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단양 매포중 방과후 학교
# 운영 프로그램
현재 농촌 학교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교육환경이 좀 더 나은 읍ㆍ도시지역으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떠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도ㆍ농간 교육격차는 갈수록 심화되면서 아이들의 어깨는 쳐져만 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역경을 이겨내고 오히려 학생 수를 늘려 나가고 있는 공교육 성공신화의 현장이 있어 전국의 모델이 되고 있다.
충북 단양 매포읍의 자그마한 매포중학교(교장 최태열).
국ㆍ영ㆍ수ㆍ사ㆍ과 등 교과 과목을 중심으로 한 방과후 학교의 성공적인 활동으로 학생들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인근 중학교로의 학생 유출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전 교직원들의 제자들에 대한 사랑과 희생정신,특히 학부모ㆍ지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었기에 오늘의 성공신화가 가능했다.
바로 학교와 학부모,지역사회가 하나가 돼 시골의 작은 학교를 공교육 성공 신화의 명문 학교로 바꿔 놓은 것이다.
매포중의 방과후 학교는 크게 교과 프로그램과 특기ㆍ적성프로그램,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핵심은 교과 프로그램을 통한 학생들의 실력 향상.이는 교내 프로그램과 단양 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edu-topia danyang' 교외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매포읍은 경제ㆍ교육적 여건이 열악하지만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학구열은 매우 높아 학년초 53.3%의 학생들이 학원에 다녔다.
그리고 이중 78.3%가 학과 공부에 도움이 되는 교과 중심의 종합반을 수강했으며,96% 이상의 학생들이 월 10만원 이상∼30만원 이하의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학기초 이같은 설문 결과 학교측은 학교 밖의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 들여 사교육비를 줄이는 대책이 절실함을 깨닫게 됐다.
즉 학교 안에서 교직원들이 직접 학원보다 월등한 교과 중심의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위해 전 교직원들은 제자들에게 무한 사랑의 자원봉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교과목을 연계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력향상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
매포중의 하루는 오전 8시 10분부터 활기를 띤다.이 시간에 전 교직원들이 출근하고,248명의 전교생들도 10분후인 8시20분까지 교실에 들어온다.그리고 20분부터 9시까지 주요 과목의 문제 풀이를 하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시간이 시작된다.
이 문제 풀이집은 교과 담당교사가 직접 만든 것으로 풀이가 끝난후 교사는 일일히 확인, 평가를 한다.
같은 시간 과학실과 사이버 학습실에서는 희망 학생들이 교육방송을 시청한다.
40분동안 자기 주도적인 학습시간이 끝나면 정규 수업시간.
사실 지난해 1학기때까지만 해도 수업시간이 끝나면 학생들은 모두 귀가했는데 최 교장이 부임해 온 2학기때부터는 오후 5시까지 전 교사의 지도로 자율적인 학습시간을 가졌다.
이같은 노력이 학부모ㆍ지역사회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도교육청 방과후학교 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학습 신장에 나섰다. 따라서 올 1학기때부터는 정규 수업이 끝난 오후 4시부터 1시간동안 새로운 프로그램에 의한 보충학습이 시작됐다.
이는 토요일까지 전 교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운영되기 때문에 교사들은 퇴근시간을 매일 넘긴다.
보충학습이 끝난후에도 방과후 학습은 계속 이어진다. 전교생중 42명은 보충학습이 끝나자마자 '에듀 토피아 단양' 프로그램에 곧바로 참여한다.
이 프로그램은 단양교육청이 '지역 학생들을 지역에서 질 높은 교육을 실시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원대한 목표에서 추진된 혁신정책.
이를위해 단양교육청은 관내 초ㆍ중 학생 일부를 선발해 국ㆍ영ㆍ수를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는데 이들 학생들은 매일 9시까지 이 프로그램에서 실력을 쌓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제외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보충학습이 끝난후 집에서 식사를 하고 자발적으로 학교 도서관으로 다시 발길을 옮긴다.
