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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 있는 저항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읽고
작성자 박채니 등록일 14.12.11 조회수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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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 있는 저항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읽고

 

기말평가 사회공부를 하다가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꺼낸 시집이다.

민족의 혼을 지키기 위해 한용운, 심훈과 함께 우리의 문학을 지켜내셨다고

부분을 빨간 볼펜으로 계속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그래서 궁금해져서 시집을

읽었다고 하면 멋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집중이 안돼서 문제집을 덮고 펼친

시집이다.

가만히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서 느껴지는 엄마의 눈길...

역시 우리엄마다. 같이 보자며 의자를 당기신다.

 

윤동주 시인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은 시를 잡지사를 통해서 발표하셨다.

그렇게 계속 시를 발표하시다가 25세에 유명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을 간행하시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27세에 일본군에 의해 옥살이를

하신다. 그리고 28세에 옥사하시고, 돌아가신지 10년 후에 드디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간행 된다.

나는 윤동주 시인의 시 중에서 고3때 지으신 <달밤>이란 시가 괜히 마음에

든다.

 

                  달밤

              -윤동주-

 

       흐르는 달의 흰 물결을 밀쳐

       여읜 나무 그림자를 밟으며

       북망산을 향한 발걸음은 무거웁고

       고독을 반려한 마음은 슬프기도 하다

 

       누가 있어만 싶은 묘지엔 아무도 없고,

       정적만이 군데군데 흰 물결에 폭 젖었다.

                               (1937)

 

뜻은 잘 모르겠고 어렵다. 하지만 왠지 추운 밤하늘 높은 곳에 주변에 별도

없이 홀로 떠있는 둥근 보름달이 되고 싶어 하는 안쓰러운 반달의 모습을 생각

나게 한다. 달은 밤에만 자기가 있는 것을 알린다. 낮에는 해에 가려,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태양을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는 슬며시 적당히 하라고 하신다.

공부도 너무 잘하지 말고, 책도 너무 좋아하지 말고, 생각도 너무 깊게 하지

말라고 맨날 같은 말씀을 하신다. 내 친구들의 부모님들과는 정 반대인 우리

엄마. 하고 싶은걸 해야 하지만, 반드시 명분과 시기가 맞아야 하고 기품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시는 외롭다. 외롭다는 게 기품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를

빼앗긴 힘든 시기에 글로써 민족혼을 지키려고 애쓰셨다는 것은 분명 기품 있는

일이다.

 

시험은 시험이라는 말에 스트레스를 더한다. 따뜻한 유자차 향이 예쁜 찻잔

에서 풍겨 나오고 있다. 부드러운 쿠키와 꿀을 마신 듯한 사과와 이제 그만

나 좀 보지!”하는 문제집이 내 책상에서 날 계속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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