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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전영호 동백꽃
작성자 미원중 등록일 08.07.21 조회수 264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산으로 올라서려는데, 점순 네 수탉이 아직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우리 닭의 면두를 다시 쪼아서 선혈이 낭자했다. 나는 작대기를 들고 헛매질만 하여 떼어놓았다.
나흘 전에 점순이는 울타리 엮는 네 등뒤로 와서 더운 김이 홱 기치는 감자를 내밀었다.
나 는 그녀의 손을 밀어 버렸다. 뒤를 돌아본 나는, 쌔근쌔근 하고 독이 오른 그녀가 나를 처다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흘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음날 점순이는 자기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아 우리 집 씨암탉을 붙들어 놓고 때리고 있었다. 점순이는 사람을이 없으면 수탉을 몰고와서 우리집 수탉과 싸움을 붙였다. 하루는 나도 우리 집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이고 용을 쓸 때까지 기다려서 점순네 닭과 싸움을 붙였다. 그 보람으로 우리 닭은 발톱으로 점순네 닭의 눈을 후볐다. 그러나 점순네 닭이 한번 쪼인 앙갚음으로 우리 닭을 쪼았다. 점순이가 싸움을 붙일 것을 안 나는 우리 닭을 잡아다가 가두고 나무를 하러 갔다. 소나무 삭정이를 다면서 나는 고년의 목쟁이를 돌려놓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점순이가 바윗돌 틈에 동백꽃을 소복히 깔아 놓고 앉아서 닭싸움을 보며 청승맞게 호드기를 불고 있다. 약이 오른 나는 지게 막대기로 점순네 큰 수탉을 때려 죽였다. 그러자 점순이가 눈을 홉뜨고 내게 달려든다.
다 음부터는 그러지 않겠느냐고 다짐하는 점순이에게 그러마고 약속한다. 노란 동백꽃 속에 함께 파묻힌 나는 점순이의 향긋한 냄세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이때 점순이는 어머니가 부르자 겁을 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내려가고 나는 산으로 내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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