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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통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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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회초리는 가정이다 /교장
작성자 오병익 등록일 10.12.16 조회수 265

진짜 회초리는 가정이다

교장 오 병 익

겨울은 침묵인가 하얀 눈 꿈만 그린다. /산으로 가보자 /나뭇잎 모두 방학되어 돌아가고 /강으로 가보자 /나룻배 위 삿대까지  이야기만 고였다. /텅빈 운동장 놓고 간 발자국엔 /햇살 한 웅큼 씩 봄 이야길 만든다/ 필자의 동시‘모두 방학이네’전문이다.

12월 학교 월중 행사의 으뜸으로 방학계획을 꼽는다. 대한민국 어머니의 부지런함이야 세간도 흔들지만 유독 방학 앞에선 수능 만큼이나 떨고 있다.

- 엄마 길들이기

딸 둘을 키워내면서 통제 불능의 극한 상황이었던  딱한 아내. 아직껏 수긍 못하는 게 민망하다. 큰 딸아이가 초등학교 졸업 하도록 도무지 시내버스 한 번 제대로 타는 꼴을 못 봤다. 목적지 표시조차 읽으려하지 않는다. 엄마가 알아서 자동돌봄기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었다.  등교 길엔 곧장 교문으로 들어선 일이 없다. 보통 두 세 번 씩 다시 돌아와 엄마를 닥달했다. 대부분 빠진 준비물을 챙기기보다, ‘왜 그걸 빠뜨렸는가?’ 엄마 잘못을 따지기 위해서였다. 야단치고 눈이라도 부릅뜨면 아예 장소 가리지 않고 주저앉아 엄마의 급소(急所)를 찌른다.‘학교 안 갈거야.‘ 로 노골화하기 일쑤였다. 고도의 심리전에 늘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알아서 이리뛰고 저리 뛰도록 엄마를 길들인거다. 고등학교 입학 후부터 승용차로 꼬박 등하교를 시켜야했다. 공회전을 10여 분씩 기다린 날은 부화가 치밀어 얼굴 빛이라도 흐리면 ‘승차거부’라는 태클로 으름장이다.  안되겠다 싶어 핑계 김에 학교근처로 이사를 하여 한 숨 돌리게 됐다. 그것도 잠깐, 이번엔 둘째 딸 고등학교 배정이 제 언니와 반대 편 학교였다. 큰일 났다며 아이가 발끈했다.‘그럴 줄 알았으면 괜히 집을 옮긴 것 아닌가.’ 3년 내내 밤 늦도록 교문 앞 목 좋은 주차를 하러 우리 부부는 언제나 바쁘게 뛰었다. 아주 잠깐 책상에 엎드린 눈 붙인 날이면  하굣길 차안은 온통  볶고 튀는 공방으로 요란했다. 좀 내버려뒀음 좋으련만, 난 그저 가는 귀 먹은 척 숨가쁜 운전으로 어서 대학생이 되길 기다렸다. 수험생을 둔 사람 누구나 겪는 시련이려니 그 후로 ‘스님도 자신의 머리 못 깎는다던데’를 되뇌이며 1급 정교사인 자신을 위로했다.

-방학 문화

 ‘교장 선생님 방학 때 연평도 갈래요. 나라가 고장 났으니 고치려고요.’안보의 낙제점을 제대로 알아차린 4학년 남자 아이 자율 방학과제다. 어설픈 대북 군사 대응 이후, 아이들도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당찬 얘기를 제법 토해낸다. 방학이면 부실 메뉴로 빡빡한 계획표에  너무 큰 것만 꼲다가 낭패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무슨 공부를  하루 다섯 시간이나 잡았니?’ ‘엄마 계획에서 두 시간을 뺀 건데요.’ 건강에 문제는 없는지, 체력은 어느 수준인지를 살펴주는 게 먼저다. 그 다음 특기도 키우며  균형을 잡아줄 보충을 생각해야 한다. 친인척 방문, 청소년 단체활동, 도시와 농촌 삶의 다양한 참여를 통해  경험을 정리하는 시간 또한 중요 방학문화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게 교육 아니던가. 일방통행으로 너무 몰아붙이지 말라. 그럴 때마다 솔직한 이야기를 쏟아낸다.‘교장 선생님, 저희도 정말 힘들어요.’ 부모의 인내가 필요하다. 인생은 반드시 전환점을 맞게 마련이다. 썰매장에서 얼음을 지치다 재치있게 넘어지는 모습이 스키감독 눈에 띄어 세계선수로 자란 사례도 있다. 제 키보다 훨씬 높은 자전거로 비틀거리면서 부푸는 얄팍한 근육,  가루비누 한 봉지를  손끝이 아리도록 거품만들어 건져낸 빨래까지 값진 방학일기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단 하루라도 관심을 끊고 시야에서 멀리  놔둘 수 없는 걸까?  열손가락 멀쩡한 아이의 숙제를 왜 엄마가 대행하는가?  부모 먼저  치어리더에서 벗어날 때 아이들 귀와 눈이 열릴 게 분명하다. 진짜 회초리는 가정이다. 회초리 놓은 학교를 엄마가 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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