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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대졸자도 힘든 금투협 합격 여고생
작성자 이현주 등록일 11.10.15 조회수 165
 

대졸자도 힘든 금투협 합격 여고생, 알고보니…

"제게 금융권은 '꿈의 직장'이었는데, 이런 곳에 합격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전화를 통해 들려온 천안여상 3학년 손민지(18)양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손양은 이날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고졸 정규직 특별채용 합격자' 3명 중 한 명이다. 금투협이 고졸 정규직을 채용한 건 1993년 이후 처음이다.

금투협은 전국의 190계 상업고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각 학교당 1명씩 추천을 받았다. 손양은 내신성적 상위 10% 이내에 드는 7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당당히 합격했다. 대졸 출신 정규직의 대학 재학 기간을 고려해 입사 후 4년 뒤에 대졸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 금투협 측은 신입사원들이 입사한 뒤 학자금 지원 등을 통해 추가적인 교육 기회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손양이 상업계 고교에 진학하게 된 이유는 부모님의 실직 때문이었다. 빨리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주말, 증권사에 입사한 선배가 찾아오셔서 간식을 사주시며 독려의 말을 해주셨어요. 선배가 부럽기도 하고 멋있기도 해서 저도 금융권에 가겠다는 결심을 굳혔죠"


2학년 때 경제동아리에 들어가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목표는 증권사 입사였다.


"주말도 없이 주7일 새벽부터 밤까지 꼬박 공부했어요 . 그런데 용어들이 너무 생소했어요. 주식, 펀드, 파생상품 이런 것들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처음에는 감도 잡히지 않았는데... 다가올 기회를 생각하며 공부할 수밖에 없었어요."


힘들때마다 "너희들은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는 선생님들의 말씀이 채찍이 됐다.

손양은 1년 만에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자격증 3개를 땄다. 제8회 전국 고교 증권경시대회에서 21등으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다리던 기회는 거짓말처럼 찾아왔다.

정부의 고졸채용 장려정책의 일환으로 어느날 금융투자협회에서 공문이 날아왔던 것. 적합한 지원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손양이었다.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취업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일했던 선생님의 도움도 컸다.

천안여상에서 취업을 책임지는 신태귀 교사는 "남보다 먼저 미래를 준비한 민지에게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실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맞벌이를 하며 가정을 이끌고 있다. 부모님에게 선물을 안겨 드린 게 가슴 벅찬 손 양은 대학에 가고 싶진 않았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오히려 주말에 특강 오시는 선배들 얘기 들으면서 빨리 취업하고 싶었어요. 대학은 언제든 공부가 절실하게 하고 싶을 때면 갈 수 있잖아요"


서울에 올라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서울 구경'이라는 손양은 "나중에 꼭 모교에 다시 내려와 후배들에게 간식도 사주고 꿈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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