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청소년! 게임중독에서 돌아온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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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 | 등록일 | 11.03.15 | 조회수 | 340 |
'놀토'(학교가 쉬는 토요일)였던 14일 화창한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PC방. 어둠침침한 실내에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30여명의 학생들이 빼곡히 앉아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다.
중2인 우영(가명)은 "오늘은 학생 수가 적은 편"이라며 "시험이 끝난 뒤 '놀토'엔 PC방이 애들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곁에서 '스타크래프트2'를 하던 중3 재민(가명)도 "일주일에 두세 번 PC방에 오는데 다른 애들보다 적게 오는 편"이라고 거들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0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2.4%다. 청소년 10명 중 한 명은 인터넷 중독인 셈이다. 성인 중독률(5.8%)보다 2배 이상 높다. 고1인 정민(가명)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게임중독자였다. "한마디로 '게임 무한반복'의 생활이었죠. 게임을 하지 않을 때도 마치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처럼 손가락이 움직일 정도였어요." 그가 게임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다. 재미로 시작했던 인터넷게임은 6학년이 되자 중독 수준이 됐다. 게임 때문에 부모님과 싸우는 일도 잦았다.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하고 PC방에 가기 일쑤였다. 집에 와선 공부하다 왔으니 좀 쉬겠다며 또 게임을 했다. 그런 채로 중3이 되자 덜컥 겁이 났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니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뜻대로 안됐어요. 마음 먹고 책상 앞에 앉아도 자꾸 게임 생각이 나서 10시간 동안 겨우 문제지 2장밖에 못 풀 정도였어요."
정민은 이런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결국 엄마에게 울면서 "공부하고 싶은데 머릿속에서 게임이 떠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수소문 끝에 엄마가 찾은 건 한국청소년상담원 '인터넷 레스큐 스쿨'.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 중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을 뽑아 11박12일 동안 합숙 치료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문가 심리상담을 통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하고, 암벽등반, 스킨스쿠버 등 체육활동으로 새로운 취미를 찾도록 도와 준다. 정민은 "입소 뒤에도 처음 사흘 동안은 게임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의 두진영 연구원은 "이틀째부터는 많은 학생들이 금단증상을 보인다"며 "두통을 호소하거나 불안증세로 화장실에 서너 시간씩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와 비슷한 기계만 보이면 달려들어 게임을 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 탓에 레스큐 스쿨에 있는 현금자동인출기(ATM)가 고장 나는 일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레스큐 스쿨의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점차 평온을 찾는다. 정민도 "수업이 재미있는 데다 선생님들도 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며 "나흘째부터는 나도 게임을 안하고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두 연구원은 "레스큐 스쿨의 목표는 인터넷을 완전히 끊게 하기 보다는 인터넷을 스스로 조절하면서 쓸 줄 아는 제어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1인당 약 2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직접 내는 돈은 10만원이다. 이후 정민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퇴소 후 인터넷 게임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젠 게임에 빠져 있느라 손을 놓았던 피아노를 다시 즐긴다. 꿈을 이루려고 이전보다 공부도 더 열심히 한다. 무엇보다 게임 때문에 엄마와 부딪힐 일이 없어졌다. 정민은 요즘 "게임을 끊으니 내게 시간이 이렇게 많은 줄 새삼 깨달았다"며 "호텔경영학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학으로 유학을 가 호텔리어가 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인터넷 중독 예방ㆍ치료교육 시설은 부족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 약 79만명 가운데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은 2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정부의 인터넷 중독 집중 치료기관인 레스큐 스쿨은 지난해 1회 20명씩 7번 진행됐을 뿐이다. 수료자 수로 따지면 131명이다. 해마다 신청자가 늘고 있지만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보다 1회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간기구와의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중독 치료 전문가인 이형초 사단법인 인터넷꿈희망터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민관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며 "언제든 인터넷 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출처 : 한국일보 (김지은기자)>
본자료의 저작권은 "한국일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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