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날수록 축제는 다양해지고, 늘어난다. 알찬 축제도 있지만, 기대에 못 미쳐 실망을 안기는 축제도 제법 있다. 그래서 축제가 집중된 4월과 5월에는 미리 사전조사 하는 것이 필수. 요즘엔 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꽃 관련 축제가 한창이다. 더불어 이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이색적인 축제도 많다. 모두 가고 싶지만, 선택은 언제나 고민거리. 가족끼리 갈 예정이고, 볼거리가 알찬 축제를 찾는다면, 다양한 체험이 있는 축제를 고른다면 ‘경남 고성’으로 가자.
경남 고성은 한국의 ‘쥐라기 공원’으로 통한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공룡발자국 유적지가 고성에 있기 때문이다. <쥐라기 공원> 영화가 개봉할 당시만 해도 공룡은 환상의 대상에 가까웠다. 이에 고성군은 공룡발자국 유적지에서 ‘공룡’이란 모티브를 활용,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하기 시작. 공룡축제로 기반을 다졌고 마침내 세계적 규모의 공룡엑스포를 3회째로 문 열었다. 그 현장을 ‘2012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이하 공룡엑스포)’에서 6월 10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고성군이 공룡 관련 공원·박물관 설립, 축제·행사 유치 등을 통해 쌓인 노하우가 이번 공룡엑스포에 집약됐다는 평이다. 편의시설이 부족하지 않도록 다량 배치, 주차장 규모도 저번보다 대폭 넓어졌다. 엑스포로 이어지는 길목마다 구역별 주차장을 마련해, 차량 진입 시 지체되지 않는 점이, 일단 기분 좋은 출발이다. 덧붙여 행사장 내에 복지관을 일시적으로 숙박 가능하게 만들어 관광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2012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전경
엑스포 초입 풍경
매표소 근처의 안내소에서 받은 소책자를 살펴보니 규모가 상당하다. 공룡엑스포 부지규모는 약 56만㎡ 정도로, 주요 전시관이 8개 정도 되며 외곽의 탐방로 길이도 꽤 긴 편이다. 대부분 둘러본다면 반나절을 초과할 것 같은 예감이다.
본 행사장에 들어오니 공룡 울음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옮기는 시선마다 공룡 조형물이 하나 이상 보일 정도로 가득하다. 행사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고, 각 전시관에는 무엇이 있는지 둘러봐야 하니 마음이 급하다. 하지만 곳곳마다 눈길을 끄는, 발길을 붙잡는 공룡이 가득하니, 마음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긴장이 풀리고, 동심이 해제된 듯 즐겁다. 일이고 나발이고 일단 즐기는 것이 순서겠다 싶어, 동선을 무시한 채 눈길이 끄는 곳으로 무작정 향하기 시작했다.
엑스포 행사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공룡들
공룡엑스포 입구를 지나 약 50m 정도 직진하면 공룡동산이다. 햇빛이 쨍쨍한 야외에서 공룡이 실제 크기와 비슷하게 만들어졌는데, 어두운 곳에서 핀 조명을 받던 공룡과 달리 조명발이 없어도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전해진다. ‘만지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없으니 가까이에서 눈·코·입·귀를 만지고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작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높은 완성도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공룡동산
[왼쪽/오른쪽]
여야황하거룡 / 공룡 퍼레이드가 하루 두번씩 열린다
여러 공룡 중 눈길을 끄는 골격화석이 있다. ‘여야황하거룡’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공개되는 아시아 최고 크기의 골격화석이다. 공룡은 어째서 이렇게 거대할 수 있었을까. 이에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설득력을 얻는 가설은 당시의 산소농도가 짙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현재의 산소농도는 약 20% 수준이지만 공룡이 살던 당시에는 산소농도가 약 30%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몸집이 커도 충분한 에너지를 대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 뷰파인더로 공룡동산을 한눈에 담아보니, 장관이다. 학설에 의하면 경상남도 지방은 약 1억년 전, 백악기에 호숫가였고, 덕분에 공룡이 밀집해 있던 지역이라고 한다. 저 공룡동산에 재현된 공룡 중엔 실제로 1억년 전, 저 모습으로 이 근방을 돌아다녔을 것이란 상상도 무리는 아니다.
