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등성이 넘으면 또 한 등성이 /개구리 먹은 뱀인가 불룩했다 가는 길. /어디 뒤 돌아 '야-호'불러보자. /메아리도 숨 가빠 끊겼다 이어지고 /칡넝쿨 그 길만 보아 /배들배들 꼬인 길. /깨진 산 바위 몇 쪼가리도 /빗물따라 살금살금 나들이 하는 길./ 필자의 동시'산골 길'전문이다. '너희들만 보면 배가 불러…' 백세를 일년 앞두고 저승으로 향하신 옆집 할아버지께서 일상 철학으로 던져주신 말씀이 새로워진다. 몇년 전부터 '왜 불러'라는 노래를 '배 불러'로 고쳐 부르며 할아버지 생각에 바짝 다가서기 위해 애쓰지만 아직도 어렴풋할 뿐, 구도가 잡히질 않는다. 무쇠솥이 걸린 재래식 아궁이의 불쏘시개 같은 토닥거림, 그게 학교장으로서 내 이상향인데.
-까치발 딛기
요즘, 학교의 매력에 솔솔 빠진다. 스스럼없이 몰려와 '교장 선생님 잘했죠?'를 연발하며 매달리니 양쪽 팔로는 모자란다. 대화의 물꼬를 트잔다. '음, 정말 멋져. 교장 선생님도 신났지 네가 정말 부럽구나.' 어떤 화가도 그려낼 수 없을 정도의 행복화다. '야, 뛰지마! 교장 선생님이다.' 그럴 때마다 민망함에 못 본체하면, 겸연쩍은 낯으로 까치발을 딛는 아이들. 순진무구한 동심 속에서 저절로 콧노래가 비친다. 환호할수록 금세 벙그는 웃음 때문에 학교를 두고 연중 꽃동산이라 했나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를 움직인 담임선생님, 말씀 중에 '선생이 되길 잘했어. 널 보면 세상을 모두 얻은 것 같아…' 아직도 속 깊은 은사님 뜻까지 헤아릴 순 없지만 힘겨운 일 앞에서 마음 짠한 평생 지혜로 새겨져 있다. 기다리고 들어주며 하찮은 발짝 소리까지 치켜 세우시던 선생님. 이젠 아이들 하나하나를 마주한 채 내가 속삭일 차례다. '널 보면 세상을 모두 얻은 것 같아…' 두고두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교장은 전교생의 담임이다. 험한 길로 힘겹게 오르는 수레와 같은 이치가 인생이고 무사히 오를 수 있도록 혜안을 넓혀주는 게 바로 교육 아닌가. 우스운 얘기지만, 사람의 운명을 두드리는 역술 교육은 하루에도 몇 번씩 진땀 흘리고 망신당하며 내공을 쌓는다고 한다. 산속에서 긴 시간 혼자 머물러 익히는 방법보다 일찍 개업해서 손님과 마주하는 걸 훨씬 성공으로 꼽는다. 실패를 값진 디딤돌로 생각한 것이리라. '국가의 발전은 교육에 비례하고, 교육의 성패는 선생님 역할에 달려있다'고 볼 때, 학교조직의 건강은 교수학습 성과를 높이는 촉매다. 학부모가 의지하는 선생님, 아이들 심장을 뛰게 할 선생님. 그게 바로 경산 교육가족의 다짐 아니던가.
/오병익(청주경산초교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