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폐암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거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중증의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흡연은 위암이나 식도암, 췌장암 등 소화기관 암의 위험인자도 된다. 최근에는 흡연이 뇌졸중, 심장질환의 중대한 위험인자로 꼽히는 대사증후군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뼈의 밀도를 떨어뜨려 골다공증의 가능성을 높이고, 이의 색깔도 누렇게 하는 등 이의 건강도 해친다. 김철환 인제대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교수는 “흔히 ‘담배진’이라고 하는 ‘타르’라는 독한 물질에는 약 43종의 발암 물질을 비롯해 갖가지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 어른들이 걸리는 암의 33% 가량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와 함께 혈관의 동맥경화로 심장병과 중풍 및 버거씨병 등과 위궤양 등 소화기관 질환의 중대한 위험인자”라고 말했다.
■ 흡연이 대사증후군 위험도 높여= 하루에 담배를 30개비 이상 피우는 사람은 10개비 미만을 피우는 사람에 견줘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2.7배 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사증후군은 혈압·혈당·핏속 중성지방은 높으면서 복부 비만이 있고, 몸에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의 수치는 낮아 심장마비 등 심장질환 또는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의 가능성을 높이는 상태를 말한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01~2004년 건강의학센터를 찾은 40살 이상 남성 흡연자 2625명과 비흡연자 1860명을 대상으로 대사증후군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각각 21.4%와 17.5%로 나왔다고 최근 밝혔다. 대사증후군 위험을 분석한 결과 담배를 하루 20~29개비를 피우는 집단이 하루 10개비 미만 집단에 견줘 2.53배 높았으며, 30개비 이상 집단은 2.69배로 더 높았다. 또 하루 1갑씩 40년을 넘게 피운 사람은 30년 미만을 피운 사람에 견줘 위험도가 1.66배나 높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가정의학회지> 5월호에 실렸다. 유 교수는 논문에서 “흡연은 핏속의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흡수된 지방에 대한 분해 능력을 떨어뜨려 중성지방의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 뼈의 밀도가 낮아져 골절 위험성 커져= 담배 연기 속에 든 각종 중금속 등 유해 성분들은 산소 공급을 줄이는 등 뼈를 만드는 세포의 작용을 막는다. 뼈의 생성 작용이 약해져, 뼈의 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 결국 골다공증의 가능성을 높여 보통 사람들이 견디는 충격에도 뼈가 잘 부러질 수 있다. 기존 여러 연구 결과들에서는 흡연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견줘 골절 위험이 두세 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여성 흡연자도 핏속의 여성호르몬 농도가 낮아져 폐경이 일찍 올 수 있고, 이 때문에 피부 노화나 골다공증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흡연자는 잇몸질환 가능성이 4배나 높아져= 담배 연기가 통과하는 첫번째 기관은 입 안의 건강도 해친다. 구강암의 위험인자가 될 뿐만 아니라 치아 건강도 위협한다. 치아를 누렇게 변색시키기도 하며, 치아 상실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인 잇몸 질환의 위험인자가 된다. 김태일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흡연과 잇몸 질환의 관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 해에 담배 10갑을 피우게 되면 잇몸이 1mm씩 더 내려가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흡연자는 잇몸 질환에 걸릴 확률이 네 배나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담배를 피우게 되면 잇몸 등에 가는 혈액 공급이 줄어 산소가 부족해진다. 그만큼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잇몸 주변에 있는 세균들의 활동이 활발해져 염증이 잘 생긴다. 김 교수는 “문제는 잇몸질환에 걸렸는데도 흡연을 계속하면 잇몸 치료를 해도 좋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인 점은 담배를 끊음과 동시에 잇몸 건강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담배는 이의 색깔 변화도 일으킨다. 보통 이 색깔은 나이에 따라 변하는데 나이가 많아지면서 여러 착색 원인에 노출돼 변색되기 쉽다. 커피와 함께 담배도 이를 누렇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담배를 피우게 되면 치아표면의 미세한 금이나 상아질의 미세한 관을 통해 이에 색소들이 침착해 애초 맑고 하얗던 이들이 점차 누렇게 바뀌게 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