이번 공룡엑스포에서 고성군이 가장 자랑거리로 삼는 것이 한반도공룡발자국화석관 내에 있는 ‘5D 영상관’이다. 그곳으로 향했다. 한반도공룡발자국화석관은 발자국 모형, 진품 화석 등 30여 점을 전시해 공룡생태를 다뤘다. 공룡이 살았던 역사의 흐름을 연표로 정리, 공룡 출연부터 멸종까지 과정을 모형, 영상 등으로 설명해 이해가 쉽다. 그 외에도 한반도에서 발견된 다양한 공룡 발자국 화석을 만날 수 있다.
한반도공룡발자국화석관 외부
한반도공룡발자국화석관 내부
2층으로 올라가면 공룡엑스포의 효자인 5D 영상관이다. 360도에 걸쳐 영상이 재생된다. 입체감은 3D 영상에 볼 수 있는 거리감을 넘어선다. 한쪽 화면에서 튀어나온 공룡이 반대 방향으로 관람객을 지나가는 수준이다. 또한 바람, 냄새, 흔들림도 구현해 어린이, 어른 가리지 않고 환호성을 질러 상영시간 내내 난리법석이었다. 좀 더 입체적인 음향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흥미로운 관람임은 틀림없다.
공룡엑스포 어디서도 눈에 띄는 전시관이 있다. 공룡캐릭터관으로 거대한 공룡이 건물 위에 앉아 한가로이 잎을 뜯는 모습의 전시관이다. 내부는 어린이들이 공룡을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도록 공룡을 캐릭터화,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원시시대의 동굴, 공룡시대의 바다 등 다양한 분위기의 볼거리가 풍성하다.
공룡캐릭터관 외부
공룡캐릭터관 내부
[왼쪽/오른쪽]
울레미 소나무 /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식물을 볼 수 있다
공룡캐릭터관 건너편에 공룡식물원이 있다. 공룡과 식물원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호주에서 공수해 온 귀한 손님 ‘올레미소나무’ 공룡시대의 식물을 볼 수 있다. 또한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120여 종의 식물을 팻말과 함께 전시해, 초등학생이 책에서만 보던 식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어떤 박람회든지 즐기는 동안 적지 않은 정보가 관광객에게 유입된다. 박람회의 소재가 어떻게 산업에 활용되며, 일상과 문화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그 출발점은 언제·어디였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이 알게 모르게 이뤄지니 엑스포는 단순히 즐거움만 표방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비전까지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면에서 고성공룡엑스포는 ‘공룡콘텐츠산업관’을 통해 공룡을 통한 다양한 가치를 알려준다.
공룡콘텐츠산업관 내부
공룡콘텐츠산업관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 공룡을 이용한 순수미술 작가의 작품, 공룡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상품을 볼 수 있다. 이어서 공룡산업이 접목된 생활공간이 다양하게 연출. 에코스페이스에는 공룡과 빗물, 환경에 대한 공모작 및 당선작이 전시돼 있다.
엑스포에 흐르는 개천 위로 다리가 설치돼 있다. 다리 위로 티라노사우루스가 거대한 몸집을 자랑한다. 어딜 가나 공룡이 지천으로 깔렸다. 주제관이 있는 언덕 위로 에스컬레이터가 놓여 한결 이동이 수월하다. 이곳을 지나면 주제관이다.
공룡다리를 건너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주제관이다
주제관 내부
주제관은 진품 화석부터 로봇화된 공룡 그리고 4D 영상관으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공룡을 재현시킨 조형물은 움직일 수 있도록 로봇화시켰으며 실리콘으로 생생한 모습을 드러냈다. 불현듯 이곳에서는 공룡이 범접할 수 없는 대상으로 여겨지면서 무의식적으로 위협을 느끼게 된다. 공룡은 약 2억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지구의 주인이었다. 인류의 역사가 약 400만년에 불과하니 감히 명함 내밀기 어려운 처지다. 계단 아래에는 화석을 뼈 순으로 나열한 전시가 이뤄져 실제 공룡의 이빨과 발톱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주제관에서 상영하는 4D 영상에는 고성군이 공룡엑스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함축됐다. 바로 경남 고성의 상족암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하나는 열쇠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왜 고성에 와야 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대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따로 있다. 상족암(천연기념물 제411호)이라는 곳에 가보자.
