된 지 약 9년여만의 일이었다.  

 선생이 낙양에서 민족혁명당의 당원으로 낙양지부 책임자로 활동하며 1944년 임시정부에 참여 할 때까지 중국의 낙양항공사무소에서 계속하여 근무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 임시정부가 중경에 정착한 이후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선생의 공식적인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임시정부에서 발행한 임시정부 공보 제81호다. 1944년 6월 6일자로 발행된 임시정부 공보 제81호에 󰡐(대한민국 26년 6월) 5일 국무회의에서 군무부장의 천보에 의하여 염온동을 군무부 총무과 과장으로 선임하다.󰡑라는¹⁰⁾ 기사가 보인다. 임시의정원 의회 관련 기록에서 1935년 11월 2일자로 임시의정원 의원 해임한 기록 이후 임시정부의 공식 기록을 통해 처음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이어서 임시정부 공보 제82호(1944년 9월 10일 발행)에 선생이󰡐군무부 군사학편찬위원회 간사로 인준되다󰡑라는¹¹⁾ 기사가 있다. 선생은 임시정부가 중경에 정착한 1940년 9월 이후 곧바로 임시정부 요인이나 민족혁명당 당원들과 함께 중경으로 옮기지 않은 것이다.

 선생을 군무부 총무과장으로 천거한 사람은 군무부장이었다. 1944년 4월의 제35회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임시정부의 국무위원 수를 14명으로 확대하여 김구가 주석에, 김규식이 부주석에 당선되었고, 이어서 이시영 등 14명이 국무위원으로 선출되었다. 국무위원 중 김원봉은 같은 해 5월 8일에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군무부장에 선임되었고, 그의 천거에 의해서 선생은 군무부 총무과장에 선임된 것이다. 선생을 천거한 김원봉과는 아마도 민족혁명당의 결성 직후에 서로 교분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각종 자료에서 선생은 민족혁명당 결성 직후의 간부 명단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1934년 일제의 정보문서에 선생은 민족혁명당 당원임이 확인되고 있고, 1935년 3월에 낙양으로 가서 낙양지부의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민족혁명당의 최고 책임자였던 김원봉과 어떤 교류가 있었을 것이며, 또한 중국 낙양의 항공기술자로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을 한국광복군과 임시정부에서 활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선생은 군무부의 총무과장으로서, 그리고 군사학편찬위원회 간사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였다. 선생이 간사로 선임된 군사학편찬위원회는 1944년 2월 8일 국무회의에서 설치안이 통과되었다. 군사학편찬위원회조례는 총 10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군사학편찬위원회조례

 제1조  군사학편찬위원회는 군무부 직할 하에 치함.

 제2조  군사학편찬위원회는 각종 군사학 서적을 편술하며 군사법규를 기초함.

 제3조  군사학편찬위원회는 주임 1인, 부주임 1인, 위원 약간인, 간사 약간인을 치하되 사무의 번간(煩簡)을 수(隨)하여 증감함.

 제4조  주임위원은 군무부장이 겸임하고 부주임위원과 위원은 군무부장의 천보로 국무위원회에서 임명하고 간사는 주임위원이 임명함

 제5조  주임위원은 회무를 지휘 감독함

 제6조  부주임위원은 주임을 보좌하며 주임위원이 유고한 시는 기 직무를 대리함

 제7조  위원은 주임을 보좌하며 군사서적과 군사법규를 분담하여 편술 혹 기초함

 제8조  간사는 주임위원의 명을 승하여 문서ㆍ회계ㆍ서무ㆍ서역 등 사무를 분장함

 제9조  처무규정은 영정(另定)함

 제10조 본 조례는 공포일부터 시행함¹²⁾  

 이 조례에 의하면, 군사학편찬위원회의 주 임무는 제2조에 규정되어 있다. 임시정부의 직할대오로 창설된 한국광복군의 훈련 등과 관련된 각종 군사학 서적을 편찬하거나 저술하는 일, 또한 각종 군사법규를 기초하는 일이 주된 임무인 것이다.

 선생은 군무부의 총무과 과장으로서 또한 군사학편찬위원회의 간사를 겸직하면서 한국광복군의 독자적인 활동을 규제하고 있던 중국군사위원회의 ‘한국광복군행동9개준승’의 개정 법안을 기초하는 데에 노력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군사위원회가 거의 일방적으로 제정하여 통보한 ‘한국광복군행동9개준승’은 한마디로 한국광복군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한국광복군의 창설은 인정하되 임시정부와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중국군사위원회에 예속시켜 중국군의 ‘지원군’으로 만들려는 내용이었다. ‘9개준승’이 통보된 직후 임시정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의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 졌다. 그러나 한국광복군의 활동과 운영에 중국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되어 임시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인통접수(忍痛接受)’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임시정부에서는 ‘9개준승’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으나, 곧 한국광복군 공약과 한국광복군 서약을 제정 발표하여 한국광복군의 독립성과 자주권을 지키려는 의지를 표현하였다. 또한 지속적으로 한국광복군의 자주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다. 민족혁명당 등 이제까지 불관주의를 주장하며 임시정부에 불참하였던 좌익세력이 참여하여 개회된 1942년 10월의 제34차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되었고, 임시정부에서도 ‘9개준승’ 수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 결과 ‘한중호조군사협정초안’을 마련하여 ‘9개준승’을 폐지하고 새로운 군사협정을 체결하자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여러 차례의 논란과 회의를 거듭하고 중국 군사위원회와의 접촉을 통해 마침내 1944년 8월 ‘9개준승’이 취소되었고 한국광복군은 이에 대신한 새로운 군사협정으로 1945년 4월 ‘원조한국광복군판법’을 마련하였다.

