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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물 폭탄’ 북은 민족 운운할 자격 없다
작성자 배용진 등록일 09.09.07 조회수 45
 

북한이 2009.9.5 새벽 임진강 상류의 댐에 가둬둔 물을 예고 없이 방류해 남한 쪽의 하류에서 우리 민간인 6명이 실종됐다. 북이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42.3km 떨어진 황강댐의 수문을 열어 엄청난 물 폭탄을 쏟아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도 날씨 좋은 주말 임진강에 낚시꾼과 야영객이 많이 몰린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피해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을 텐데도 밤중에 느닷없이 수문을 연 것은 살인 행위와 같다. 북은 우리 측에 예고를 하지 않았고 방류 후에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북이 남한을 상대로 수공(水攻)을 했다는 의심이 든다.

북한의 황강댐과 4월5일댐은 하류 지역인 파주시와 연천군에 심각한 위협이다. 황강댐은 높이 34m, 길이 880m 규모로 저수용량은 3억 t이다. 북이 물을 가두면 가두는 대로, 방류하면 방류하는 대로 남한 지역에 피해가 생긴다. 파주 연천의 임진강 유역에 물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고, 2001년 이후 북의 예고 없는 방류로 어민들이 수억 원어치의 그물과 통발을 잃었다.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자 북은 2003년과 2005년 임진강댐과 임남댐(금강산댐)의 방류 계획을 사전에 통보하겠다고 약속했다. 2002년 6월과 2004년 8월 방류 계획을 사전에 알린 적도 있다. 이런 약속과 관례를 깨고 우리 국민 6명을 해친 북은 이제 민족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 북의 행위는 경기도가 이달 초 북에 10억 원어치의 옥수수 2500t을 지원한 데 대한 패륜적 응대다.

우리의 대비도 허술했다. 임진강에 설치된 무인자동경보시스템은 수위가 3m를 초과하면 즉각 경계경보를 울리게 되어 있으나 4시간이 경과해서야 작동했다. 군도 임진강의 급격한 수위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임진교 부근에서 기동훈련을 하던 육군 모 부대 소속 K-1전차 10대 중 1대가 한때 물에 잠기기도 했다. 군과 행정당국이 북의 예고 없는 방류에 만반의 대비를 했더라면 민간인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황강댐이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데도 일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반대해 한탄강댐 공사가 7년이나 늦게 시작된 것도 문제다. 정부가 건설 중인 임진강 본류의 군남홍수조절지와 지류인 한탄강의 한탄강댐은 최소한의 자구책이다. 소아병적인 지역이기주의도 인명과 재산 피해를 키운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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