사실 우리나라는 선캄브리아대부터 신생대까지 시대별 특징을 가지는 지질을 두루 갖춘 살아있는 교과서다. 그중에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공룡발자국 유적지인 상족암은 아주 먼 옛날로 떠나는 여정의 중요한 단추인 셈이다.
상족암 주위에는 군립공원과 공룡박물관이 조성돼 공룡 테마의 관광지 면모를 갖추고 있다. 박물관을 지나면 상족암에 이르는 공룡테마 산책로가 이어진다. 길가에 조성된 공룡조형물마다 아이들이 자세를 잡고 사진 찍히기에 바쁘다. 전망대에선 탁 트인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오른쪽]
공룡박물관 / 공룡으로 꾸며진 산책로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공룡발자국 탐방로와 이어진다. 오랜 시간 퇴적된 지층, 그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솟았다. 이 절벽은 층암단애라고 한다. 시루떡처럼 지층 사이 경계가 뚜렷하며 영겁의 세월이 그 안에 담겼다. 상족암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 모양이 밥상 다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상족이라 명명됐다.
[왼쪽/오른쪽]
상족암 전경 / 상족암 탐방로
[왼쪽/오른쪽]
너럭바위에 드러난 공룡발자국 / 공룡발자국 위에서 관광객의 사진촬영이 한창이다
상족암 내부, 파도에 깍여 작은 동굴이 형성됐다
바닷가로 나가면 모래사장 대신 너럭바위에 바닷물이 파도를 친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형성된 너럭바위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바닥을 둘러본다. 가까이 가보니 말로만 듣던 공룡발자국이 선명하게 패여 있다. 깊이는 1㎝ 정도로 얕지만, 그 경계가 선명하다. 1억년 동안 숨어 있다가 오랜 시간 침식과 여러 영향을 받아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그 발자국이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이 발자국의 주인이 지나간 방향, 걸음걸이까지 훤히 떠오를 정도로 남아있으니, 어느 박물관에서 보아온 유물보다 먼 과거를 회상할 수 있음에 감동적인 여운이 길다.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열쇠인 것이다.
TIP
1. 찾아가는길
* 자가용
고성IC → 창원/배둔방면 우회전 진입 (국도 14호) → 배둔터미널 삼거리 우회전 → 당항포관광지
사천IC (국도 이용시) → 국도33호선(통영/고성방면) → 고성읍 송학고가도로 좌회전 (국도14호선 : 창원방면) → 배둔터미널 삼거리 우회전 → 당항포관광지
현동IC → 배둔주유소 사거리 좌회전→ 당항포관광지
* 버스
서울남부터미널 ⇒ 고성, 4시간 15분 소요 (30분-1시간 간격 운행)
부산(서부터미널) ⇒ 고성, 01시간 40분 소요 (20-30분 간격 선착순운행)
2.맛집
황토랑가든 : 한정식, 055)672-9533
다가한정식 : 도다리쑥국 한정식, 055)674-7870
바닷가에 햇살 한스푼 : 돈까스, 비빔밥, 수제비, 055)673-6160
광어생각 : 생선회, 055)673-9799
허브드라마인 : 퓨전한정식, 055)673-8580
3.엑스포 공식호텔
베니키아 사보이호텔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삼호로 39 (산호동), 055)247-4455
호텔엘리너스 : 경상남도 사천시 남일대길 70 (향촌동), 055)832-9800
마산 아리랑관광호텔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역광장로 24 (석전동), 055-294-2211
동방관광호텔 : 경상남도 진주시 논개길 103 (옥봉동), 055)743-0131
리베라관광호텔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317 (신포동2가), 055)248-5200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ahn85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