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의 일기
날짜: 운수 좋은 날
: 오늘 아침부터 더욱 아파하는 마누라를 보면서 가슴은 아팠지만 일도 안하면서 아파하는 모습을 보자니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변변한 직업도 없는 나에게 시집을 와서 왜 고생을 하는지...
안 쓰러운 눈으로 보고 있노라니 그 시간에 일을 더 열심히 하려고 집을 나서는 찰나에 마누라의 한마디에 아까 했던 동정의 생각은 사라져버렸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설렁탕이라니. 일도 안하면서 바라는 것이 많은 것 같아 오늘따라 더욱 아파하는 아내를 뒤로하고 일을 나갔다.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첫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오늘따라 손님은 더욱 많기만 했다. 평소보다 더욱 많은 손님으로 돈은 평소의 두배를 뛰어넘는 만족스런 결과이다. 이렇게 돈은 많은데 왜일까? 집 방향으로 갈 때면 돈은 생각도 안나고 기분이 정말 않좋은 이유가... 오늘은 정말 많은 돈을 벌어 기분 좋은 마음에 술 한잔하고 아침에 화내고 나온 것이 미안하기도 하여 설렁탕을 샀다.
여전히 집으로 향하는 마음은 가볍지가 않다. 많은 돈을 벌었음에도 식어가는 설렁탕을 보니 왠지 불안했다. 그래도 이 설렁탕을 보며 좋아할 아내의 모습을 위안으로 삼아 걸음을 재촉했다.짧은 시간에 많은 상상을 하고 집 문고리를 잡고 평소처럼 내가 왔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나의 아내는 식어가는 설렁탕처럼 차갑게 식어만 가고 있었다. 평생 설렁탕 한 그릇 못 사주고 그 설렁탕을 먹고 싶어 용기 내어 말했는데...
미안하오. 사는 동안 행복하게 못해주어. 미안하오. 따뜻한 음식 하나 못해주어. 사랑하오 모든 걸 다 참아주어서...
-운수좋은날-
동백꽃
날짜: 닭들의 혈투
: 돈 없는 게 죄인가? 괜한 돈 때문에 불쌍한 닭들만 피해보고 정말 불쌍하다. 하지만 나는 자기네 집에 얹혀 살고 돈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점순네 닭만큼은 죽이거나 때리지 못한다. 아니 못했었다. 정말 돈이 이렇게 귀한 존재인가? 생명을 왔다갔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실이란 것이다. 그냥 예전처럼 나를 지나치지 그날따라 자꾸 친한 척을 하는 것이다. 그때 내가 기분 좋게 말했더라면 우리 닭도 점순네 닭도 지금쯤 평화롭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살면서 당한 고문은 죽어서도 말로못할 것이다. 점순이가 그렇게 소중하게 여긴 닭인데 왜 내가 죽였을 떄 가만히 있었을까? 지금도 궁금하다. 내가 다시는 안 할 짓이 무엇인지. 점순네 닭은 내가 죽인 그 닭 밖에 없는데 말이다. 내가 다시는 안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무엇일까? 약속해놓고 모르겠다.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닭이었는데 나의 잠깐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그 닭과 우리 닭과의 싸움은 없겠지만 아직도 미안하다. 그 위기만 넘기면 되는 것이었는데 닭은 죽을 일도 없고 내가 처음부터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것이었을까? 아직도 모르는 그 미안한 짓. 내가 감자를 안 먹겠다고 한날 그날부터 점순이가 우리 닭과 자기네 닭에게 싸움을 붙여 놓았는데 그럼 내가 감자를 안 먹겠다고 해서 한 짓인가?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점순이는 처음부터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고 눈치 없는 나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 한것이다.
이제 점순이와 나는 그 이 일이 있은 후부터 더욱 친해졌다.
-동백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