방과후 학교 교실로 개방된 학교 도서관에서 저녁 9시까지 책 읽기와 컴퓨터, 자율 보충학습을 한다.
특히 교사 1명씩 매일 함께 하기 때문에 1대 1 보충학습과 질의ㆍ응답도 이뤄진다. 매포중 학생들의 실력이 쑥쑥 오르는 것은 이때문이다.
또 컴퓨터, 중창, 한자 자격증, 전통민화 그리기반 등 특기ㆍ적성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도 차곡 차곡 실력을 쌓고 있다.
또다른 특징은 지역사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해 지역사회와 함께한다는 점이다.
바로 '매포문화의 집'과 연계해 이곳에서 운영중인 보컬, 기타, 무선자동차, 그래피티반 등에 무료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기만의 숨은 끼를 발휘하고 지역사회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 운영 성과
먼저 뛰어난 실력 향상으로 충북도교육청이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입증되고 있다.
학교별 성적이 비공개이기 때문에 타 학교와 비교할수 없지만 매포중 학생들만의 지난해 성적과 비교하면 괄목하다.
1학년 평균점수를 보면 사회가 49.96에서 54.30으로, 수학은 37.24에서 54.20, 과학은 53.27에서 69.40, 영어는 44.84에서 47.20으로 훌쩍 뛰었다.
이는 전 학년, 전 과목에 걸쳐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곧바로 학생 수 증가로 이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제천ㆍ충주로 빠져 나가던 매포ㆍ대가초 졸업생들이 올해는 단 한명의 유출 없이 전원 매포중으로 입학했다.
또 제천지역 중학교로 전원 입학하던 가평초 졸업생 일부도 올해 처음으로 매포중 가족이 됐다.
실례로 작년에는 244명이 입학했으나 졸업할때는 238명으로 오히려 6명이 줄었다.
학기중 전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의 노력이 2학기 후반부터 확인되면서 올 입학생은 242명으로 늘어났고 현재는 다른 학교에서 4명이 전학을 와 248명이나 됐다. 학교 밖의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 들여 공교육을 활성화시킨 결과다.
이는 학부모의 사교육비 경감과 매포읍 주민들의 화합으로 연결됐다.
방과후 학교의 성공으로 침체된 공교육과 지역을 활성화시켜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모두 행복해 진 현장이다.
▶기획취재팀장 = 신성우 교육체육부장 ▶팀원 = 서병철부장(단양)ㆍ박재광(교육체육부)ㆍ노승혁기자(사진부)
<인터뷰> 최태열 매포중 교장
최태열 교장은 지금 매포인이고 이를 자랑스러워 한다.
사랑스런 제자들은 물론 학부모,지역사회와 함께 24시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원이 고향인 최 교장이 지난해 9월 매포중으로 발령 난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주소지를 매포로 옮기는 일.
다음은 침체된 학교에 활력을 불어 넣고, 아이들 실력을 향상시키는 문제다.
그리고 '3多(웃음, 칭찬, 꿈) 3無(폭력, 휴지, 휴대폰)' 운동과 열린 도서관 운영, 명작ㆍ명화 감상하기,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유대관계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결국 이범윤 도의원(매포)이 "말 많던 동네가 안정된 것은 매포중 덕분"이라는 격려에 이어 이곳에서 대형 학원을 운영하는 모 학원장도 "최 교장의 명문중 육성에 감동했다"며 학원에 다니는 아들을 방과후 학교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교직원ㆍ학부모ㆍ지역사회의 협조로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고, 이 결실은 주민 화합의 밑거름이 됐다.
이는 4년전 부임해 오면서 부부가 함께 주소를 옮겨 현재 지역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한영동 교감과 단양이 고향인 이석록 행정실장의 숨은 노력이 컸다.
최 교장은 오늘도 아이들이 9시까지 공부하고 있는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