 선생은 이 과정에서 아마도 ‘한중호조군사협정초안’이나 ‘원조한국광복군판법’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에 일정한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군사학편찬위원회의 주요 임무 중의 하나가 군사법규의 기초였기 때문이다. 물론 ‘한중호조군사협정초안’이나 ‘원조한국광복군판법’이 군사와 관련한 법규는 아니다. 이는 한국광복군을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중국정부와의 관계를 설정한 법규였다. 그러나 군사학편찬위원회의 위원 명단을 살펴보면, 선생의 역할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주임은 군무부장인 김원봉이 겸임하였으며 부주임에는 윤기섭, 위원에는 이복원ㆍ이연호ㆍ권준이 선임되었고, 간사에 나태섭이 선임되었다. 이들 위원들 면면을 보면, 만주에서 직접 무장 투쟁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거나 1937년 군사특파단의 위원으로, 의열단 단원으로 활동하였던 인물로 대부분 민족혁명당 소속이었다. 제34차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9개준승’의 폐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한 의원들이 대부분 민족혁명당 소속의 의원들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수긍이 가는 대목일 것이다.

 선생이 참여하여 활동한 군사학편찬위원회는 이미 민족혁명당에서 운영이 되었던 바가 있다. 김원봉은 민족혁명당의 군사부 산하에 지청천ㆍ윤기섭ㆍ성주식ㆍ김창환ㆍ이복원 등으로 구성된 군사학편찬위원회를 운영하였던 바가 있다. 윤기섭과 이복원은 이미 민족혁명당의 군사학편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선생은 이 편찬위원회에서 군사학 관련 서책을 여러 편 편찬하였다. 1945년 4월 1일자 군무부의 공작보고서에 의하면 군사학편찬위원회에서는 ‘보병조전’ㆍ‘진중요무령’ㆍ‘지형학’ㆍ‘측량학’ㆍ‘사격교범’ 등의 책자를 편찬하였고, 1945년 4월 현재 󰡔보병팔서󰡕를 번역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¹³⁾

 이처럼 임시정부의 군무부 총무과장으로서, 군사학편찬위원회의 간사로서 맡은 바 소임을 성실히 수행하던 선생은 1945년 4월 다시 임시의정원 의회에서 강원도 출신 의원으로 보선되어 이제는 광복을 앞두고 임시정부의 국제 승인과 광복 후 임시정부의 환국에 따른 후속 처리방안의 마련을 위해 노력하였다. 

 선생은 1945년 3월 26일 중경의 연화지 임시정부청사에서 있었던 임시의정원 의원 보선투표에서 강원도 출신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4월 11일 임시의정원 의원에서 신도의원(新到議員)으로 선출되어 제38차 임시의정원 의회에 출석하게 되었다. 선생에 대한 자격심사위원으로 안훈ㆍ김상덕ㆍ강홍주 세 명이 선출되었다. 안훈 의원은 선생에 대한 자격 심사 결과에 대해서 “과거에 혁명운동에 많이 노력하던 동지로 지금도 많이 노력하는 바 착오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라고¹⁴⁾ 의장에게 보고하였고 이 날 참석한 26명의 전원 찬성으로 선생은 강원도 지역 신도의원으로 선출된 것이다. 제38차 임시의정원 의회는 1945년 4월 11일부터 5월 8일까지 개최되었다. 제38회 의회에서는 일제의 패망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임시정부의 통일과 확대ㆍ개조 논의가 첨예화되었다. 주요 쟁점은 1)독립운동자대표대회의 소집, 2) 임시의정원과 임시정부 확대 개조, 3) 임시헌장의 수개문제 등이었다. 이 중에서 임시의정원을 구성한 한국독립당과 민족혁명당, 신한민주당 소속의 의원들 간에 가장 큰 쟁점은 독립운동자대표대회의 소집문제였으며, 그 핵심에는 어떻게 임시정부를 확대ㆍ개조해서 해외독립운동세력의 최고 영도기관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선생은 제38차 임시의정원 회의가 개최된 날에는 거의 매일 회의에 출석하여 발언하였다. 특히 선생은 민족혁명당 소속의 의원으로 1945년 5월 7일에 최석순 등 동료의원 7명의 명의로 ｢독립운동자대표대회 소집에 관한 건｣을 제출하였다.

