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이육사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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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유지숙 | 등록일 | 10.04.30 | 조회수 | 97 |
교과서에 일부 또는 제목만 나온 시를 소개합니다. 1. 136쪽에 소개된 1935년 작품 '황혼' 황 혼 이 육 사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게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 다오.
저 십이(十二) 성좌(星座)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森林) 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心臟)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沙漠)을 걸어가는 낙타(駱駝) 탄 행상대(行商隊)에게나, 아프리카 녹음(綠陰) 속 활 쏘는 토인(土人)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地球)의 반(半)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
내 오월(五月)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來日)도 또 저 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暗暗)히 사라지는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 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2. 137쪽에 소개된 1940년 작품 '절정' 절 정 이 육 사
매운 계절(季節)의 채쭉에 갈겨 마츰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리빨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3. 137쪽에 소개된 1945년 작품(그의 마지막 작품) '광야' 광 야 이 육 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4. 138쪽에 소개된 1945년 작품 '꽃' 꽃 이 육 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北)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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