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관계 등록법

빛나리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에요. 빛나리는 ‘밝고 환하게 빛나는 사람이 되어라.’는 뜻으로 부모님이 지어 주신 순우리말 이름이에요.

그런데 빛나리는 반 아이들로부터 이름 대신 ‘대머리’로 불리고 있어요.

“어유, 대머리가 지나가니까 복도가 훤하네.”
아이들은 틈만 나면 빛나리를 놀려 댔어요.

하루는 너무 화가 난 빛나리가 아빠에게 따지듯 물었어요.

“아빠, 왜 제 이름을 하필 빛나리로 지으셨어요? 뜻이 좋으면 워해요? 매일 놀림받는데.”

빛나리가 날마다 이름을 바궈 달라고 조르자, 마침내 아빠도 두 손을 들었어요.

“집에서만 빛나리라고 부르고, 학교에서 부를 이름을 하나 지어 주면 되겠구나. 민정이 어떠니? 황민정.”

빛나리는 학교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아빠 내 이름을 다시 지어 주셨어. 황민정! 그러니까 너희도 이제부터 나를 민정이라고 불러줘.”

“야, 이름은 그렇게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게 아니야. 주민 등록 등본에는 ‘황빛나리’로 적혀 있잖아.”

집으로 돌아온 빛나리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어요.

“아빠, 주민 등록 등본에 적혀 있는 이름을 바궈 달란 말이야. 으아앙!”
우리 주변에는 빛나리처럼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그 외에도 이름의 뜻이 안 좋아서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지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가족 관계 등록법(정식 이름은 ‘가족 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서 이름을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또 2005년에는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이름을 바꿈으로써 더 행복해 잘 수 있다면 그것을 들어줘야 한다“는 판례가 대법원에서 나온 적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