   독립운동자대표대회 소집에 관한 건

   주문

 현하 내외정세에 감하여 현재 의적에 망라된 독립운동자대표의 기구보다 실질적으로 명실상부한 각지의 독립운동자대표대회를 정부로 하여금 최속한 기간에 소집하여 독립운동에 관한 중요문제를 결정하여 합법적으로 추진 실현하도록 할 것. 단 독립운동자대표대회에 관한 구성요소 급 범위와 소집정도는 정부에서 결정하여 실시할 것.

    이유(구술)

    대한민국 27년(1945)  5월  7일

    제안자 최석순  이해명  김약산  염온동  안훈  조시원  양우조¹⁵⁾

 그리고 회의에 출석하여 이와 관련한 여러 차례의 발언을 하여, 독립운동자대표대회의 소집 주체와 소집기한 등에 대해서 역설하였다. 선생은 독립운동자대표대회의 소집주체와 소집기한에 대해서 제안자의 한사람으로 대표대회를 제안한 이유와 소집 주체, 소집기한 등에 대해서 보충설명을 하였다. 제안에서는 임시정부가 소집 주체이어야 하고 소집 기한도 ‘최속한 기간’이라고 하였으나 보충 설명에서는 꼭 소집 주체와 기간에 대해서 “내가 (제안을) 내놀 때는 토의에 부쳐 얼마든지 고칠 것으로 생각하고 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독립운동자대표대회) 해야겠다는 논의는 다 일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간 문제되는 것이고 또 소집분자 생각될 것입니다. 그런데 의정원에 상무위원회가 성립될 것입니다. 그러면 상무위원과 정부에서 잘 차상해서 할 것이고 또 시간은 아까  조의원(조완구) 말과 같이 반년 이내에 되면 참 잘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10월 이내라고 기한을 잡고 또 국무위원회라는 것을 의정원상임위원과 결탁하여 하기로 하자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발언하였다.¹⁶⁾ 소집주체와 기간 등에 상당한 유연성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제안에는 임시정부가 소집주체가 되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소집하는 것으로 하였지만, 보충 설명을 통해 소집주체를 국무위원회와 신설될 임시의정원 상무위원회로, 그리고 소집기한에 대해서는 1945년 10월 이내로 새로운 제안을 제시한 것이다. 선생은 또한 제38차 의회가 진행 중이던 5월 8일에 정부의 재무와 예산, 결산을 심의하는 제3과에 최석순 등 5명의 의원과 함께 선출되었다. 

 선생은 제39차 임시의정원 의회에서도 강원도 출신의원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였다. 제39차 임시의정원 의회는 일제가 패망한 뒤 이틀 뒤인 1945년 8월 17일 중경의 임시정부 청사에서 개최되었다. 8월 17일, 18일, 21일, 22일, 23일까지 모두 5일간 개최된 마지막 임시의정원 의회였다. 제39회 의회에서는 임시정부 내의 여당인 한국독립당과 야당인 민족혁명당ㆍ신한민주당 등과의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임시정부가 민족의 대표로 그대로 환국할 것인지 아니면 총사직하고 ‘국내인민에게 봉환’할 것인가를 놓고 격돌한 것이다. 민족혁명당 소속이었던 선생은 손두환 등 19명의 명의로 8월 23일 ｢현 내각은 즉시 총사직하고 간수내각(看守內閣)을 조직｣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제안을 제출하였다. 임시정부 임시의정원에 제출된 마지막 제안이었다. 제안의 내용은 임시정부는 임시적 국외혁명정권이었으며, 이제 해방이 되어 전 국민에 의한 전국 통일적 임시정부가 수립될 것이니, 인민대중의 결택(決擇)을 위해 현 국무위원회는 총사직하고 간수내각을 조직하여 박절(迫切)한 일체사무를 판리(辦理)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생은 8월 22일의 회의에서 국무위원의 총사직과 관련하여 ‘정부는 모든 혁명운동을 총영도하는 기구예요. 그런데 과거와 같이 민주를 떠나서는 아니 되겠다입니다. … 민의를 차버리며 무슨 민주를 한단 말이요. … 나는 탄백하게 말하겠습니다. 임시정부를 삼천만에게 갖다 바치는 방식은 여기서 다 내놓는 것이 혁명자의 태도이다입니다. … 그런데 만일 그대로 입국한다면 역시 그런 작풍으로 일 아니 하리라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 혁명자는 혁명자의 태도를 취하라입니다.’라고¹⁷⁾ 주장하였다. 현 임시정부 국무위원회의 총사직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다. 임시정부의 권력을 삼천만 민중에게 갖다 바치려면 먼저 현 국무위원의 총사직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혁명자의 태도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선생은 이처럼 일제의 패망이 확정된 직후에 임시정부의 환국에 따른 제반문제를 논의하는 임시정부의 마지막 임시의정원 회의에서도 독립운동자가 가야 할 정도를 언급하였다. 선생은 다른 임시정부 요인들이 광복된 조국으로 돌아 간 이후에도 귀국하지 못하고 1946년 1월 이역만리 낯선 중국대륙 중경에서 광복된 조국을 그리며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정부에서는 선생의 독립운동의 공적을 기려 1977년 독립장을 추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