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좋은 날 - 일기쓰기
1920년 0월 0일
날씨 : 눈이 얼다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제목 : 신은 언제나 평등하다…….
오늘은 운수가 좋았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를 두려움에 쌓여있었고, 초조하기 만했다. 자꾸 집 생각이 났다. 배고프다고 조르는 아직 세살먹이 개똥이, 조밥 먹고 앓아 누운 나의 바보같은 아내, 날 두고 떠나버린 아내, 내가 죽도록 사랑한 아내…….
원망스럽고도 원통해서 눈에서 우울한 비가 내려 앞이 안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아기……. 이제 내가 살 수 있는 희망은 우리 아기 뿐이다. 약도 못 써보고 죽은 아내, 설렁탕을 그렇게 사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운수가 좋았는데 왜, 왜 아내가 차갑게 식어있는 건가? 왜?
신은 언제나, 항상 평등하다. 운수가 좋으면 나쁜 것이 따라온다.
차라리 운수가 나빴다면 아내가 죽지 않았을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꼭 집에서 나의 아내의 마지막을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